'24년 아성' 위협 받자…코스트코도 새벽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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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제로' 고집 꺾었다코스트코코리아가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오후 5시까지 주문, 5만원 이상 구매 시 가능’이라는 단서를 달아서다. e커머스의 홍수 속에서도 ‘오프라인 유통’을 고수하던 코스트코인 만큼 변화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전 세계서 처음으로 도입
쿠팡·트레이더스 등 거센 공세
외형 커졌지만 수익성은 악화
영업이익률 3%대로 떨어져
유통업계에선 코스트코의 이번 행보를 세계 어느 곳보다 치열한 한국의 e커머스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한다. 일각에선 1998년 한국에 진출한 코스트코의 ‘24년 왕국’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뜻밖의 ‘변심’
3일 유통·물류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코리아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지난달 말 새벽배송 서비스를 개시했다. 매일 오후 5시까지 주문을 완료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주문 마감 시각이 밤 11시59분까지인 SSG닷컴, 마켓컬리, 쿠팡 등과 비교하면 본격적인 새벽배송이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코스트코가 한국을 포함한 13개 진출국에서 ‘배송 제로’를 고집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된다.창고형 할인점 분야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의 트레이더스와 비교하면 ‘주문 허들’도 낮다. 트레이더스 제품을 SSG닷컴에서 새벽에 받으려면 12만원 이상 주문해야 한다. 유통업계에서 코스트코코리아의 이번 조치를 파격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글로벌 코스트코(코스트코홀세일)도 온라인 영토를 확장 중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뒤 직접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한 매장이 미국 전역에 112개(1분기 말 기준)에 달한다.
‘코스트코 넥스트’라는 서비스도 확대 중이다. 코스트코 공급사 중 엄선한 소수의 브랜드를 골라 회원들이 20% 할인된 가격에 해당 브랜드 웹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새벽배송은 한국이 처음이다. 비슷한 사례로는 올해 처음으로 미국 텍사스에서 우버와 연합해 식료품 당일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것을 꼽을 수 있다.
○경쟁 치열한 韓 커머스 시장
코스트코코리아의 최대 경쟁력은 글로벌 아웃소싱과 효율적인 판매관리비 정책이다. 이익을 남기지 않고 물건을 팔되, 코스트코가 가져가는 몫은 회원의 연회비로 충당한다는 것이 코스트코가 강조하는 ‘유통의 본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의 캐치프레이즈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코스트코는 회원비에서 배송비를 충당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외형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코스트코코리아를 ‘친절하게’ 만든 핵심 요인은 국내 e커머스산업의 빠른 성장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커머스산업 규모는 4830억달러(약 603조원)에 달했다. 이 중 e커머스는 1960억달러(약 245조원)로 전체에서 약 40%의 비중을 차지했다.쿠팡만 해도 기존 e커머스와는 차원이 다른 공세를 펴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프레시(신선식품) 부문을 강화하면서 다이내믹 프라이싱(최저가로 가격 수시 조정)의 타깃을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할인점에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회원이 로켓배송 서비스로 주문 금액에 상관없이 당일, 익일배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트코코리아로선 영역 침탈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수익성 악화 추세
트레이더스의 빠른 추격도 코스트코코리아의 부담이다. 트레이더스 매출은 2019년 2조3371억원에서 지난해 3조3150억원으로 41.8% 불어났다.코스트코코리아는 2020회계연도(2020년 9월 1일~2021년 8월 31일)에 매출 5조3522억원에 177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16개 매장만으로 5조원 넘는 매출을 내 매장당 매출이 유통업계 최대다.문제는 수익성이다. 외형은 꾸준히 커지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2015회계연도 4.5%에서 5년 만에 3.3%로 떨어졌다. 2020회계연도만 해도 판매관리비가 약 1000억원 증가했다. 인건비 판촉비 운반비 증가 등이 주요인이었다. 이런 와중에 서울 경기 전역에 새벽배송을 하게 되면 판매관리비는 더 급증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