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중세 유럽 도시는 '소금'이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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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맛의 세계사북유럽 사람들은 생강과 비슷한 향신료인 카르타몸을 좋아한다. 스웨덴 남성들은 술을 마실 때 안주로 카르타몸 열매를 조금씩 베어 먹는다. 노르웨이에선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카르타몸 향이 도시에 짙게 깔린다고 한다.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오정화 옮김 / 탐나는책
232쪽│1만7000원
서아시아와 인도에서 많이 쓰는 향신료인 카르타몸은 어쩌다 북유럽에 널리 퍼지게 됐을까. 9~10세기 스웨덴계 바이킹은 러시아 볼가강과 흑해를 가로지르는 긴 항해를 통해 아랍 상인들과 교역했다. 바이킹은 러시아 삼림지대의 모피, 벌꿀을 은화 및 카르타몸과 같은 사치품과 바꿨다. 북유럽 사람들의 카르타몸 사랑은 바이킹 대교역 시대의 흔적인 것이다.이처럼 문화의 기호에는 세계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처음 읽는 맛의 세계사》는 음식과 미각에 숨겨진 흥미로운 세계사를 전하는 책이다. 저자인 미야자키 마사카츠 전 홋카이도교육대 교육학부 교수는 20년 넘게 일본 고교 세계사 교과서의 편집과 집필을 담당했다. 짠맛 단맛 쓴맛 신맛 등 미각의 역사를 통해 문명의 흥망성쇠를 전한다.
짠맛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소금을 느끼기 위한 미각이다. 저자는 “원시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소금을 특별히 섭취하지 않았지만, 농경사회가 되면서 소금이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동물과 생선의 살코기를 먹으면 미량의 나트륨이 몸에 흡수됐지만, 곡물에는 소금이 거의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금은 문명 발달과 함께 가장 중요한 무역상품이자 부의 원천이 됐다. 11세기 이후 베네치아는 유럽 내륙지역에 소금을 판매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14세기 독일 북부의 한자동맹 도시들은 소금과 절인 청어, 수송용 나무통 등을 매매해 번영을 이뤘다.짠맛이 유럽 중세 도시를 성장시켰다면 매운맛은 16세기 대항해 시대를 탄생시켰다. 유럽에선 “향이 강하면 약효가 있다”며 매운맛 향신료를 귀하게 여겼다. 비싼 향료를 팔아 큰돈을 벌기 위해 수많은 원정대가 긴 항해를 떠났다. 대항해 시대 이후에는 커피 홍차 코코아 담배와 같은 기호품이 인류 역사 안에 들어왔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