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남 탓에 갇힌 남한산성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출처:네이버 영화
<프롤로그>
아침 출근길 지하철 속 시민들은 삶의 전쟁터를 향해 코로나의 위험 속에도 달려간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진격이다. 이런 상황과 달리 특권을 누리는 위정자들은 시대의 상황이 엄중함에도 눈앞의 정쟁에 고립되어 몰염치의 모습을 보인다. 영화<남한산성, 2017>에서는 굴욕적인 역사였던 병자호란의 시기에 국가 지도자의 무능함과 아집으로 많은 백성들을 비참한 삶으로 몰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도 남한산성 같은 자신만의 철옹성에 갇혀 반지성적 모습을 보이는 많은 정치인들의 행태가 안타깝다.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줄거리 요약>
1636년 조선 16대 왕 인조 14년, 청나라는 명을 받드는 조선에게 군신관계를 요구하며 압박해 온다. 인조와 대신들은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피난의 시기를 놓치고 한양과 가까운 작은 성 남한산성으로 피신하게 된다. 처음에는 막연한 자신감에 청의 치욕스러운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의 의견을 좇던 인조(박해일 분)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구할 근왕병은 오지 않고 청의 황제 칸이 대군을 이끌고 참전하자,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의 의견을 좇게 되지만 신하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나라와 백성의 운명도 길을 잃게 된다.
출처:네이버 영화
출처:네이버 영화
<관전 포인트>
A. 병자호란은?
1627년 후금이 일으킨 정묘호란 이후 1636년 강성해진 청은 조선에게 군신의 예를 요구하지만 친명파인 조정이 이를 거부하자 황제 홍타이지는 강력한 팔기군을 이끌고 직접 조선을 공격한다. 인조와 대신들은 한양성에서 강화도로 피신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가까운 남한산성으로 피신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도 임금을 구할 근왕병은 오지 않고 청의 황제가 항복을 요구하자 결국 인조는 삼배구고두례 라는 치욕적인 삼전도의 굴욕을 겪게 된다. 또한 세자와 20만 명의 백성들이 볼모로 청나라에 잡혀가게 된다. 박해일이 출연한 <최종병기 활, 2011>에서도 힘이 없는 나라의 굴욕적인 역사를 자세히 보여준다.
B. 사대사상에 심취하여 백성을 가볍게 여기는 사례는?
@남한산성을 지키던 병사들이 엄동설한에 동상과 굶주림으로 죽어가자 예조판서 김상헌은 인조에게 종친들의 여벌옷을 거두어 나누어 주자고 간청하지만 사대사상에 매몰된 영의정 김류는 왕실의 체통을 무너뜨린다고 반대하고 인조 또한 일리가 있다고 거절한다.
@말들이 허기에 쓰러지자 대신들은 병사들에게 나누어준 가마니를 다시 거둬들여 말의 먹이로 주게 되지만 결국 말들이 죽자 말고기를 병사들에게 먹이는 악순환을 통해 병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진다.
@병법에 미숙한 영의정의 잘못된 기습공격으로 300명의 병사가 죽지만 인조에게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괴변으로 하급 장수가 대신 사형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한다.
C. 국가의 위기에서 소모적인 정쟁이 벌어지는 상황은?
백성이 죽어나가는데도, 청과 화친하여 사직과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주화파와 선비 나라의 자존심과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척화파의 극렬한 정쟁이 계속된다.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은 항복을 하여 백성을 구하자는 최명길을 비난하며 "전하, 지금 칸에게 문서를 보내시면 칸은 스스로 황제라 칭하고 전하를 칸의 신하로 칭하라 요구할 것입니다. 명길은 전하를 앞세우고 적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려는 자입니다. 죽음에도 아름다운 자리가 있을진데 하필 적의 아가리 속이겠습니까"라고 대책 없는 결사항전을 주장한다.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은 인조에게 "척화파들이 말하는 대의와 명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을 견딜 수 있는 것입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십시오. 삶이 있을 때 비로소 대의와 명분도 있는 것입니다. 무엇이 임금입니까? 적의 발밑을 기어서라도 제나라 백성들이 살아서 걸어 나갈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자만이 비로소 신하와 백성들이 마음으로 섬길 수 있는 임금입니다"라고 간곡하게 설득한다.
D. 인조가 지방에 근왕병 출병을 지시하는 격문을 전달하는 과정은?
예판 김상헌은 인조에게 지방에 있는 군대에 임금의 격문을 보내어 구원병을 요청하라고 간하지만 남한산성을 포위하고 있는 청군에게 번번이 막히고 만다. 이때 김상헌은 몸이 날쌘 대장장이 날쇠에게 격문을 전달할 중차대한 역할을 맡겨 전달에 성공하지만, 격문을 받아든 지방의 장수는 임금의 격문을 무시하고 지원병을 보내지 않는 불충의 행태를 보이게 된다.
E. 청에게 항복 문서를 작성한 사람은?
믿었던 구원병이 오지 않고 청의 칸까지 강력한 홍이포라는 대포를 쏘며 공격하자 인조는 마침내 이판 최명길의 의견을 좇아 항복문서를 쓰라고 하지만 아무도 역사에 역적이 될 문서작업을 회피한다. 인조는 "척화를 하자니 칸의 손에 죽을까 두렵고, 오랑캐에게 살려 달라는 답서를 쓰자니 만고의 역적이 될까 그것이 두려운 것이냐?'라고 호통치자, 백성의 목숨이 죽어 나가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예견한 최명길이 역적의 오명을 무릅쓰고 자신이 쓰겠다고 자청한다.
출처:네이버 영화
<에필로그>
국민들과 기업인들이 목숨을 걸고 글로벌 시장에서 피 터지게 싸우고 있을 때 많은 위정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양심, 염치, 수치심, 신뢰 같은 소중한 가치들을 팽개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쑥대밭이 된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과거 임진왜란, 병자호란, 36년간의 일제강점기, 6.25동란 같은 누란의 위기와 함께 현재 진행형인 북핵의 도발을 실감하게 된다. 국가라는 거대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지도층의 잘못된 선택은 사회 구성원에게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에 위정자들은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남 탓만 하는 고립무원의 이기적인 성에 갇히지 말고 진정성 있는 성찰을 통해 살신성인하는 리더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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