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 항모훈련 끝나자 미사일 8발 발사…동시 타격 능력 과시

4곳에서 동해상으로 8발 발사
합참 "감시 및 경계 강화"
한미, 4년여 만에 핵 추진 항모 동원훈련
사진=뉴스1
북한은 한미가 항공모함을 동원한 연합훈련을 마친 지 하루만인 5일 평양 순안 등 4곳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발사했다.

탄도미사일을 8발이나 한꺼번에 발사한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 차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추가로 남한 등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고, 한미 미사일방어망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미사일 방어훈련을 포함한 한미 확장억제력, 연합방위태세를 지속해서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군 당국도 미사일 발사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9시8분께부터 43분께까지 평양 순안, 평안남도 개천, 평안북도 동창리, 함경남도 함흥 일대 등 4곳에서 동해상으로 SRBM 8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110~670km, 고도 약 25~90㎞, 속도는 마하 3~6 등으로 탐지됐다. 단거리 3종 세트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를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한미는 탄도미사일의 구체적인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다. 합참은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하여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폴 러캐머라 연합사령관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화상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하게 공유했다. 합참은 "원 의장과 러캐머라 사령관은 북한의 어떠한 미사일 도발에도 즉각 탐지·요격할 수 있는 연합방위능력과 태세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심각한 도발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함과 동시에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북한의 SRBM 발사 직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윤 대통령은 NSC 상임위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상시 대비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한미 미사일 방어훈련을 포함한 한미 확장억제력과 연합방위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라"고 지시했다.북한의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 도발로, 올해 들어서만 18번째 무력시위다. 지난달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RBM 등 3발을 쏜 지 11일만이다.

여러 곳에서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면 원점 타격이나 요격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날 도발은 군사적 역량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의 도발은 한미 해군이 일본 오키나와 근방에서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동원한 연합훈련을 끝낸 지 하루 만이다. 훈련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다고 분석되는 이유다.

한미 연합훈련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됐다. 한국 해군은 환태평양훈련전단을, 미국 해군은 항모 등으로 구성된 제5 항모강습단(CSG)을 동원했다. 양국이 연합훈련 차원에서 핵 추진 항모를 동원한 것은 2017년 11월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그간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발해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에 뜻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한미연합훈련 확대 등에 합의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