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재무장…국방비 '세계 3위'

군사력 강화에 1000억유로 투입
헌법까지 바꾸며 기금 규모 늘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우려가 커지자 독일이 군사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독일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가 됐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독일 연방하원은 전날 1000억유로(약 134조원) 규모의 특별방위기금 조성안을 승인했다. 크리스틴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투표를 앞두고 “안보는 대가를 치른다”며 “독일은 군사적 수단을 통해 자국의 가치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이번 조성안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군사력 강화 계획을 의회가 승인한 것이다. 독일군은 냉전 이후부터 사실상 방치돼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달라지고 있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 “이번 전쟁은 독일과 전 세계에 분기점이 됐다”며 “강력하고 최첨단의 혁신 군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관련 기금 조성을 위해 헌법까지 개정했다. 기금 마련을 위해서는 추가 채권 발행이 필요했는데, 독일은 부채 조달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0.35%로 제한했다. 하지만 의회는 헌법을 바꿔 이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인 지출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FT는 지난 3월 독일이 구매 계획을 밝힌 미국 F-35 전투기 35대와 시누크(CH-47F) 중형헬기 60대를 구매하는 데 상당액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한편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각 지역에서는 러시아군과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비탈리 클라치 키이우 시장은 5일 새벽 이 지역에서 여러 차례 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동부 돈바스의 슬로뱐스크 지역 인근에 대규모 병력을 결집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 지역에 최대 1만6000명의 병력을 모았다. 도네츠크 최대 요충지로 꼽히는 세베로도네츠크에서도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항구를 이용하는 곡물 수출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식량 위기를 촉발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