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유력 정치인들, '해외 칩거' 들어가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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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1년간 美서 인맥 다질 듯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가 7일 미국으로 떠난다. 1년간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남북관계와 국제정치를 공부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별다른 배경 설명 없이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기고 싶다”고 했다.
'친명' 장악땐 복귀 힘들어질 수도
김대중·이회창 등도 해외 머물며
국내 정치 거리두고 이미지 쇄신
대선이 끝난 직후 유력 정치인이 해외에 나가 장기 체류하는 것은 한국 유권자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14대 대선 직후인 1993년 1월 영국으로 출국했던 김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2003년 1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2008년 7월 정동영 전 의원, 2012년 12월 안철수 의원 등이 해외로 나갔다. 김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행 비행기를 탔으며,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의 연구를 명분으로 삼았다는 점은 모두 동일하다.해외 체류를 통해 정치인들은 국내 정치와 거리를 유지하며 정쟁에 이끌려 발생할 수 있는 이미지 실추를 줄일 수 있다. 연구기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만큼 차기를 도모하며 내공을 쌓고 있다는 인상도 줄 수 있다. 2년 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해 1997년 대선 승리를 일군 김 전 대통령이 모범적인 사례다.
하지만 다른 정치인들은 해외행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하는 데 실패했다. 한나라당을 비운 사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으로 입지가 좁아진 이 전 총재는 2007년 대선에서 자유선진당을 따로 꾸려야 했다. 정 전 의원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당 주류로 자리잡은 친노·친문계에 밀려 대선 가도에서 멀어졌다. 중요 분기점마다 해외를 오가는 ‘공항 정치’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도모한 안 의원 정도가 예외다.
이 전 대표의 미국행이 갖는 기대 효과 역시 민주당 내 역학 관계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달렸다. 이재명계가 득세하면 당내에서 기회를 잡기 어렵고, 반이재명계가 주류를 점하면 자연스레 차기 대권을 겨냥할 수 있다. 이낙연계의 한 의원은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예정보다 일찍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며 조기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