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항모훈련 끝나자마자…北, 미사일 8발 무더기로 쐈다

北, 35분간 4곳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한·미 합동훈련에 반발 시위
3축체계 겨냥 동시타격 과시
7차 핵실험 '군불 지피기' 나서

尹 "확장 억제력·방위 태세 강화"
북한이 5일 평양 순안 등 4곳에서 동해상으로 8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한국과 미국이 항공모함을 동원한 연합훈련을 마친 지 하루 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날의 실험이 여러 목표물을 동시 타격할 능력을 갖췄음을 과시하려는 목적과 함께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견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미사일 3~4종 섞어 쏴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9시8분께부터 9시43분께까지 평양 순안, 평안남도 개천, 평안북도 동창리, 함경남도 함흥 일대 등 4곳에서 동해상으로 SRBM 8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들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110~670㎞, 고도 약 25~90㎞, 속도는 마하 3~6 등으로 탐지됐다. 군은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 최소 3~4종을 섞어 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재원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은 SRBM 발사 직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뒤 “북한이 올해만 약 9일에 한 번꼴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며 “상시 대비 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한·미 미사일 방어훈련을 포함한 한·미 확장 억제력과 연합방위 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을 최근 이뤄진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회동 및 한·미 항모강습단 훈련에 대한 반발로 보고 있다. 한국 해군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일본 오키나와 동남방 공해상에서 미국 해군과 함께 항모강습단 연합훈련을 했다.한국에서는 환태평양훈련(RIMPAC) 참가를 위해 이동 중인 1만4500t급 대형 수송함 마라도함과 7600t급 구축함 세종대왕함 등이 투입됐고, 미군에서는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동원됐다. 한미연합훈련에 핵 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것은 4년7개월 만이다.

도발 배경은

이날의 도발이 다가올 7차 핵실험 준비 과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7차 핵실험을 통해 직경 60㎝ 규모의 소형 핵탄두를 검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 핵탄두는 초음속미사일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체계에 탑재가 가능하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장착한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해 ‘한국형 3축 체계’의 하나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의 무력화를 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이례적으로 8발에 달하는 SRBM을 짧은 시간에 투사하는 훈련을 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핵실험에 필요한 준비를 대부분 마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기 결정만 남겨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조만간 열릴 노동당 전원회의 때까지 북한이 수차례 시험 발사를 할 수 있다”며 “미사일 발사 후 전원회의에서 핵실험 단행을 결정하는 대외 메시지를 발표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이에 따라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군사매체 더워존은 마하 1.2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미 전략 폭격기 B-1B(랜서) 4대가 괌 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유사시 2시간이면 한반도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거리다. 북한의 핵실험 동향에 따라 미국이 해당 폭격기를 동원해 무력시위나 북한 인근 정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범진/김인엽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