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역할은 위치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팀원과 팀장, 팀장과 본부장인 임원은 해야 할 일이 다르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인정받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가를 알고 일해야 한다. 광야가 있다. 본부장은 이 광야를 보며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광야에서 거대한 산업단지를 꿈 꾸며 설계하는 사람이 본부장이다.
설계가 끝난 산업단지를 실현하기 위해 사람을 모으고 필요한 재원을 가져와 설계된 대로 만들어 가는 사람이 팀장이다. 팀원은 팀장의 지시를 받고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맡은 위치에서 역할에 맞게 일을 해야 한다. 팀장이나 본부장이 팀원 한 사람의 몫을 하면 안된다. 불이 났을 때, 팀장이나 본부장이 물 항아리를 들고 가 불을 끄려 한다면 팀원의 일을 할 뿐이다. 사람을 모으고 상황을 봐가며 주변을 정리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회사는 100명의 팀장 전체를 크게 3단계로 분류했다.
A단계는 임원으로 승진시킬 수 있는 역량과 성과가 매우 뛰어난 팀장이다. 이들은 3년 이상 업적 평가에서 상위 10% 안의 등급을 받았다. 개인의 공적이 분명하고 상사와 주위 평판도 좋다. 팀장으로 조직관리는 물론이고 자기관리도 철저하여 험 잡을 것이 없다.
B단계는 그냥 팀장으로 유지해야 하는 수준이다. 역량이나 성과가 유지수준이다.
팀장의 80% 이상이 이 단계에 속한다. 이들 중에는 A단계로 올릴 사람도 있고, C단계로 넘어갈 사람도 있다. 팀장이 된지 1년 수준인 된 사람도 있고, 팀장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도 있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이 속한 위치에서 제 몫은 하지만, 변화를 읽고 방향을 결정하거나 큰 프로젝트를 창출하는 역량은 부족하다.
C단계는 더 이상 팀장으로 있기 보다는 팀원으로 보직해임하는 것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이다. 팀장으로 선임하였지만, 팀원으로 일하는 경험이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 10년 이상 팀장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해왔던 일을 능숙하게 잘하기만 하는 사람, 성과는 높지만 자신만 알고 조직과 팀원들을 무시하며 자신의 말만 따르라는 사람, 도덕적으로 갖추지 못한 사람, CEO나 경영층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팀원으로는 잘했을 지 모르지만, 팀장으로서는 역량과 성과에 미치지 못한다.
회사는 두가지 조치를 취한다.
하나는 A단계에 있는 팀장들이 임원이 되어 실이나 본부를 총괄하며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인가를 심사한다. 통상 심사 단계는 예비 경영자 과정과 같은 교육 이수, 도전과제 발표, 일정 수준의 어학 역량, 리더십 진단, 경영진 면접 등이 있다. 회사는 팀장으로서 역량과 성과가 좋아 임원을 선임하지 않는다. 담당하는 조직과 구성원을 한 방향으로 이끌며, 팀워크를 강화해 더 높은 수준의 성과를 창출할 사람인가를 심사하고 결정한다.
다른 하나는 C단계에 있는 팀장들의 보직해임이다. 도덕적 문제가 있거나, 팀에 해악을 끼치는 팀장은 바로 보직해임하고 팀원으로 머물게 하기 보다는 일정 금액의 이상의 명예퇴직금을 주고 퇴직을 유도한다. 하지만, 연령이 높거나 성과가 다소 떨어지는 팀장의 경우에는 전문성을 살려 팀원으로 일하게 하거나, 성과를 창출할 기회를 주어 잔류하게 한다. 이들에게는 년초 팀장 리뷰가 끝난 다음, 도전과제를 부여하고 제안과 발표 프로세스를 밟게 한다. 이 심사에서 제안서와 결과 보고서의 수준이 현저히 낮거나 경영층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면 상반기 말에 보직해임을 가져 간다.
회사는 이러한 단계와 과정을 거치며 팀원에서 팀장, 팀장에서 임원이 되는 인재를 발굴하고, 그 인재에 대해서는 해야 할 역할을 부여한다.
올라가면서 역할이 다르면 해야 할 일도 달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시킨다.

팀장으로 승진하여 발령 받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A차장은 공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화학공장의 생산현장에서 엔지니어로 근무를 시작했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여러 기계를 점검하고, 문제 발생 시 해결하며, 프로세스와 현장 자동화에 큰 업적을 가지고 있다. 생산 기술팀을 거쳐 선진연구개발팀에서 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금번 본사 재무팀장으로 승진 발령이 발표되었다.
지금까지 A팀장이 해온 일은 생산 현장에서 생산 운영, 개선 활동, 기술 및 연구개발 업무가 전부였다. 재무 관련 지식은 하나도 없었다. 학교 분 아니라 15년 생산현장에 있으면서 재무 업무를 해본 적이 없다.
여러분이 A팀장과 같은 상황에 봉착하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팀장이 해야 할 역할과 일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① 팀장은 사업과 연계하여 담당하는 조직의 바람직한 모습, 방향, 전략가 중점과제를 만들고 내재화 시키며 실천하게 해야 한다.
② 올바른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
③ 정도경영, 솔선수범, 악착 같은 실행으로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④ 팀장은 조직과 구성원을 강하게 육성해야 한다.
⑤ 자율과 주도적 문화를 조성하고 회사, 직무, 함께 하는 사람에게 로열티를 강화해야 한다.
⑥ 대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이미지를 제고시켜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담당하는 조직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사람은 좋으나 전문성이 없으면 주변 조직이나 사람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하면 안된다는 말,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는 말, CEO로부터 질책을 받는다는 말에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팀장으로 승진하여 해본 적이 없는 직무를 수행하는 팀을 담당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먼저 할 일은 팀원들을 통한 현상 파악이다. 직급이 낮은 팀원부터 시작하여 3시간 정도 소요하여 3가지를 파악한다. 팀원이 하고 있는 일과 그 핵심사항, 팀원의 꿈과 목표 및 힘든 점, 팀의 발전방향과 과제(강약점과 기회 위협요인 측면)이다.
이 과정을 통해 팀원의 현황과 과제, 나아갈 방향과 중점과제를 명확하게 파악한다.
둘째, 3~5년을 바라보는 중기 마스터 플랜의 작성이다. 회사의 환경을 분석하며, 재무팀이 나아갈 방향, 전략, 중점과제, 추진계획을 1개월 안에 작성하는 것이다.
셋째, 파악한 현황과 중기 마스터 플랜을 가지고 상사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일이다.
넷째, 2개월 이내에 팀장을 중심으로 한 방향 정렬이 되도록 조직과 팀원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일이다. 팀장의 방향제시와 열정이 없으면 불가하다.
짧은 1개월 이내에 자신이 담당하는 일에 대해 판단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시간을 매우 효율적 효과적으로 운영하여 배우는 시간을 짜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직원들의 마음을 훔치는 일이다. 팀장이 팀원처럼 일한다면 결코 인정과 존경을 이끌어낼 수 있다. 팀장은 임원처럼 생각하고 결단을 내리며 동기부여해 가며 높은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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