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마지막 LCD 원장 투입…30년 사업 역사 마침표

아산 LCD 라인 이달 가동 종료…중국 업체 공세에 수익성 악화
TV 패널 QD-OLED 전환 가속…스마트폰 OLED 패널도 경쟁력 강화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30년간 이어온 LCD 사업을 이달로 완전히 종료한다. 1991년 첫 발걸음을 뗀 삼성의 LCD 사업은 메모리반도체와 함께 지금의 삼성을 있게 한 대표적인 부품 사업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 시장 진입·확대에 따른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점차 축소하다가 최종 사업 종료에까지 이르게 됐다.

LCD 사업을 접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한 차세대 TV 화면 QD(퀀텀닷)-OLED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적용되는 중소형 OLED 패널 등 고부가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 마지막 LCD 원자재 투입…이달 중 LCD 라인 가동 완전 종료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자사의 마지막 남은 LCD 생산라인 충남 아산캠퍼스 L8-2라인에 마지막 원장(마더글라스)을 투입했다. 대형 유리 기판인 원장은 LCD 패널의 주요 원자재로, 라인을 따라 커다란 원장 위에 여러 공정을 거쳐 LCD 패널이 생산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생산을 위한 추가적인 원장 투입은 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투입된 원자재와 생산 공정을 마치고 이달 중 LCD 라인 가동을 완전히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에 보유하고 있던 LCD 공장을 매각하고 국내 LCD 라인들도 점진적으로 가동을 중단해왔다.

애초 2020년 말 LCD 사업을 종료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특수'로 TV 수요가 급증하고 LCD 패널 가격도 덩달아 뛰면서 LCD 생산을 임시로 연장해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LCD 패널의 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 측의 요청에 따라 LCD 패널 생산을 이어오다가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자 최근 LCD 사업의 완전 종료를 결정했다. LCD 사업 종료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L8-2라인의 기존 LCD 설비를 매각하고, 이 라인을 QD-OLED 패널이나 중소형 OLED 라인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공급해오던 TV용 LCD 패널 물량은 비교적 적은 수준으로, 사업 종료 이후부턴 중국계 업체들이 이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 2002년 세계 1위 오른 삼성 LCD…중국 업체 공세에 수익성 악화
삼성은 1991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총괄 산하에 'LCD 사업부'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LCD 사업을 시작했다.

1995년 기흥 1공장을 준공한 삼성은 당시 시장을 주도하던 일본업체들의 감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기흥 2라인 투자에 돌입했고, 1996년 2라인 준공 이후에도 천안·아산캠퍼스 신설 등 과감한 투자로 LCD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삼성은 LCD 사업 시작 7년 만인 1998년 대형 LCD(10인치 이상) 시장 1위에 올랐고, 2002년에는 중소형까지 포함한 세계 LCD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삼성전자 산하 LCD 사업부로 있던 삼성의 LCD 사업 조직은 사업 확장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로 분사해 독립 출범했다.

삼성의 LCD 사업은 2000년대 장기간의 반도체 불황을 이겨내는 버팀목 역할을 하며 삼성의 부품사업 성장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LCD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메모리 반도체보다 연간 수출액이 높을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ICT(정보통신기술) 수출 종목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부터 BOE를 비롯한 중국 패널 업체들이 각종 보조금과 세제 감면 혜택 등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빠르게 성장했고, 중화권 기업들의 공격적인 증설 경쟁으로 LCD 사업의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됐다.

삼성은 2010년대 중반부터 LCD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6년 말부터 아산 7-1라인을 중소형 OLED로, 2019년 10월부터는 8라인 일부를 QD-OLED로 전환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2020년 8월에는 CSOT에 중국 쑤저우 공장을 매각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LCD 패널 점유율(매출 기준)은 중국 BOE가 28.4%로 1위였고, LG디스플레이가 15.3%로 2위, 대만 AUO가 12.2%로 3위였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2018년 11.7%에서 3년 만에 10%포인트(p) 이상 줄면서 지난해 1.4%에 그쳤다.
◇ 차세대 TV 패널 QD-OLED에 집중…접혔다 늘어나는 중소형 OLED도
LCD 사업을 접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TV용 디스플레이 QD-OLED와 중소형 OLED 등 고부가 제품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QD-OLED는 삼성이 LCD 이후 차세대 TV용 패널로 낙점한 디스플레이다.

2019년 삼성은 대형 패널 사업을 기존 LCD에서 QD-OLED로 전환하기 위해 2025년까지 총 13조1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QD-OLED는 OLED 패널에 무기물인 QD(퀀텀닷·양자점) 물질을 입힌 디스플레이다.

QD는 전기·광학적 성질을 띤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입자로, 빛에너지를 받으면 스스로 색을 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를 지난해 말부터 아산캠퍼스 Q1 라인에서 양산 중이다.

현재 생산능력은 55인치와 65인치 TV 약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삼성전자와 소니 등에 QD-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3월 QD-OLED 패널을 적용한 TV를 북미와 유럽에서 출시하기도 했다.

TV용 대형 패널이 아닌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탑재되는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압도적인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옴디아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삼성디스플레이가 68.0%로 1위, LG디스플레이가 12.5%로 2위, 중국 BOE가 10.3%로 3위였다.

삼성은 중소형 OLED 시장에서 혁신 제품을 끊임없이 선보이며 기술 리더십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SID 2022'에서 안으로 안팎으로 두 번 접히는 '폴더블 OLED', 좌우 양방향으로 화면이 늘어나는 '슬라이더블 OLED' 등 차세대 OLED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LCD 사업 종료는 이전부터 예고된 사안"이라며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QD-OLED와 중소형 OLED 등 고부가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