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이 현금 164억 주고 산 이유…명품이기 때문입니다 [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수정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최근 국내에 명품 핸드백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백화점에서는 명품 핸드백 오픈런(매장이 문 열자마자 달려가서 물건을 사는 행위) 현상도 자주 목격됩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1인당 구매 한도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명품 중에서도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살 수 있는 제품은 '매스티지(Masstige)'라고 합니다. 대중(Mass)과 명품(Prestige)의 합성어인데, 명품의 대중화라는 의미이죠. 이와 반대로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명품을 오브제(Object)라고 합니다.이러한 오브제는 부동산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때문에 국내 아파트 시장이 보합 또는 하락하는 와중에도 서초, 용산, 강남 지역은 신고가를 기록한다고 합니다. 똘똘한 한 채, 즉 오브제 아파트이기 때문입니다.똘똘한 한 채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부동산개발 관련 교육에서 항상 강조되는 것이 바로 '입지'입니다. 아파트나 상가나 오피스나 호텔이나 모든 부동산은 입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결국 서울 시내에서도 입지가 가장 뛰어난 곳들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서울 아파트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나인원한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드래곤이 현금 164억원을 주고 전용 244㎡ 펜트하우스를 구매했다고 하죠. 세월이 흐르더라도 그 입지는 영원하기 때문입니다.입지의 영향력은 강남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강남이라도 다 같은 강남이 아니라는 듯 입지에 따라 명확히 성적표가 갈린 것입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최근 가격이 연초에 비해 약 3억원 하락했다고 합니다. 8학군이 위치한 강남4구는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부동산 시장의 믿음이 깨진 것입니다. 제주도 영어교육도시에 미국형 기숙학교인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가 설립되자 많은 분이 이곳으로 자녀를 보내면서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한 여파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강남4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서초나 강남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학군은 물론 교통망과 인프라, 자연환경 등 입지 조건을 고루 갖췄기에 '똘똘한 한 채'를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당장은 서초와 강남, 용산, 성수동 서울숲 주변 등이 오브제에 걸맞은 입지를 갖췄습니다. 재건축이 이뤄지면 목동과 잠실도 조건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경기도에서는 당연히 분당, 평촌, 일산,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가 똘똘한 한 채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는 지역입니다. 그중에서도 판교테크노밸리, 고양테크노밸리 등 주변에 고급 일자리를 여럿 둔 분당과 일산은 수도권에서도 유일하게 집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런 똘똘한 한 채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수도권은 물론 지방 대도시에도 오브제가 될 수 있는 도시계획을 병행해 국토 균형발전을 꾀해야 합니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집값의 양극화는 점차 심화할 것이고 주거 안정도 추구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