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장님 모시기' 전쟁…씬 파일러에서 러브콜 1순위로[긱스]

토스뱅크, '사장님 대출' 4000억
개인사업자 CB시장 경쟁도 격화
"대안정보 활용해 상환여력 심사"
사진=한경DB
개인사업자들은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고객군이 아니었다. 따박따박 월급을 받는 직장인 등과 달리 자영업자는 현금흐름이 다소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1금융권 대출이 거절되거나, 대출이 승인되더라도 한도나 금리 등의 조건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금융 혁신 가속화로 다양한 대안정보를 활용해 개인사업자의 현금흐름과 상환 능력 등을 가늠할 여러 기법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뿐 아니라 전통 금융사까지 ‘사장님 모시기’ 경쟁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자 금융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토스뱅크는 지난 2월 ‘사장님 대출’을 출시했다. 최저금리는 연 3%대, 최대 한도는 1억원으로 시중은행 상품보다 조건이 좋다는 평가다. 별도의 담보나 보증도 필요로 하지 않고 대출 절차도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지난달 기준 대출잔액이 벌써 4000억원을 넘어섰다. 토스뱅크가 개발한 신용평가모형을 바탕으로 대출을 내주고 있다.

케이뱅크도 지난달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손잡고 사장님 대출을 내놨으며, 카카오뱅크도 올해 안에 개인사업자 전용 여·수신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인터넷은행들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네이버페이 운영사인 네이버파이낸셜도 자사의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 대상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출 이외 분야에서도 자영업자를 겨냥한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개인사업자 전용 마이너스 통장을 선보였다. 핀테크 기업 핀다는 작년 말 비씨카드와 함께 가맹점 대출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용카드사들은 4대보험 납부 같이 개인사업자들이 주로 쓰는 영역에 혜택을 몰아주는 전용 카드를 줄줄이 내놓고 있다.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 시장도 격전지로 꼽힌다.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영업자의 추정 매출, 상환 의지와 여력 등을 판단한 후 금융사에 제공해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과정에선 매출이나 소득 같은 정형화된 데이터뿐 아니라 주요 비용 납부 정보, 고객 재방문율, 소비자들의 리뷰 등 다양한 대안정보가 활용된다.

2020년 신용정보법이 개정돼 기존 CB업이 개인·기업·개인사업자 CB업으로 세분화되고 진출 문턱이 낮아진 점도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인뱅과 핀테크, 카드사, 기존 CB사 등이 이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이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씬 파일러’로 꼽히던 자영업자 중에서 숨어 있는 우량 고객을 발굴하려는 금융권 혁신이 이어질 수록 개인사업자들의 금융 혜택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