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감세 vs 바이든의 증세…세금으로 물가를 잡는다고 ?

세금과 인플레이션

세금 올리면 가처분소득 감소
총수요 억제로 물가 잡힌다지만
단기적 효과 그칠 가능성 높아
장기적으론 공급 줄여 불황 초래

세금 낮추면 원가부담 하향
기업 투자·노동공급도 늘어나
물가압력 완화에 효과적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인플레이션 해법으로 ‘증세’를 들고나왔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열린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감세’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한국과 미국 경제는 5%대와 8%대 높은 인플레이션에 빠져 있는 상태다. 증세와 감세, 고(高)물가를 잡는 데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까.

물가 대책으로 떠오른 조세 정책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트위터에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싶은가? 가장 부유한 기업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게 하자”고 했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법인세율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8%대로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도 “억만장자가 교사와 소방관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불공정한 세제를 고쳐야 한다”며 증세 방침을 재확인했다.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은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이사회 의장)는 “법인세 인상 논의는 좋다. 인플레이션 완화도 중요하다. 그러나 둘을 엮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법인세 인상은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행보는 대조적이다. 돼지고기 대두유(콩기름) 등의 관세와 김치 된장 등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0%로 깎았다. 법인세율 인하도 검토 중이다. 일부에선 생산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소비자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증세는 공급 억제→물가 상승

증세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주장은 총수요 억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세금을 많이 부과하면 소비와 투자가 줄어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논리다. 미국 재무장관과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세금을 올려 수요를 줄이는 것은 아주 합리적”이라며 증세론을 지지했다.

그러나 증세는 수요만 억누르지 않는다. 공급도 억제한다. 법인세가 올라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생산 능력이 감소한다. <그림1>에서처럼 공급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조세 귀착 문제도 있다. 법인세가 오르면 기업은 세금의 일부를 소비자가격에 전가한다.

소득세 증세는 어떨까. 소득세를 높여 소비자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면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소득세 증세는 노동 공급을 줄이고, 이는 곧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또 근로자의 세금 부담이 커지면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면서 기업의 생산 비용이 커질 수 있다. 이 또한 공급을 줄여 물가를 압박한다.

감세는 공급 증가→물가 하락

감세 정책은 정반대 논리를 따른다. 법인세, 관세 등을 내리면 기업의 원가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세 부담이 줄면 투자를 촉진하고 생산 비용이 절감되면 총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그림2>와 같이 공급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소득세 감세도 노동 공급을 늘리고, 임금 인상 압박을 줄여 물가 압력을 낮출 수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공급 중시 경제정책’이 감세를 통해 물가 안정을 꾀한 사례로 꼽힌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소득세 최고세율을 70%에서 28%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46%에서 34%로 대폭 낮췄다. 1980년대 초 연간 15%를 웃돌던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그의 재임 기간 3~4%대로 낮아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연 20%대까지 올려 통화량을 줄인 영향이 크지만, 레이건 행정부의 감세 정책도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철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물가를 잡기 위한 증세는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심해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할 수단”이라며 “부작용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물가안정 대책은 감세”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