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경공매로 취득한 상가점포와 중복업종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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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어떤 업종을 선택하여 영업할 것인지는 개인적인 자유이지만, 집합건물 내에서의 여러 상가점포간에는 점포간 중복업종을 금지하거나 아니면 특정업종으로 한정하여 영업을 하는 식으로 업종제한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판례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업종제한의 시도를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이 치열해지거나 업황이나 주변상권 등의 변화로 인해 같은 상가 내에서 같은 업종의 영업이 이루어지거나 지정된 업종을 위반하여 영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영업제한약정이나 규약을 위반하여 영업한 자의 영업행위를 중지해 달라는 재판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소송유형을 실무상으로는 “중복(동종)업종금지” 내지 “경업(競業)금지” 재판이라고 부른다.
상가업종제한의 법적인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는데, ① 첫 번째는 상가건물 분양 당시 분양계약서상에 기재된 “지정업종준수” 내지 “중복업종금지”에 근거한 것이고, ② 두 번째는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고 함)에서 정하는 (관리)규약에 근거한 제한이다. 상가의 경우마다 업종제한의 근거가 다를 수 있는데, 분양계약서와 규약 둘 중에 하나만에 근거를 둔 경우, 분양계약서와 규약 모두에 업종제한이 있는 경우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고 있다. 업종제한이 있는 상가 내 점포가 일반매매가 아닌 경매나 공매로 이전된 경우 이를 취득한 자나 그로부터 다시 임차받은 자도 업종제한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일까? 위에서 본 업종제한의 두가지 근거에 따라 나누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분양계약에 따른 업종제한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적으로는 경공매의 경우에도 업종제한이 가능할 수 있지만, “업종제한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일반 매매 보다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아래 대법원 2004다44742 판결은, 경매로 취득한 점포의 업종제한의무를 부인하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취득원인이 “경매”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① 1층 전체가 전혀 분양이 되지 아니하여 상가 전체에 '업종제한'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다는 점, ② 피고 전00가 낙찰받을 당시 경매절차에서 업종지정이 되어있음이 조사된 바가 없다는 점 ③ 상가 내 제정되어 있던 관리규정의 내용조차 '1층에서 가구점영업이 금지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내용이 명확치 않다는 점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론으로 보인다.


★ 대법원 2007. 11. 30.선고 2004다44742 영업금지 등
가.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주식회사 00건설(이하 ‘00건설’이라 한다)은 원고들을 비롯한 가구류 상인상조회 회원들에게 이 사건 건물 중 지하 1층 상가를 가구류 판매시설로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하면서, 장차 나머지 상가에 대해서는 이와 중복되지 않는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함으로써 지하 1층의 영업권을 보호하기로 약정한 사실, 00건설은 이 사건 건물 중 지상 1층 상가는 의류, 잡화 판매시설 및 약국, 은행업무시설 등으로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하려 하였으나 전혀 분양되지 아니하여 지상 1층 상가를 임대하는 등으로 관리하여 오던 중 피고 전00가 위 지상 1층 상가를 낙찰 받아 소유권을 취득한 사실, 피고 전00가 위 지상 1층 상가를 낙찰 받을 당시 경매절차의 현황조사 및 감정평가 과정에서 이 사건 건물 중 상가에 관하여 업종지정이 되어있음이 조사된 바가 없고, 당시 이 사건 건물 중 상가의 입점상인들과 오피스텔의 구분소유자들이 함께 제정한 1995. 12. 5.자 상가․오피스텔 관리규정(이하 ‘이 사건 관리규정’이라 한다)에는 ‘지상 1층: 판매시설. 단, 음식물 먹을 수 있는 업종은 일절 할 수 없다. 지하 1층: 가구전용으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지상 1층에서 가구점영업이 금지되었는지 여부가 관리규정 내용 자체만으로는 명확하지 않았던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건축회사가 상가를 건축하여 각 점포별로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하는 경우, 지정업종에 관한 경업금지의무는 수분양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분양자인 건축회사에도 적용되고(대법원 2006. 7. 4.자 2006마164, 165 결정 참조), 점포별로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한 상가에서 분양되지 아니한 채 분양자 소유로 남아 있던 점포의 소유권을 특정승계한 자 또는 그로부터 임차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가의 점포 입점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나, 위와 같은 인정사실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의 경우에는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건물 중 지상 1층 상가를 낙찰 받은 피고 전00가 위와 같은 업종제한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 전00에게는 위 업종제한 약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 원심판결의 이유에서 설시한 내용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점이 없지는 않으나, 이 사건 업종제한 약정의 효력이 피고 전00에게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업종제한 약정에 기한 영업금지청구권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이 판결은, 이러한 업종제한규정에 대한 효력이 ‘수분양자의 특정승계인이나 임차인에 대해서도 상호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기존 대법원논지를 견지하면서, 해당 사안의 경우에는 '경매로 낙찰받은 피고 전00가 위와 같은 업종제한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함이 마땅하다.


★ 광주고등법원 2004나10106 가처분이의 (상고심 심리불속행기각으로 확정)
… (1) 주식회사 라0건설과 동0주택건설 주식회사(이하, 두 회사를 합하여 ‘분양회사’라 한다)는 1991.경 광주 서구 00동 930-1 0000아파트 제상가동 철근콘크리트조 슬래브지붕 3층 상가(이하, ‘이 사건 상가’라 한다)의 각 점포를 분양하면서 이 사건 상가 내의 각 점포는 입찰 및 계약시 지정한 업종 이외의 다른 업종을 영업할 수 없다는 취지를 공고하였다. … 채무자는, 정00이 제226호를 경매를 통해 취득하여, 업종을 제한하는 내용의 분양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므로, 그 승계인인 채무자에게는 업종제한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경매는 매매의 일종이므로 정00 및 그 승계인인 채무자도 제226호의 수분양자 지위를 양수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채무자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 광주고등법원 2007나6108 영업금지 (상고심 심리불속행기각으로 확정)
… 피고 정00은, 자신이 이 사건 피고점포를 경매로 취득한 것일 뿐 김00으로부터 양수한 것이 아니고 또 위 피고점포를 피고 정진0과 공동으로 운영한 사실도 없으므로 자신에 대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피고가 이 사건 피고점포를 경매에 의하여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 역시 업종 제한 등의 의무를 부담하는 점포의 양수 또는 승계에 해당하며, 나아가 위 피고가 피고 정진0과 함께 실제로 위 슈퍼마켓 영업을 직접 영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로서는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영위하게 해서는 안될 의무 또한 부담하고 있는 것이므로,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07가합1554 영업금지 (항소심 기각, 상고심 심리불속행기각으로 확정)
… (1) 피고들은, 원고 김00이 임의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302호 점포를 낙찰받았을 뿐, 시행사 또는 원래의 수분양자로부터 순차적으로 피아노학원의 독점영업권을 양수하지 않았으므로, 원고 김00은 피고들을 상대로 영업금지를 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임의경매절차를 통하여 상가점포의 구분소유권을 양수한 자는 업종제한의무의 존재 및 경업금지업종에 대하여 몰랐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가의 점포입점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피고 정차선에게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


한편, 분양계약이 아니라 집합건물 관리규약상에 중복업종제한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일반 매매와 달리 적용될 여지가 전혀 없다. 분양계약에 따른 업종제한과 달리 집합건물법상 규약은 법에서 인정한 자치규범으로서 규약제정에 동의하지 않은 소유자, 임차인 등 모두에게 강제되는 속성 때문이다. 다만, 집합건물법상의 제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규약은 이를 동의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무효이기 때문에 경공매 점포취득자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이 문제는 점포취득 원인이 일반매매인지 경공매인지에 따른 차이는 아니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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