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적절한 계약서작성,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최근 실시된 사법제도 신뢰도 조사에서 조사대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최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우리의 낮은 계약문화를 가장 중요한 이유로 보고싶다.
부동산법을 전문으로 하는 필자의 특성상 분쟁이 되는 거래규모는 최소 수천만원 이상인데, 참 의아한 것은 계약서작성에 들이는 노력이 대부분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다. 계약서라는 것은 당사자간의 합의를 문서로 표현한 것으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분쟁해결의 근간이 되는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동산거래계약서가 매우 허술하게 작성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시중에 표준계약서라는 형식으로 유통되는 계약서를 사용하면서, 기재된 내용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채, 계약서 빈 공란에 대금, 기간 등 중요항목만을 메꾸는 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해당 계약에 맞는 적절한 계약문구가 누락되는 경우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실제 의도하고자 했던 내용이 인쇄된 문구의 내용과 충돌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계약서를 아예 작성하지도 않은채 금액을 수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들어, 아파트 매매를 협상하다가 매매금액을 정한 후 계약서 작성 없이 일부 대금만 수수하는 식이다. 이런 상황은, 대금의 10% 정도가 아니라 그 보다 적은 금액만을 수수하면서 많이 발생한다. 뭔가 거래과정에서 돈은 일부 건너갔지만, 정작 합의내용을 담은 계약서 작성은 하지 않은 채 나중으로 미루어버리는 것이다. 구두상으로 매매대금을 5억원으로 정하고, 그 금액의 10%인 5천만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해야 하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당장 5천만원 지급이 되지 않은 채 일부 금액인 5백만원만을 수수하면서 계약서 작성은 생략하는 식이다. 하지만, 그후 계약서를 작성하기 이전에 어느 일방이 변심해서 계약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게 되었다면, 분쟁해결이 매우 복잡해 질 수 밖에 없다. 위약금이나 해약금으로 정한 계약금 액수가 5백만원인지 아니면 5천만원인지에 대한 논란에 앞서, 일단 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 자체부터 논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의 성립을 부인하는 측에서는 수수된 돈을 계약성립을 위한 보관금의 형식으로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결국, 분쟁없는 안전한 거래를 위해서는 중요한 계약내용을 분명한 문구로 계약서화하는 자세가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계약문화의 정착이 없다면, 올바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법부에게 솔로몬의 지혜를 달라고 다그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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