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섣부른 갭투자, 범죄행위될 수도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세입자 임대차보증금과 임대차목적물의 시가 차이가 근소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그 차액 상당의 소액투자금 정도만으로 부동산을 매수한 후 향후 부동산 시세상승의 기회를 노리는 투자를 통상“갭투자”라고 부른다. 이런 갭투자는 거액의 부동산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어, 임대차보증금과 시가 차이가 작은 주거용 건물이 투자대상의 물망에 오르게 된다. 한때 부동산 특히 주거용 건물의 가격상승에 편승하여 이런“갭투자”가 성행한 적이 있는데, 부동산 가격상승세가 꺾이면서 갭투자로 인한 세입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고, 심지어 최근에는 갭투자 목적으로 한 사람이 매수한 수도권 아파트 수십 채가 한꺼번에 경매로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향후 시세가 상승할 것이라는 막연하고 순진한 기대만으로 시세가 하락할 때 어떻게 세입자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을지조차 제대로 고려하지도 않은 채 무작정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시세 하락할 때를 대비하여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의도로 미리 치밀한 대책까지 세우고 투자하는 부도덕한 사람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시세하락이 개인적인 투자실패의 문제를 넘어, “사기”라는 타인에 대한 범죄행위에 해당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최근 필자는, 이런 갭투자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세입자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임대인을 사기죄로 고소하게 되었다. 세입자 보증금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안되면 소액투자금만 손해 보면 그만’이라는 막무가내식 투자를 근절하는 차원에서 고소내용을 소개한다. 고소인은 2017. 6.경 신축빌라 특정호실의 소유자인 정모씨와 임대차보증금 234,000,000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입주를 앞두고 갑자기 해당 임대차목적물의 소유권이 매매대금 240,000,000원에 장모씨 앞으로 이전된다. 임대차승계를 믿고 당시에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않았지만, 입주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장모씨에게 연락하는 과정에서 해당 임대차목적물이 갭투자 대상임을 직감하게 된다. 집주인 장모씨는 보증금을 자진해서 반환할 의사가 전혀 없었고,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근저당권자를 박모씨로 하는 채권최고액 1억9,500만원의 후순위 근저당권까지 설정되어 있어 가뜩이나 집시세가 기존 보증금인 234,000,000원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후순위저당권 때문에 다른 세입자 구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장모씨는 위 임대차목적물 뿐 아니라 다른 빌라호실에도 동일한 수법으로 갭투자하고 있었다. 다른 빌라호실 역시 돈 한 푼 없이 기존 임대차보증금만을 끼고 부동산을 매수한 후 후순위저당권을 설정하였고 게다가 가압류등재까지 되면서 채무관계를 복잡하게 보이려한 점, 그 집 세입자 역시도 보증금반환을 받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점 등이 고소인의 경우와 거의 유사하였다.

최근 화제가 된 화성 동탄 사건의 경우, 아파트 57채를 갭투자로 사들인 한 건물주의 물건이 대거 경매로 나오면서 세간에 알려진 사연인데, 대항력있는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때문에 대부분 (잉여가능성 없는 이유로) 경매신청이 기각 또는 취하로 결론이 나면서 임차인들이 난감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모두 대동소이한 구조인 셈이다.

이런 갭투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시에는 결과적으로 엄청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성공투자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자금력 없는 건물주(임대인)의 경우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게 되어 큰 실패로 이어지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애초부터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채 그 집을 세입자에게 시세 이상으로 떠넘기겠다는 의도로 갭투자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장모씨의 투자 역시도 애초에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던 사기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 한편, 이 사건의 경우를 비롯해서 갭투자의 많은 경우에 세입자 보다 후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고 있는데, 아마도 그 목적은 향후 시세 하락으로 기존 세입자 보증금 정도의 세입자마저 구하기가 어렵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후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두면 임대인의 복잡한 채무문제로 인해 후순위 근저당채무변제가 어렵고, 후순위근저당권이 말소되지 못하면 다른 세입자 구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세입자들이 가지게 되면서, 세입자로서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임대인으로부터 울며 겨자 먹기로 해당 임대차목적물을 시세 이상의 금액으로 인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으로 짐작된다. 이 때문에 후순위 근저당권은 이런 계산 하에 임대인과 통모한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동탄 아파트의 경우에도 전세만료기간이 다가오는 시점에 건물주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후순위 근저당권자의 신청으로 경매가 진행된 것인데,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때문에 경매진행이 힘들 것이 충분히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일괄적으로 경매를 신청한 점은 바로 이런 노림수 때문으로 짐작된다). 결국, 이와 같은 허위 후순위 근저당권 설정은 자신의 투자실패에 따른 책임을 세입자에게 떠넘기기 위한 교묘한 술책일 수 있는데, 갭투자의 사기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자칫 자승자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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