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반려견을 이유로 한 임대인의 임대차계약 이행거부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임대차계약체결 당시 알지 못했던 반려견 3마리 사육을 이유로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임대차계약 이행을 거부하면서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사건의 판결을 소개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5. 30.선고 2017나63995 계약금반환 청구 판결이다. 1,2심 재판부 공히 임대인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였는데, 500만 원 배상을 인정한 1심 판결과 달리 2심 판결에서는 700만 원이 증액된 1,200만 원이 인정되었다.

우선,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2017. 2. 16. 피고들로부터 별지 목록 제1항 기재 건물 중 제401호(이하 ‘제1 건물’이라 한다)를 보증금 4억 원, 기간 2017. 3. 30.부터 2019. 3. 29.까지로 각 정하여 임차하고, 같은 날 피고들에게 계약금으로 4,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나. 위 임대차계약서 제7조는 ‘……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 원고는 반려견 3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피고들은 이러한 사실을 위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 알게 되었고, 이에 2017. 2. 28. 원고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반려견들과 함께 거주하는 조건인 이상 원고에게 위 건물을 인도할 수 없다. 계약금을 수령할 계좌번호를 알려 주지 않으면 이를 공탁하겠다.’라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으며, 위 통지는 그 무렵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라. 피고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년 금 제4998호로 원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위 계약금 4,000만 원을 공탁하였고, 원고는 2017. 3. 17. 위 공탁금을 수령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한 법원 판단은 다음과 같다.


가. 청구원인에 관하여
1)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 채권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이행기 전이라도 이행의 최고 없이 채무자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채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는지 여부는 채무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5다6333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이 2017. 2. 28. 위 임대차계약상 임대인으로서의 목적물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는 이를 이유로 피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다.
2) 원고는, 피고들의 위 2017. 2. 28.자 통지는 이를 해약금에 기한 해제의 의사표시로 보아야 하는바, 그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위 임대차계약서 제6조에 따라 위 계약금 4,000만 원의 2배인 8,000만 원을 상환하여야 함에도 4,000만 원만을 상환하였기 때문에, 피고들은 나머지 4,000만 원을 상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계약의 해제권은 형성권으로, 해약금에 기한 해제가 그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사표시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그 의사표시와 동시에 해약금을 상환하거나 적어도 그 이행의 제공을 하여야 하는바(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33612 판결 참조), 피고들이 해약금을 상환하지 않은 채 해약금에 기한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그 의사표시에도 불구하고 해제로서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뿐이지, 이로 인해 피고들에게 해약금을 상환할 의무가 발생한다고는 볼 수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들의 주장에 관하여
피고들은, 위 임대차계약상 원고가 반려견 3마리를 기른다는 사실을 고지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는바, 원고의 이러한 고지의무위반 또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를 그 원인으로 하여 위 임대차계약을 해제한 것이기 때문에, 이행거절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거래에 있어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며, 그와 같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직접적인 법령의 규정뿐 아니라 널리 계약상, 관습상 또는 조리상의 일반원칙에 의하여도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4다48515 판결 참조).
을 1호증에 의하면, 위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피고 김00가 ‘몇 명이 거주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원고가 ‘2명’이라고 답하였고, 다시 피고 김00가 ‘집이 넓은데 2명만 거주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원고가 ‘그렇다.’라고 답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위 임대차계약서상 반려견에 관한 기재는 전혀 없고, 피고들이 위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공인중개사 조00 또는 원고에게 ‘반려견을 기르지 않는 것이 위 임대차계약의 조건’임을 고지하거나 하지는 않은 점(갑 4호증, 을 1호증), ② 위에서 본 피고 김00의 질문에 ‘반려견과 함께 거주하는 것이냐?’라는 취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운 점, ③ 현재 사회통념상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과 같은 공동주택이라 하더라도 반려견을 기르는 것이 터부시되지는 않는바, 하물며 위 건물은 다가구주택으로 건축법 및 건축법 시행령상 단독주택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건축법 시행령 별표 제1호 참조), ④ 원고가 기르는 반려견이 3마리이기는 하나 모두 소형견인 점(갑 3호증)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 및 을 2, 3, 4호증만으로는 위 임대차계약상 원고에게 반려견 양육에 관한 고지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고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 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다275402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기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들은 위 임대차계약의 이행을 거절한 다음 2017. 4. 20. 정00에게 위 제1 건물을 보증금 4억 원에 임대하면서 특약사항으로 ‘임차인은 임대차기간 중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기로 함’이라고 정하였는바(을 5호증), 피고들은 성향상 반려견을 좋아하지 않아 위 임대차계약의 이행을 거절한 것일 뿐, 보증금 증액 등과 같은 다른 목적으로 그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는 2017. 3. 17. 서00으로부터 별지 목록 제2항 기재 건물 중 4층 부분(이하 ‘제2 건물’이라 한다)을 보증금 3억 4,000만 원에 임차하였는바(갑 5호증, 을 9호증),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 시점, 그 보증금의 액수 등의 측면에 있어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해 수고를 들인 것 외의 손해를 원고가 입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③ 원고는, 위 제2 건물의 위치가 원고가 원하던 위치가 아니라고 주장하나, 갑 7, 8호증만으로는 위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④ 원고는, 1㎡당 보증금의 액수가 위 제2 건물이 위 제1 건물보다 다액이라고 주장하나, 위 제1 건물의 1㎡당 보증금의 액수는 3,800,475원(= 400,000,000원 ÷ 105.25㎡, 원 미만은 버림, 이하 같다)이고, 위 제2 건물의 1㎡당 보증금의 액수는 3,600,932원(= 340,000,000원 ÷ 94.42㎡)으로 오히려 위 제1 건물이 다액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임대차계약상 손해배상예정액 4,000만 원은 과도하다고 보이므로 이를 그 30%인 1,200만 원으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결국 법원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소형견 3마리를 기른다는 사실이 사회통념상 고지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이유로 한 임대인의 일방적인 이행거부는 임대차계약 위반으로 판단하였다. 다만, 임대인의 이행거부가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고 임차인에게 큰 손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계약금 상당 손해배상예정액으로 정해진 4천만 원에서 대폭 감액한 1,200만 원만을 배상액으로 인정하였다(4천만 원의 손해배상예정에도 불구하고 500만 원만을 인정한 1심 판단은, 소송비용 등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적은 금액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위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만약 임대인이 임대차목적물 내에 반려견 사육을 희망하지 않는다면 이를 미리 계약문구로 명시하는 것이 분쟁예방을 위해 바람직할 수 있었다. 결국, 지금의 우리 부동산 계약문화는 지나치게 단조롭고 성급하면서 불합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 정확히 10년 6개월 전에 필자가 작성한 유사칼럼을 소개하는 것으로, 우리 계약문화의 더딘 개선에 대한 답답한 마음의 표현을 갈음하고자 한다.


-- 필자가 상담한 사례 중에는, 아파트가 세입자에 의해 깨끗하게 사용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어린 자녀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어린 자녀가 2명이나 있는 가정이라는 이유로 임대인이 잔금수령과 아파트명도를 거부해서 결국 소송으로 이어진 건이 있었다. 이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임차인에게 어린 자녀가 있는지 여부는 집이 제대로 관리될 수 있는 요소로써 임대인에게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이었고 이 점에 대해 분명히 계약당시에 임차인에게 확인까지 했는데, 임차인이 이 부분에 대해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 자녀가 없을 것이라는 조건이 과연 계약의 내용인지, 또 중요한 부분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른 판단이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이 임대인의 경우에는 “---세 이하의 자녀가 없을 것” 이라는 문구나, “---세 이하의 자녀가 있을 경우에는 계약을 취소한다”는 문구를 계약서상에 명시해 두는 것이 꼭 필요하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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