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건설 法테크] 남의 땅을 빌려 건물 지은 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 심층 분석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남의 땅을 빌려 건물을 지어 장사하다가 임대차기간(보통 5년 이상 장기임)이 만료되면 건물을 토지소유자에게 넘겨주는 방식의 임대차가 한때 성행하였고, 지금도 더러 이용되고 있다.

과거 나대지 소유자에게 토지초과이득세(지금은 폐지됨)를 부과하자 건물을 짓는 방편으로, 임대를 하면서 임차인에게 건물을 짓게 하고 기간이 만료되면 건물은 임대인이 차지하곤 했다. 이런 경우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약으로 건물소유권을 처음부터 임대인에게 이전하거나, 임대기간 만료시 임대인에게 이전하고, 임차인은 일체의 권리주장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특약을 기재한다. 그런 특약이 있다 보니 임차인으로서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들여 건물을 지었지만 임대기간 만료시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임대인에게 넘겨주고 나와야 했다.

보통 5년 이상 임대기간을 정하는 것은 그 기간이면 장사를 해서 투자금을 만회하고 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인데, 생각대로 장사가 안 돼 투자원금도 건지지 못한다면 임대인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 처한 임차인의 억울함을 풀어줄 방법이 없을까? 계약에서는 분명히 건물에 관한 모든 권리를 임대인에게 넘겨주었거나, 넘겨주겠다고 약속했으므로,'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법언상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민법은 이런 임차인에게 구세주 같은 조항을 두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地上物買受請求權)이다. 즉 "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 또는 식목, 채렴, 목축을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의 기간이 만료한 경우에 건물, 수목 기타 지상시설이 현존하는 때에는 임차인은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고, 임대인이 계약의 갱신을 원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당한 가액으로 위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643조, 283조).

지상물매수청구권은 이른바 형성권(形成權)으로서 그 행사로 임대인·임차인 사이에 지상물에 관한 매매가 성립하게 되며, 임차인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에는 임대인은 그 매수를 거절하지 못하고, 이 규정은 강행규정(强行規定)이므로 이에 위반하는 것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그 효력이 없다(대판 94다34265 등). 따라서 임차인으로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지상물에 대해 임대인과 어떠한 불리한 특약을 하더라도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어 매수청구를 하면 그 당시의 시가(時價)만큼은 임대인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음이 원칙이다.

그 외 법정지상권도 15년 또는 30년 존속기간 경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2년분 이상의 지료를 연체하면 지상물매수청구권은 소멸한다.(서울중앙지법 2002나61872 판결, 대법원 93다10781 판결),
또한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계약의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지상건물 소유자가 임대인에 대하여 행사하는 지상물매수청구권은 매수청구의 대상이 되는 건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도 인정된다.(대판 2007다4356) 이 경우에 그 건물의 매수가격은 건물 자체의 가격 외에 건물의 위치, 주변 토지의 여러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매수청구권 행사 당시 건물이 현존하는 대로의 상태에서 평가된 시가 상당액을 의미하고, 여기에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이나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금액을 매수가격으로 정할 것은 아니다. 다만,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지상건물 소유자가 위와 같은 근저당권을 말소하지 않는 경우 토지소유자는 민법 제588조 에 의하여 위 근저당권의 말소등기가 될 때까지 그 채권최고액에 상당한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지상물매수청구권은 만능이 아니다. 임차인의 차임연체(3기연체)나 무단양도나 무단전대 등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에는 지상물매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대판 2003다7685) 또한 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을 배제하는 내용의 제소전 화해조서가 성립되면 역시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요즘은 법원의 거부로 이런 내용의 제소전 화해조서는 받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상물매수청구권 포기특약이 유효할 수도 있다. 즉 임차인이 증개축한 시설물과 부대시설을 포기하고 임대차 종료시 현상대로 소유권을 임대인에게 귀속시키기로 한 후, 그 대가로 임대차보증금과 월임료를 파격적으로 저렴하게 하고, 임대차기간도 장기간으로 약정하기로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면 지상물매수청구권의 포기특약이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유효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대판 81다1001).

매수청구의 대상이 되는 건물에는 임차인이 임차토지상에 그 건물을 소유하면서 그 필요에 따라 설치한 것으로서 건물로부터 용이하게 분리될 수 없고 그 건물을 사용하는 데 객관적인 편익을 주는 부속물이나 부속시설 등이 포함되는 것이지만, 이와 달리 임차인이 자신의 특수한 용도나 사업을 위하여 설치한 물건이나 시설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판 2002다46003 등).

불과 4일만에 건축된 조립식 건물 등 쉽게 철거할 수 있고 재활용도 가능해 사회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하지 않는 건물에 대해선 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다.(대구지법 김천지원 2010가단5003 판결)

또한 매수청구권의 대상이 되는 건물이 토지의 임대목적에 반하여 축조되었거나, 임대인이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가의 것이라면 매수청구권 행사가 제한된다.(대판 93다34589) 위 김천지원 판결은 “건축물대장에 단층창고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2층 건물의 형태를 띠고 있는 B씨의 건물은 A씨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예상할 수 없었을 정도의 고가의 지상물로 보이므로 B씨는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라고도 판단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토지 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토지 임대행위를 한 때에는 그 제3자가 토지 소유자를 적법하게 대리하거나 토지 소유자가 그 제3자의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하는 등으로 임대차계약의 효과가 토지 소유자에게 귀속된 경우에 한해 토지 소유자가 임대인으로서 지상물매수청구권의 상대방이 된다"며, "이처럼 토지 소유자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이 아닌 토지 소유자는 직접 지상물매수청구권의 상대방이 될 수는 없다"고 보았다.(2014다72449)


그리고 지상물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임차지상의 건물에 대하여 매수청구권 행사 당시의 건물시가를 대금으로 하는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지, 임대인이 기존 건물의 철거비용을 포함하여 임차인이 임차지상의 건물을 신축하기 위하여 지출한 모든 비용을 보상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토지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 규정은 성질상 토지의 전세권에도 유추 적용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 매수청구권은 토지임차권 등이 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 등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기간이 만료되어야 하고, 건물 기타 지상시설이 현존하여야만 행사할 수 있다(대판 2005다41740).

한편 임차인으로부터 지상건물을 양수하거나 임차한 자가 건물주인 임차인을 대위하여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고(대판 93다6386), 토지소유자가 임대 토지를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에는 신소유자에게 매수청구를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대판 76다702), 임차인이 그 지상건물에 대해 임대인 명의든 임차인 명의든 소유권보존등기를 하면 임차권에 대항력이 생겨 신소유자(낙찰자 포함)에 대하여도 매수청구를 할 수 있다(대판 75다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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