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부동산공동개발 과정에서 빚어진 투자자들간 갈등에 얽힌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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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필자는, 서울 도심의 여러 필지 토지를 공동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의 일방을 위해 법적 자문을 해주고 있는데, 최근에 흥미진진한 사건이 있어 소개한다. 의뢰인과 분쟁상대방은 각자 보유하던 총 5필지의 토지를 공동개발하기로 하고 통일적인 업무추진을 위해 “모 개발”이라는 기타단체를 만든 후, 5필지의 사업부지를 모개발 앞으로 이전등기하고, 그곳에 신축건물을 짓는 사업을 시작했다. 전체 토지면적에서 의뢰인이 60%, 상대방이 40% 정도를 보유했던터라, 모 개발의 대표는 의뢰인이 맡되, 감사를 포함한 총 임원 5명 중 3명을 상대방과 상대방의 측근이 맡았다. 의뢰인이 대표로 집행권한을 가지되, 상대방은 대표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감사와 임원 과반수를 통해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도록 정한 것이다.
그런데, 사업진행 도중 양측간에 다툼이 발생하면서 상대방이 임시총회를 소집요청한 후 일방적으로 대표인 의뢰인의 해임 안건을 총회에 상정해 버렸다. 당초 의뢰인은, 해임사유가 없을 뿐 아니라 전체 사업부지 중 과반이 넘는 60%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가볍게 생각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이 단체의 내부규약에 따르면 대표를 비롯한 임원의 해임에 대해 ‘기타단체원 과반수 또는 재적임원 과반수의 발의로 소집된 총회에서 재적기타단체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기타단체원 2/3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정하고 있다. 임원 해임을 포함한 총회의사결정에 있어 사업부지 면적 그 자체보다는 기타단체원의 수가 중요한데, 규약 내용에 따르면 의뢰인에게 불리할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 ★ 규약 8조 기타단체원의 자격 등
1. 기타단체원은 사업시행구역 안의 토지소유자로서 본 사업결의에 동의한 자로 한다.
2. 동일인이 2개 이상의 토지를 소유하는 경우에는 그 토지의 수에 관계없이
1인의 기타단체원으로 본다.
3. 하나의 소유권이 수인의 공유에 속하는 때에는 그 수인을 대표하는 1인을 기타단체원으로 본다.
A, B, C, D, E라는 총 5필지의 사업부지 중, A, B, C는 의뢰인측이, D, E는 상대방측이 소유하고 있었다. 토지 D는 감사인 상대방 본인, 토지 E는 그 사람의 동생 명의로 되어 있어 규약에 따른 상대방측 기타단체원 수가 2인이라는 점에는 해석상 의문이 없다. 문제는 의뢰인측이 보유한 A, B, C 토지에 관련된 기타단체원 수가 몇 명인지였다. A, B, C 토지는 어느 개인이 아니라 의뢰인 가족들 공동소유였는데, 상속을 거듭하면서 필지별 소유자가 30명 남짓이었다. 예를 들어, A토지도 1부터 30까지의 소유자가 공동소유하고, B, C 토지 역시 이런 식으로 30명 남짓한 가족소유였던 것이다.
그런데 토지의 공유자가 수십 명에 이르다보니 소유자 파악에 착오가 발생했다. 상대방은 A, B, C 토지의 소유권을 모두 동일하게, 즉 A토지 소유권을 1부터 30이 가지고 있고, B, C 토지 권리관계 역시 A토지와 그대로 동일하다고 판단했는데, 이런 전제라면 의뢰인 가족이 상대방에 비해 보유하는 해당 사업부지의 필지 수가 많고 면적도 넓지만 기타단체원의 수에서는 A, B, C 토지 통틀어서 기타단체원을 1인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동일인이 2개 이상의 토지를 소유하는 경우에는 그 토지의 수에 관계없이 1인의 기타단체원으로 본다“는 규약내용 때문이다. 이는 판례에서도 그대로 인정되고 있다(아래 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타단체원 수에 관한 규약내용은 도정법의 관련규정을 그대로 준용한 것이어서, 도정법 관련규정에 대한 아래 판시는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두15852 판결[추진위원회해산신고수리처분취소]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9호 (가)목, 제17조, 같은 법 시행령(2008. 12. 17. 대통령령 제211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 제1항 제1호 등 관계 법령의 내용과 체제 등에 비추어 볼 때, 토지의 필지별 또는 토지·건물의 소유자, 공유자가 서로 다를 경우에는 각 부동산별로 1인이 토지등소유자로 산정되어야 하고, 동일한 공유자가 서로 다른 필지의 토지 또는 토지·건물을 공동소유하고 있을 때에는 부동산의 수와 관계없이 그 공유자들 중 1인만이 토지등소유자로 산정된다고 해석된다.
상대방은 위 규약내용과 위 판결을 근거로 의뢰인측 기타단체원은 1인, 상대방은 2인이라는 전제하에, 기타 단체원 과반수의 발의로 소집하고 2/3 이상 결의로 대표해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위한 총회소집절차를 전격적으로 개시한 것이다. 법리분석 결과, 기타단체원 수를 정하는 위 규약과 도정법 규정은 한사람이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거나 같은 필지 토지를 여러 사람 앞으로 쪼개진 공유지분 모두 1인의 소유자로 취급하면서 다른 소유자와의 형평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무효로 보기는 어려웠다.
의뢰인으로는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보유 토지의 필지 수나 면적에서 상대방에 비해 모두 우월하지만 정작 중요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총회에서의 기타단체원 수 계산에서는 상대방의 50%에 불과한 취급을 받아 대표에서 해임되어, 수백억 원의 개발사업권의 주도권을 상실할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이었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중 천만다행히도, 그것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절묘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상대방 주장처럼 A, B, C 토지를 통틀어 기타단체원 1인이 되려면 세 필지 토지의 소유권이 모두 일치해야 했다. 확인을 위해 복잡한 등기부를 살펴 소유권관계를 정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의뢰인으로부터도 세 필지의 소유권이 가족 30명에게 동일하게 귀속되어있었다고 이미 들었던 터라 큰 기대없이 짚고 넘어간다는 마음으로 등기부를 열람분석했다. 그런데 뜻밖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A, B, C 토지소유관계가 완전히 동일하지 않고 토지별로 세밀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예를 들어, A토지가 1부터 30까지의 공동소유라면, B토지는 공유자 수가 총 30명이기는 하지만 A토지 공동소유자인 30이라는 사람 대신에 31이라는 사람에게 지분이 있었고, C토지는 30 대신에 32라는 사람이 지분을 가지는 식이었다. 모개발로 이전되기 이전에 일부 가족들간의 증여때문에 소유관계에 미세한 변동이 있었지만, 나이가 연로한 관계로 의뢰인은 이 사실을 간과한 것이었다. 상대방 주장처럼 A, B, C 토지 공히 1부터 30에게 귀속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고 변호사인 필자에게도 잘못된 사실을 전달한 것이었다. 의뢰인도 알지 못한 사실관계를 복잡한 등기부분석을 통해 자체적으로, 게다가 사건해결의 키가 될 수 있는 핵심적인 내용을 알아낸 셈이었다. 이런 소유관계라면, A, B, C 토지소유권은 동일한 사람이 여러 필지를 소유하는 구조가 아니라 토지 모두 소유자가 다른 경우이어서 의뢰인측 기타단체원은 총 3인이 될 수 있었다. 필자나 의뢰인 모두 감격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그 후 의뢰인은 보다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대응할 수 있었는데, 상대방에게 토지소유관계를 알리면서 총 기타단체원 수는 3명이 아니라 5명이며, 상대방측 기타단체원 2명이 총회소집을 발의한 것은 2/3 결의요건 이전에 발의부터가 과반수에 미치지 못해 부적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자신들이 임의로 정한 장소에서 총회를 개최하고 대표를 해임하는 결의까지 일사천리로 처리해버렸다. 필자 역시 의뢰인과 함께 통보받은 총회 일시, 장소에 참석하여 총회개최의 부적법성을 피력했지만, 상대방은 의뢰인측의 기타단체원 수가 1인에 불과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1인 이외 나머지 사람에 대한 회의장 입장조차 막아버린 채 대표 해임을 결의해 버렸다.
2019. 12.말 현재 필자는 의뢰인과 함께 상대방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총회결의가 무효이기는 하지만, 총회에서의 대표 해임이 유효하다는 전제하에 등기소나 세무서에 대표변경을 요구하는 상대방의 추가도발을 예상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일단 가처분재판을 제기했다. 재판에서의 쟁점은, 기타 단체원의 수 계산에서 의뢰인 가족이 3인으로 계산되는지, 아니면 1인에 불과한지인데,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을 총회결의 무효확인의 소와 같은 본안재판으로 하게 되면 1년 가까이나 걸리는 긴 시간이 필요해서 혼란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3개월 남짓한 기간에 결론을 얻을 수 있는 가처분신청절차를 선택했다.
한편, 필자에게는 위와 같은 분쟁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않은 의문이 있었는데, 과연 상대방이 기타 단체원 수 계산을 실수로 잘못 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무작정 밀어부친 것인지였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A, B, C 토지의 소유권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기타단체원 수는 3인으로 계산되는 것이 적법하고 그런 취지의 변호사 통고서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의뢰인 1표”를 전제로 대표해임 결의를 해 버린 상대방의 진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의문해소에 도움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총회 개최 하루 전 상대방측 이사 2명이 사임서를 제출한 것이다. 대표 해임 총회를 하루 앞두고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었지만, 총회 마친 후 이 사건을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상대방은 자신들의 표계산이 틀림없다는 전제하에 반대파인 대표를 해임하는 마당에 공동책임이라는 모양새를 갖추는 차원에서 자신들 이사 2명의 자진사임으로 처리한 것으로 짐작될 수 있었다. 기타 단체원 수에서 2/3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중에 필요하면 적절한 사람으로 이사를 메꾸면 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였다. 이는 결국, 기타단체원 수 계산에 있어 자신들의 계산법이 잘못될 수 있다는 생각자체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과도한 자신감의 표출이고, 향후 재판에서 우리 계산법이 타당하고 상대방이 잘못된 계산으로 판명되면 그 자체로 코메디인 셈이다.
게다가, 상대방측 이사 2명의 사임은 총회 이후 의뢰인에게 큰 호재가 될 수 있었다. 대표 해임결의가 무효인 상황에서, 상대방측 임원 2명의 사임으로 의뢰인측 임원은 2명인 반면 상대방은 감사 단1명이 되면서 이사회 구성마저 의뢰인이 장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규약에는 이사회 과반수 의결을 통해서도 임원해임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어, 상대방 임원 2명의 사임을 기화로 의뢰인은 즉각 이사회를 소집한 후 이번 사태를 초래한 상대방 본인인 해당 감사를 해임해 버렸다.
아무튼 이 사건은 참으로 특이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법리가 아니라 의뢰인도 잘 알지 못했던 사실관계를 꼼꼼히 살펴서 사건의 열쇠를 찾았을 뿐 아니라, 지나친 자신감으로 자멸해버린 상대방의 근자감(?) 때문이다. 의뢰인의 자문변호사 자격으로 참석한 필자의 회의장 출입조차도 막으면서 자신들의 적법함에 대해 목소리 높이던 상대방의 자만과 확신에 찬 태도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직 좀 이르기는 하지만, 의뢰인에게는 진심어린 축하를, 상대방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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