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임차권등기 후 전입한 임차인, 보호받을 수 있을까?
입력
수정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후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를 하게 되면 당초 취득했던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잃게 되므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요원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바로 임차권등기명령에 기한 임차권등기이다.
즉 임차권등기명령에 기해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당초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므로 임차인은 임차권등기가 경료된 후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더라도 임차주택을 취득한 제3자에게 자신의 보증금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할 수가 있다. 만약 임차주택이 경매절차로 인해 매각이 되는 경우에는 대항력을 행사하거나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도 있다. 여기서 만약 임차인(이하 제1의임차인이라 한다)이 임차권등기를 경료하고 이사를 한 후 새로운 임차인(이하 제2의 임차인이라 한다)이 전입한 경우에도 제2의임차인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경매사례: 양천구 목동 다세대, 사건번호 2020타경105149 참조)
이에 대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제3조의3 제6항에서 임차권등기가 끝난 주택을 그 이후에 임차한 임차인은 제8조에 따른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없다’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동법 제8조는 소액임차인의 보증금 중 일정액의 (최)우선변제권을 규정한 조항이다. 따라서 제2의임차인이 소액임차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최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위 제3조의3 제6항이 동법 제8조에 따른 우선변제권을 배제하는 규정만 두었을 뿐 대항력 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더불어 소액임차인이 아닌 임차인의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 인정 여부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제2의임차인에게 소액임차인으로서의 우선변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외에 다른 규정이 없으므로 제2의 임차인이 소액임차인이었을 경우의 대항력과 소액임차인이 아닌 임차인의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이 당연히 인정된다고 해석할 수 있으나 이게 그리 간단하게 다룰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규정 그대로만 따른다면 어느 주택 동일한 호수에 제1의임차인의 임차권 등기 후 제2, 제3 또는 그 이상의 임대차관계가 존재하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겠지만 임차주택의 담보가치나 이용가치 측면에서 볼 때 과연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무한정 인정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임차주택에 임차권 등기가 되어 있다는 것은 임대차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정도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음을 의미하는 것인데 그러한 임차주택에 제2, 제3의 임대차관계를 인정한다면 임차주택의 담보가치나 이용가치가 지나치게 확대됨으로써 임차주택에 불가피하게 얽힌 채권자나 임차인 등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될 수 있다.
반대로 임대인 입장에서는 기존 임차인과의 채무불이행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제2, 제3의임차인을 들이는 식을 반복하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더불어 하나의 임차주택의 전세 기준 임대가가 2억원이라고 할 때 임차권 등기된 주택에 제2, 제3의임차인을 인정한다면 당해 임차주택의 이용가치는 2억원이 아니라 4억, 6억원이 되기 때문에 임대인으로서는 2채, 3채를 보유하는 것과 같은 엄청난 혜택(?)을 받는 셈이 된다.
단지 임대차보호법의 법리적 해석에만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임차권 등기된 주택을 임차한 임차인에 대해서는 소액임차인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임차인에게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음을 명문화하여 주의를 환기시킴으로써 제2, 제3의임차인과 같은 피해자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명문 규정화하기 전에는 최소한 소액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을 제한하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규정을 유추하여 일반 임차인의 경우에도 우선변제권은 물론 대항력도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이웰에셋 이영진 대표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경매초보자를 위한 입문서 <손에 잡히는 경매> 저자
☎02)2055-2323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