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법정지상권 30년 기간 경과 후의 지상물매수청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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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달라 발생하는 건물철거분쟁 중 대표적인 쟁점이 바로 법정지상권이다. 부동산전문변호사로서 법정지상권 책도 저술했고 많은 분쟁도 다루어왔지만, 최근에 참 특이한 사건을 수임했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지, 성립한 법정지상권이 지료연체로 소멸하는지, 부담하는 지료는 얼마인지 정도가 일반적인 법정지상권 분쟁인데, 최근 수임사건은 법정지상권 성립 이후 지료연체 없이 30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토지주가 건물주 상대로 철거를 구하는 소송이었다.
★ 민법 제280조(존속기간을 약정한 지상권)
① 계약으로 지상권의 존속기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은 다음 연한보다 단축하지 못한다.
1. 석조, 석회조, 연와조 또는 이와 유사한 견고한 건물이나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30년
2. 전호이외의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15년
3. 건물이외의 공작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5년
성립된 법정지상권도 장시간이 지나는 과정에서 지료연체로 소멸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지료연체 없이 무려 30년이 흘러 지금에까지 이른 것이다. 해당 건물이 비록 노후되기는 했지만 서울 요지에 있어 부담하는 지료액수 이상의 활용도가 있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그 때문인지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30년 만기되기 무섭게 이 사건 철거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사건내용을 들은 첫 느낌은 한마디로 “달리 방법이 없지 않을까”였다. 건물의 사용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법에서 정한 30년간의 기간 동안 건물이 존치되어왔다면 철거는 불가피해보였다. 필자의 부정적인 답변에 의뢰인은 크게 낙담했다. 이미 다른 변호사를 통해 같은 취지로 상담받은 후에 일말의 가능성을 찾아 전문변호사인 필자를 찾은 것이라 실망이 더 크지 않을 수 없었다.
절박한 의뢰인의 표정을 보며 다른 방법을 고민하던 중, 묘안이 떠올랐다. 바로 “지상물매수청구권”이다.
★ 민법 제283조(지상권자의 갱신청구권, 매수청구권)
① 지상권이 소멸한 경우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이 현존한 때에는 지상권자는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지상권설정자가 계약의 갱신을 원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지상권자는 상당한 가액으로 전항의 공작물이나 수목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상대방의 건물철거 주장을 기각하는 측면에 매몰되면 달리 방법이 없다. 이런 관점에서는 “신의칙”, “권리남용”을 끌어들여 억지스러운 주장 정도 밖에 할 수 없다. 반면, 관점을 달리해서 “매수청구권”주장을 하게 되면, 건물을 상대방에게 매수하게 하여 건물가치를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우회적인 방법으로 의뢰인의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다. 필자의 아이디어에 의뢰인도 크게 기뻐했다. 수임을 요청받았지만 의문되는 한 가지를 리서치한 후에 최종적으로 수임결정하기로 했다. 민법상 지상권의 많은 규정이 판례상으로 법정지상권에도 그대로 유추적용되지만, 과연 지상물매수청구권도 그러할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리서치 결과, 직접적인 판례는 없었지만, 법리를 종합적으로 해석해보면 충분히 가능해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한 답변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아직 정확한 판례도 없고 필자 역시 첫 사건이라 어떻게 결론이 날지 너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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