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사랑' 각별했던 故 조양호 한진 회장…생전 작품 전시회

27일까지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 '일우스페이스'서 열려
사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진 작품 전시회 '故 일우 조양호 회장 추모 사진전'이 7일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의 문화 전시 공간인 '일우스페이스'에서 개최됐다. 한진그룹은 조 전 회장 추모사업의 하나로 마련한 이번 전시회를 '하늘에서 길을 걷다…하늘, 나의 길'이라는 주제로 오는 27일까지 3주간 진행한다.

전시회에는 조 전 회장이 생전에 촬영한 작품 45점을 비롯해 고인의 작품이 담긴 달력, 카메라, 사진집, 가방, 수첩, 여권 등 유류품도 함께 전시됐다.
이날 개막식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 사장 등 유가족과 그룹 전·현직 임원과 외부 초청 인사 등이 참석했다. 조 전 회장의 흉상 제막 행사도 열렸다.

조원태 회장은 인사말에서 부친인 조 전 회장과 함께 갔던 출장길을 떠올리며 "바쁜 와중에도 카메라를 챙겨 같은 풍경을 각자 다른 앵글로 담아내고, 서로의 사진을 보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눴던 일들 하나하나가 아직도 기억 속에 선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를 총괄 기획한 조현민 사장은 가족 추모사를 통해 "일과 가족밖에 몰랐던 아버님이 쉬시기 위해 어쩌면 이 지구가 너무 작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외부인사로 추모사를 맡은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회 부위원장은 "조 전 회장은 '일우'라는 당신의 호처럼 큰 집과 같은 분이었다"며 "돌아보면 삶의 중요한 궤적마다 회장님의 도움과 가르침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2019년 별세한 조 전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회사와 국내 항공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공헌한 인물이다.

그의 '사진 사랑'은 매우 각별했다. 중학생 시절 부친인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로부터 카메라를 선물로 받은 게 계기가 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국내외 출장뿐 아니라 길을 나설 때면 반드시 카메라를 챙겼고, 비행기나 자동차 창문 밖의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오면 셔터를 눌렀다고 한다.

"길 위에서 접하게 되는 풍경을 카메라가 담는 순간 무심한 자연도, 평범한 일상의 풍경도 보석 같은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는 게 사진 애호가로서 조 전 회장의 지론이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한다.

2009년 대표작 124점과 해설을 담은 사진집을 냈으며, 같은 해 유망한 사진작가를 발굴하고자 자신의 호를 따 '일우 사진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자신의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나 주한 외교 사절 등 국내외 지인들에게 선물해왔다.

사진을 취미활동뿐 아니라 경영에 접목하기도 했다. 카메라 앵글을 바꾸면 같은 사물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대표적인 경영철학 '앵글 경영론'을 통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 경영인이었다는 게 한진그룹의 설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