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건설 法테크] 부동산 매매계약 '자동해제·자동무효' 조항의 효력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 부동산 매매계약할 때 자동해제, 자동무효약정을 하는 경우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매매계약서에 ‘계약해제 조항’을 두어 “매매당사자 어느 일방이 자신의 귀책사유로 계약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면 계약금 상당액은 위약금으로 상대방에게 귀속된다”는 규정을 두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예컨대 매도인이 잔금지급시기에 매도용 인감증명서, 등기필증, 주민등록초본 등 소유권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여 약속한 날짜와 장소(보통 중개사무소)에 가서 매수인에게 제공을 했는데도 매수인이 아예 나타나지 않았거나 왔어도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그날이 지나면 매도인은 계약을 해제하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고 그 의사표시가 매수인에게 도달되면 계약은 적법유효하게 해제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매도인은 받은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자신에게 귀속시킬 수 있게 되겠지요.

그런데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일정한 시기까지 지급하지 아니하면 계약은 해제된 것으로 보거나 무효로 한다'라고 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것을 '자동해제' '자동무효' 조항이라고 하지요. 이러한 계약조항은 아파트 시행사가 지주들과 계약할 때 주로 삽입되는 조항인데, 시행사업을 하려면 토지매수, 사업승인 등의 절차가 수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계약서상 계약금 지급시기가 ‘사업부지 토지의 95%이상 매수시’, 잔금 지급시기는 ‘사업승인 후 1개월 이내’ 등으로 약정하게 됩니다.

이에 사업부지 소유자들로서는 시행사가 계약금이나 중도금, 잔금을 언제 줄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일부 소유자들은 지급날짜를 못박고 그때까지 지급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해제나 무효로 된다는 특약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지요.

참고로 자동해제, 자동무효가 된다고 지주들에게 반드시 유리한 건 아닙니다. 시행사로서는 사업승인을 받게되면 해제나 무효된 지주들을 상대로 주택법상 감정가격으로 매수하는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약정한 매매가격이 법원 감정가격보다 통상 높기 때문에, 소송으로 끝까지 가는 경우 지주에게 오히려 불리한 결과가 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자동해제, 자동무효약정만으로 바로 해제되고, 무효로 될까요.
그렇다면 계약서에 이런 자동해제, 자동무효조항이 있을 경우, 약정한 지급시기만 경과하면 따로 소유권이전서류 등의 이행제공이나 해제통지를 하지 않아도 바로 해제되거나 무효로 될까요.

여기서 매매계약서의 자동해제, 자동무효조항의 효력을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먼저 계약서에 매수인이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지급시기까지 지급하지 못하면 자동해제·자동무효된다는 규정이 있을 경우의 효력에 대해 살펴볼까요.먼저 ‘중도금’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매매계약에 있어 매수인이 중도금을 약정한 일자에 지급하지 아니하면 그 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 매수인이 약정한 대로 중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그 불이행 자체로써 계약은 그 일자에 자동적으로 해제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해 중도금 미지급 사안에서 자동해제조항이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88다카132 판결, 92다5928 판결 등)

다음으로 ‘계약금’과 관련하여, 울산지법은 “매수인이 계약금을 지급시기까지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해제조건의 성취로 보아 자동해제(무효)조항의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보았습니다.(울산지법 2015가합20328 판결 등)
판결 이유를 보면 매매대금 중 매수인의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지급할 의무는 잔금지급의무와 달리 매도인의 반대급부의무인 소유권이전서류 제공의무 등과 결부되지 않고, 매수인이 먼저 이행하여야 할 ‘선이행의무’인데, 선이행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해제나 무효의 효력이 바로 발생한다고 본 것입니다.

● 다음으로 계약서에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시기까지 지급하지 못하면 자동해제·자동무효된다는 규정이 있을 경우의 효력에 대해 알려주시죠.대법원은 "자동해제 약정이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의 잔대금지급의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매도인이 잔대금지급기일에 이행의 제공(소유권이전서류 제공)을 하거나, 기일에 못했다면 소유권이전서류 준비 후 다시 일정한 기한을 정해 잔금이행의 최고를 하여 매수인으로 하여금 이행지체에 빠지게 해야 비로소 해제된다"라고 판결했습니다.(91다32022 판결),
즉 잔금기한까지 소유권이전서류 등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면 기한경과로 바로 해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잔금기한 지나면 자동으로 해제나 무효로된다는 계약서의 조항만 믿고 잔금시기까지 소유권이전서류의 이행제공을 하지 않았다면 기한경과로 곧바로 해제나 무효로 되지 않고 새로 소유권이전서류를 준비하여 상당한 기한을 정해 이행을 최고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매수인이 수회에 걸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고 다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잔금지급기일까지 반드시 잔금을 지급할 것을 확약하면서 매도인에게 다짐하는 의미에서 만일 그날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그 불이행자체로써 매매계약이 자동해제되는 불이익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특약이 기재된 각서를 별도로 작성해 주었다면,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갖추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기한이 지난 사실 자체만으로 계약을 실효시키기로 특약을 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매매계약은 매수인이 잔금지급기일까지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자동으로 실효된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6.3. 8.선고 95다55467 판결)

제가 아파트 시행사를 자문하면서 겪은 사례인데, 시행사가 자동해제, 자동무효조항이 있는 계약건에서 잔금기한까지 잔금을 주지 못하자 지주가 해제, 무효되었음을 내용증명으로 통보해 왔고, 그 후 1년 이상 지난 시점에 시행사가 잔금이 마련되어 법원에 변제공탁을 하고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한 사례가 여러 건 있었습니다. 그때 승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주가 법리를 잘 몰라서 잔금기한 후 다시 소유권이전서류를 준비하여 이행을 최고하는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매수인이 계약금, 중도금을 지급시기까지 이행하지 못한 경우에는 계약금, 중도금 지급의무가 선이행의무이므로 각 지급시기 경과만으로 바로 계약이 해제 내지 무효화되는데 반하여, 잔금 지급의무는 소유권이전서류 교부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기 때문에 잔금지급시기 경과만으로 해제나 무효가 되지 않는다는 점 유의해야 겠지요.

● 그런데 아파트 시행사업의 경우 위 대법원과 다른 하급심 판단을 한 하급심 판례도 있다고 하던데 어떤 내용인가요
네. 아파트 시행사업 부지 매매계약에서처럼 사업 편의상 계약금과 잔금만으로 정하고 잔금시기가 도과(徒過)하면 자동해제된다는 특약을 한 경우, 잔금시기 도과하면 바로 해제되는 것으로 본 하급심도 있습니다(대구지법).
이 하급심은 아파트사업의 특성을 고려한 판단이지만, 위 대법원이 잔금지급은 소유권이전서류 제공과 동시이행관계로 보아 별도의 이행최고를 요하는 법리와 상반되는 결론이어서 이 쟁점에 대한 향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궁금해지네요.

● 끝으로 자동해제, 자동무효약정을 한 토지매도인으로서 매수인이 기한까지 잔금 미지급시 확실하게 계약을 해제 내지 무효화할 수 있으려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요.
자동해제, 자동무효약정의 부동산 매매계약을 한 지주라도 매매계약을 확실히 해제, 무효화하려면 잔금지급시기가 경과된 것만으로 해제나 무효의 효력이 생겼다고 방심하고 만연히 해제 내지 무효로 되었다는 내용의 내용증명만 보낼게 아니라, ① 잔금시기까지 소유권이전서류의 제공을 하여 잔금지급을 독촉하거나, ② 잔금시기까지 소유권이전서류 제공을 못했다면 소유권이전서류를 준비한 뒤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잔금이행을 다시 한번 독촉할 필요가 있는 점 유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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