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재 강조한 윤 대통령 "교육부도 이젠 경제부처라 생각해야"

尹 요청에…과기장관, 국무회의서
웨이퍼 들고 특강

尹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
교육개혁으로 맞춤 인재 키워야"

강연 끝난 뒤 국무위원들에
"과학기술 발전, 목숨 걸고 해야"
첨단산업 생태계 공부 주문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영상회의실에서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업계가 겪는 인력난과 관련해 “인재 양성을 위해 우리가 풀어야 할 규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풀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202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엑스포’에서 “반도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또 한 번 반도체산업 인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반도체 강의’를 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관의 강연을 듣고 국무위원들과 토론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반도체산업, 경제의 근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늘 강조했다시피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고,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산업 경쟁력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인재의 양성”이라며 교육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첨단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려면 기존 방식으로는 안 된다. 교육부의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다. 교육부가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李 장관 직접 웨이퍼 들고 특강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반도체 이해 및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강연했다. /대통령실 제공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국무위원들이 반도체 특강을 듣고 토론하는 이색 광경이 펼쳐졌다. 100건이 넘는 반도체 관련 국내외 등록 특허를 가진 반도체 분야 세계적 석학인 이 장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반도체 이해 및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반도체의 기본 정의와 시장 규모, 제조 공정, 반도체산업의 세계적 동향 등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적으로 뒤떨어진다고 지적하며, 반도체 산업계가 겪는 만성적 인력난도 언급했다.

이 장관은 서울대 교수 재직 시 연구실에서 사용하던 반도체 웨이퍼와 포토마스크를 가져와 반도체 공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국무위원들은 강연 후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및 인재 확보 지원 방안 △글로벌 반도체 협력 전략 △민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이 특정 주제로 강연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했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강연이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강연 후 “국무위원 모두가 첨단 산업 생태계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오늘 강연은 사실 쉬운 것이었는데 각자 더 공부해 수준을 높여라. 과외 선생을 붙여서라도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갈등을 풀고 도약·성장해야 하는데 그걸 위해선 과학기술밖에 없다.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달노동자 산재보험 등 110개 법안 의결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배달 라이더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 등 110건의 법안이 의결됐다.

윤 대통령은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언급하며 “지방정부는 국정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른 시일 안에 17개 광역단체장과의 만남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에 대해 절차와 원칙에 따른 법 집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에서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