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발 곡물대란까지 10주 남았는데 수출 재개엔 난제 첩첩"

해상 안전 통로 확보하더라도 선원·선박확보, 보험 등 해결돼야
전쟁 여파로 더는 곡물 저장 능력이 없는 우크라이나에서 봄철 수확분까지 쏟아져 나올 예정이어서 10주 안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대량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해상 운송이 재개돼야 하지만 현재 별 진척이 없는 해상 통로 확보 협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선박과 선원의 확보에서 보험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쟁 발발 이후 해상 수출 길이 막히는 바람에 우크라이나 전국의 사일로에는 2천만t의 곡물이 묶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오데사 등 주요 항구가 봉쇄되자 기차와 트럭 등을 통한 수출을 시도했지만 엄청난 추가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겨울에 심은 곡물도 수확될 예정이어서 상황이 매우 다급해졌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해상 운송 재개를 위해서는 러시아를 설득해 보스포루스 해협까지 곡물을 운송하기 위한 안전 해상통로를 개설하는 것 이외에도 몇 가지 난제가 놓여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 봉쇄를 풀고 우크라이나 해역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는 것은 물론 운송을 담당할 선단을 확보해야 한다.

곡물 운송에 쓰이는 벌크 화물선은 최대 5만t을 실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묶인 곡물 2천만t을 처리하려면 줄잡아 400대의 선박이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해운 전문가들은 다른 곳에 있는 벌크 화물선들을 흑해로 옮기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선박 확보가 결정적인 제한 요소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선주들이 위험 부담이 매우 큰 우크라이나 곡물의 해상 운송에 나서도록 하려면 선박과 선원들에 대한 보험이 필수적이다.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 보험기구인 합동전쟁위원회는 지난 2월 이후 흑해와 아조우해 해역을 항해하는 선주들이 보험 인수자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해당 해역을 운항하려면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함을 의미한다.

적절한 보험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선주들은 안전 해상 통로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해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을 주저할 수도 있다.

국제해운회의소 가이 플래튼 사무총장은 "선주로서는 자신의 선박이 공격 목표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야 운송에 나설 수 있을 텐데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의 경우) 현재로서는 그런 전망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항구에 정박 중이던 선박 100척과 선원 2천 명이 발이 묶이고 말았다면서 "모든 선주가 위험과 보상을 고려할 것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을 재개하려면 많은 조치가 선행돼야 하고 보험료는 엄청나게 비쌀 것"이라고 전망했다.

봄 수확분을 보관할 장소를 찾지 못하면 그 여파는 내년까지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곡물협회 아르노 프티 회장은 "우크라이나 농업인들이 수출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면 내년 생산량을 줄이려 할 것"이라면서 "이것은 시장의 혼란이 올해만이 아니라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