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사건' 첫 공판…검찰·피고인 본격 다툼 시작

검찰 "경제성 평가 조작"…피고인 측 "정당한 정책 추진"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혐의를 받는 백운규(58)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56)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62)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 등이 7일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이날 오후 2시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첫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들은 본격적인 다툼을 시작했다.

지난해 6월 30일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업무 방해 혐의로, 정 사장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업무 방해 혐의로 각각 기소된 지 1년 가까이 만이다.

공판 시작 20분 전 법원에 나타난 백 전 장관은 취재진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 (월성 1호기 폐쇄를) 추진했다"며 "법원에서도 절차상 문제와 최신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전 허가 승인이 취소돼, (장관) 취임 전부터 이미 가동을 멈춘 원전이었다"고 폐쇄 당위성을 주장했다. 앞서 6차례의 공판준비 절차에서 설전을 벌였던 검찰과 변호인들은 이날도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검찰에서는 이 사건 수사를 책임졌던 이상현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을 포함해 검사 8명이 나왔다.

검사 4명이 돌아가며 101쪽에 달하는 공소장 내용을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총 1시간 20분 동안 설명했다.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것이 한수원에 더 이익인 상황에서 정부 국정과제를 신속 추진한다는 목표로 채 전 비서관이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을 지시했고, 백 전 장관은 경제성 평가에 부당 개입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정 사장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평가 결과를 조작하고, 이를 토대로 이사회를 속여 조기 폐쇄 의결을 이끌어 한수원에 1천481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표현을 여러 번 써가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채 전 비서관 변호인은 "검찰은 탈원전 정책이 위법임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환경과 관련된 대통령 공약 집행을 위법하다고 재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으로서 주무 부처로부터 현안을 보고받고 의견을 교환했을 뿐, 한수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적이 전혀 없다"며 "즉시 가동 중단 입장을 정한 것은 오롯이 산업부 자체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전 장관 변호인도 "한수원은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을 대신하는 또 하나의 정부"라며 "검찰은 산업부가 한수원에 대해 가진 정상적인 지도·감독권까지 불법이라고 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어 "정당한 정책 추진을 목적으로 한 행정 과정이 어떻게 직권 남용이고, 앞으로 정책 수립을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사장 변호인 역시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회계법인에) 조작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변호인은 "경제성 평가와 관련해 어떤 식의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하라고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경제성을 평가하라고 지시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5일 오후 2시 두 번째 공판을 열고 증거목록 확정 등 재판 절차를 이어갈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