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네덜란드 ASML 찾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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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EUV 장비 확보전 치열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6월 7일부터 18일까지 반도체 장비업체 ASML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네덜란드로 향했다. 반도체 미세공정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다.
미세공정 작업의 필수 장비
EUV 추가 공급 요청할 듯
지난달엔 인텔 CEO 만나
파운드리 부문 협력 가능성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ASML에 EUV 장비를 추가 공급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EUV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나서면서 업계에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EUV 장비 확보전 치열
노광은 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을 뜻한다. 회로를 미세하게 새길수록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 칩 수가 많아진다. 노광장비 중 ASML이 공급하는 EUV 장비가 가장 품질이 우수하다. 회로를 새기는 광원의 파장이 기존 장비와 비교해 14분의 1 수준이다.EUV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는 세계에서 ASML이 유일하다. 대당 2000억~3000억원가량으로 고가인 데다 연간 생산량도 40여 대에 불과하다. 최근엔 EUV 장비에 필요한 렌즈를 독일 광학업체인 자이스가 공급망 문제로 생산하지 못해 EUV 장비 생산 속도도 같이 더뎌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현상이 본격화된 2020년부터 ASML을 찾는 일이 더 잦아졌다. 이 부회장도 2020년 10월 반도체 장비 확보를 위해 ASML 본사를 방문했다.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떠나는 것은 선제적으로 EUV 장비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EUV 장비를 100대 넘게 확보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15대에 불과하다. EUV 장비를 제조하는 데만 2년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세워질 제2 파운드리에서 미세공정 생산라인을 만들기 위해선 올해 장비를 계약해야 한다.
○인텔과 협업 노린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만나기도 했다.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다투는 두 회사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면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들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삼성전자와 인텔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1, 2위를 다투는 라이벌 기업이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종가’로 불린다. 인텔은 오랜 기간 반도체 시장 매출 1위 기록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2018년 들어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19년과 2020년엔 1위 타이틀을 되찾아왔지만, 지난해에는 94조1600억원(약 823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삼성에 밀려 다시 2위로 내려갔다.경쟁사긴 하지만 두 기업은 서로가 없으면 시장 1위 지위를 유지하기 힘든 협력 업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메모리 제품을 개발하려면 CPU 시장의 최강자인 인텔의 협력이 필수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가 파운드리 부문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겔싱어 CEO는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최근 1.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공정 개발을 수행할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문제는 기술력이다. 인텔은 불과 4년 전인 2018년 7㎚ 공정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파운드리 사업을 철수한 전력이 있다. 7㎚ 공정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곧바로 2㎚ 공정으로 뛰어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8㎚ 공정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율(문제 없는 양품의 생산 비중)과 생산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반도체 주문 급증으로 파운드리 몸값이 올라가면서 인텔조차 CPU를 제외한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하기 힘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에 재진출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공장 설비를 구축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