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질까봐"…성희롱 당한 10명 중 7명은 참고 넘겨

여성가족부 2021 성희롱 실태조사

성희롱 경험 비율은 8.1%에서 4.8%로 급감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당한 피하자 가운데 10명 중 7명은 특별한 대처 없이 참고 넘어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가족부가 7일 발표한 ‘2021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을 당한 경우의 대처 방식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한다’는 응답이 66.7%로 1위였고 ‘화제를 돌리거나 그 자리를 피했다’가 33%로 2위였다. ‘성희롱 행위자에게 바로 중단을 요구했다’는 답변은 10.5%에 불과했다. 피해자의 대다수는 상황을 참고 넘어가거나 화제를 돌리는 방식으로 대처한 셈이다. 성희롱 피해를 당하고도 참고 넘어간 이유에 대해서는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서’가 59.8%로 가장 많았다. ‘행위자와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가 33.3%, ‘문제를 제기해도 기관/조직에서 묵인할 것 같아서’는 22.2%였다. 이는 성희롱 가해자 10명 중 6명이 상급자 또는 기관장·사업주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2차 피해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피해에 대해 주변의 부정적 반응이나 행동으로 재차 다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7%로 5명 가운데 1명 수준이었다.

성희롱 발생 장소는 ‘사무실 내’가 41.8%로 가장 많았고, 회식 장소가 31.5%로 뒤를 이었다. 이는 2018년 조사 결과와 순위가 뒤바뀐 것으로, 여가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회식이 줄어든 영향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다만 지난 3년간 직장 내에서 성희롱 피해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비율은 4.8%로, 지난 2018년 조사 당시 결과였던 8.1%보다 3.3%포인트 하락했다. 여성의 성희롱 피해 경험률은 7.9%로 2.9%인 남성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다.

여가부가 실시한 성희롱 실태조사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3년마다 실시되는 것으로,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총 1만7688명의 공공기관 및 민간 사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여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화할 방침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할 경우 기관장과 관리자가 의무적으로 피해자 보호조치를 시행하도록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