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50조 투자계획에서 소외된 '배터리·조선' 주가도 '비실'

삼성SDI, 美합작공장 신설 나선다지만…
규모는 SK온의 5분의 1 불과

'7년 적자' 삼성중공업엔 연명 위한 유상증자 참여뿐
사진=뉴스1
삼성그룹이 5년 동안 모두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에서 소외된 삼성SDI와 삼성중공업이 주식 시장에서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황은 나쁘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경쟁사보다 성장 기대감이 약하기 때문이다.

7일 오전 10시25분 현재 삼성SDI는 전일 대비 1만7000원(2.99%) 하락한 55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보합이고, SK이노베이션은 유가 상승 수혜 기대감에 2.66% 상승 중이다.삼성SDI의 지난 3일 종가 56만9000원은 지난 4월 종가 대비 6.87%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4.92%와 10% 상승했다.

씨티그룹이 지난달 30일 삼성SDI에 대한 ‘매도 보고서’를 낸 뒤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 보고서를 통해 씨티그룹은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기존 93만원에서 48만원으로 반토막냈다. 씨티그룹은 삼성SDI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근거로 △생산능력 확장에 보수적인 태도 △주력인 각형 배터리의 점유율 축소 전망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추진 등을 꼽았다.

이를 놓고 2차전지 업계에서는 반박이 나오기도 했지만, ‘생산능력 확장에 보수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보다 생산능력 확장에 뒤처졌기 때문이다.삼성SDI는 미국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현지 인디애나주에 2025년 1분기까지 23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공장을 짓기로 하는 계약을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맺었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33GWh까지 키운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북미 지역 생산능력 확장 목표는 2025년까지 각각 215GWh와 151GWh다. 국내 2차전지 산업의 후발주자인 SK온과 비교해도 5분의1 수준이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2차전지 사업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최근 삼성그룹은 450조원 규모의 향후 5년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여기에 2차전지 사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작년 8월에 발표된 24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에도 2차전자 사업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삼성그룹의 투자 행보에서는 조선업도 찾아보기 어렵다. 조선업 위기 이후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에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 10곳이 지분율(20.85%)대로 참여했을 뿐이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작년까지 7년째 적자를 이어온 탓에 2016년(1조1000억원), 2018년(1조4000억원), 2021년(1조3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사업으로 이익을 남기지 못하니 미래를 위한 투자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향후 5년 동안 디지털·친환경 전환에 모두 2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삼성중공업은 연간 수백억원 수준의 연구·개발(R&D) 투자만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 흐름도 초라하다. 이날 현재 조선섹터가 대체로 강세를 보이지만 삼성중공업은 0.17% 하락 중이다. 대규모 가스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카타르로부터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발주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에 현대중공업(1.98%). 대우조선해양(1.78%), 현대미포조선(0.35%) 등은 강세다. 지난 3일 종가를 작년 종가와 비교해도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오름폭은 각각 32.88%와 21.29%이지만, 삼성중공업은 4.59%에 그친다.

최근에는 인력 채용에 있어서도 경쟁사에 뒤처지는 분위기다. 작년부터 선박 발주 시장이 호황을 보이자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대규모 공개채용에 나섰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인력이 부족한 분야에 한정한 부분 채용만 이어가고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