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비싸게 사기 싫다?…'인수 철회' 꺼내든 머스크

'계약 파기' 언급 속내는

계속 가짜계정 문제 삼아 경고
머스크가 제시한 주당 54弗
지금 주가보다 25% 높아 손해

일각선 "인수가 깎기 전략" 분석
위약금 10억弗…손떼기 어려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 계약 파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위터가 가짜 계정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머스크의 법률대리인은 비자야 가데 트위터 최고법률책임자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머스크가 서면으로 트위터 인수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수가격을 낮추기 위한 또 다른 움직임이란 분석도 나온다.

속전속결 진행하다 ‘파기’ 운운

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머스크의 법률대리인인 마이크 링글러 변호사는 전날 “트위터가 허위 계정 비율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트위터에 인수 계약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서한을 보냈다.

그는 “머스크는 얼마나 많은 계정이 가짜인지 평가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관련 정보를 반복적으로 요청했다”며 “인수 계약에 따른 의무사항을 위반한 것은 트위터”라고 강조했다. 계약 파기 시 그 책임을 트위터가 져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지난 4월 14일 트위터 인수 의지를 처음 공식화했다. 이후 열흘 만에 트위터와 44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속전속결이었다. 이상 기류가 감지된 것은 지난달 13일이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트위터의 가짜 계정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인수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트위터 주장대로 허위 계정이 5% 미만이라면 입증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로부터 12일 뒤 머스크는 SEC에 트위터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계획을 새로 공개했다. 가짜 계정을 문제 삼던 머스크가 수정한 자금조달 계획을 공시하자 시장에서는 그가 트위터 인수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날 다시 “인수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인수가격 깎으려는 속내?

앞서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가짜 계정에 대해 “랜덤으로 추출한 수천 개 계정을 여러 사람의 검토를 거쳐 거르는 방식으로 적발한다”며 “매일 50만 개 이상의 허위 계정을 삭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정보 보호 이슈 때문에 모든 과정을 외부에 공개할 순 없다”며 “가짜 계정 비율을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트위터 대변인은 “합의한 조건에 따라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머스크 측과 정보를 계속 공유할 것”이라며 매각을 계속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스크가 뒤늦게 가짜 계정 비율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최근 변동성이 심해진 주식시장 때문”이라며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인수가격을 깎거나 아예 빠져나갈 구실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머스크는 지난 4월 인수계약 체결 당시 트위터를 주당 54.20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후 트위터 주가는 계속 하락해 합의한 가격보다 25% 이상 내려앉은 상태다. 이대로 인수를 강행하면 시장 가격보다 25% 이상 비싸게 트위터를 인수하는 셈이 된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에서 손을 떼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일방적으로 거래를 파기하면 트위터에 10억달러의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트위터가 매출을 부풀릴 목적으로 가짜 계정 비율을 허위로 보고해왔다면 주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며 트위터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텍사스엔 테슬라 본사가 있다. 머스크를 텍사스주정부가 지원사격하는 듯한 모양새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