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부동산거래시 배우자가 대리인으로 참석할 경우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부동산거래를 함에 있어 부동산소유명의자가 아닌 그 배우자만이 계약체결현장에 참석해서 부동산소유자의 대리인자격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유자와 대리인으로 자칭하는 사람이 법적으로 부부관계에 있는 이상, 별다른 문제가 없겠거니 하면서, 대리권수여사실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고서 무심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부동산거래를 직업적으로 하는 중개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볼 때, 이러한 거래관행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최근에 필자는, 이혼을 앞둔 처가 남편 명의의 부동산을 처분하면서 마치 자신이 처분을 위임받은 것처럼 매수인을 속여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에 매매대금을 가지고 가출해버려, 그후 부동산매수인이 남편을 상대로 매매를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무권대리라는 이유로 패소한 후에, 결국 매매계약을 중개한 중개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상담하였다.
부부간에는 비록 민법상의 일상가사대리권이 인정되어 부부의 공동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통상적인 사무에 대해서는 배우자 상대방에게 대리권을 허용하고 있지만, 일상가사대리권으로 허용되는 범위는 일용품의 구입 등과 같이 가정생활에 필수적이거나 거래금액이 적은 것에 국한하고 있어, 거래금액이 크면서 드물게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부동산거래의 경우에는 대부분 일상가사대리권의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결국, 부부라고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엄연히 별개의 인격인 이상, 원칙적으로 부동산거래에 있어서는 배우자 상대방이라고 하더라도 위임권한이 별도로 수여되어야만 계약이 유효한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위임사실을 확인함에 있어 배우자가 부동산소유명의자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위임장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 거래상대방으로서 이러한 사실까지만 정확히 확인했으면, 만약 실제로 부동산처분에 관하여 배우자에게 위임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즉, 이러한 서류가 모두 배우자에 의해 위조된 경우), 거래상대방은 보호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부동산처분이 위임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그 배우자의 행위는 무권대리행위가 되어 부동산 소유명의자에 대해서는 무효가 되는 것이다. 다만, 민법은 “표현대리”라는 제도를 두어, 대리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오인한 사람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예외적으로 유효한 법률행위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배우자가 부동산소유명의자의 부동산처분서류(인감증명서, 위임장, 인감도장, 권리증 등)를 소지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는, 배우자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거래상대방이 믿을 수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법원실무에서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부간에는 상대방 배우자의 부동산처분과 관련한 서류를 쉽게 입수할 수 있다는 점, 부부 사이라고 하더라도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는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법률적인 부부사이라고 하더라도 부동산 소유명의자가 아니라 배우자가 대리인으로 계약을 체결한다고 한다면, 부동산처분에 관한 기본서류를 소지하고 있는지만을 보고 계약을 체결할 것이 아니라, 직접 소유명의자에게 유선으로 위임사실을 별도로 확인하는 등의 추가적인 확인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확인과정에서는 대리인이라고 자칭하는 배우자가 대리권수여에 관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약간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예를들어, 단순히 소유명의자인 남편에게 위임사실을 확인하는 전화를 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전화의 상대방이 실제 남편이 아니라 남편을 가장하는 사람일 수 있다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소유명의자의 실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두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전확인을 한 연후에 계약서를 작성하는 여유가 필요할 것이다. 만약, 남편이라고 하면서 전화통화한 사람이 가짜일 경우, 이러한 전화통화를 시도했다는 사정만으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적으로 해석하기가 현행 재판실무상으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한편, 대리권이 존재한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구체적인 부동산거래의 경우마다 다르지만(예를 들어, 부동산매매와 임대차, 근저당설정 등), 어떠한 거래이건간에 부동산거래는 대체로 일상가사대리권을 넘는 상당한 자금이 소요되는 거래인 이상,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특히, 요즘과 같이 이혼이 늘고 있는 상황하에서 아무리 주의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바로 배우자인 대리인과의 거래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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