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2억원짜리 아파트가 14억원에 낙찰?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지난 10월 8일 서울중앙지법 경매(사건번호 2004타경1203)에서 시세 2억원짜리 아파트가 14억원에 낙찰되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성북구 정릉동 소재 36평형 우성아파트가 그 주인공. 이 아파트의 최초감정가는 2억1천만원으로 2차례 유찰된 후 3회차 최저경매가인 1억344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다.


이날 경매에서 최저경매가가 감정가의 64%까지 떨어진 탓에 경쟁입찰자가 28명이나 몰렸고, 이에 따라 낙찰가격이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은 되었으나 개찰 결과 낙찰가격은 14억2170만원. 최초감정가보다 무려 6.8배나 높은 가격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또는 뉴타운 호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또 그런 호재가 있다해도 그렇게 높은 가격에 낙찰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사정을 알고 보니 입찰자가 1억4217만원을 기재한다는 것이 그만 ‘0’을 하나 더 붙여 14억2170만원으로 기재한 것이었다. 낙찰자는 최고가매수인으로 호창된 즉시 금액을 잘못 기재한 것이니 최고가매수인으로서의 선정을 취소해 달라고 항변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낙찰자는 이후 경매절차에 따라 해당 법원에 즉시 매각불허가신청을 하였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지난 10월 15일 매각허가결정이 내려졌다.


낙찰자는 앞으로 10월 22일까지 매각대금의 10%를 보증공탁하고 매각허가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할 수 있고, 즉시항고 마저 이유 없음으로 인하여 기각될 경우 이에 불복하여 재항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례의 경우에는 낙찰자가 항고를 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즉 항고를 하려면 매각대금의 10%를 보증으로 공탁하여야 하는 바, 매각대금 14억2170만원의 10%이면 1억4217만원을 보증으로 공탁하여야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또한 항고를 한다 해도 받아들여질 지 모르는 상황이고 보면 낙찰자는 지금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항고를 하느냐, 아니면 항고를 포기하고 추후 대금납부를 하지 않음으로써 입찰보증금 1344만원 마저 포기하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민사집행법은 입찰표상의 입찰금액의 잘못 기재를 매각불허가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입찰금액의 잘못 기재는 어디까지나 입찰자 책임이다. 그러나 이 사례와 같이 누가 봐도 명백히 입찰금액을 잘못 기재했음을 알 수 있는 경우이고, 또 낙찰인이 매각불허가신청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각허가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너무 지나치게 경직되게 원칙만을 고수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대금납부기한이 정해진다 하더라도 낙찰자는 14억2천여만원의 매각대금을 납부할 수 없음이 자명하고 결국 1344만원의 입찰보증금을 포기할 수밖에 없음이 그야말로 뻔하게 예정되어 있기에 더욱 그렇다.



* 입찰보증금 - 구민사소송법에 의하면 입찰보증금으로 입찰자가 써낸 입찰가격(14억2170만원)의 10%인 1억4217만원을 입찰시 제공하여야 하기 때문에 사례의 경우 입찰보증금 미달로 당연 무효처리되어 입찰보증금(1344만원)을 반환받을 수 있었으나, 2002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입찰보증금이 최저매각가(1억3440만원)의 10%(1344만원)를 입찰보증금으로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사례와 같이 실수로 입찰가액을 잘못 써도 이에 대한 이의신청(매각불허가신청, 항고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으므로 입찰표에 입찰금액 기재시 입찰자의 세심한 주의가 항상 필요하다. 낙찰자가 매각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입찰보증금은 몰수되고, 몰수된 보증금은 배당할 금액에 편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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