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문구의 허실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부동산거래와 관련해서, ‘어떠한 약속을 틀림없이 지킨다’는 취지에서 이러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 문구 그 자체만으로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민사상으로나 형사상으로 가능한 모든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이러한 문구를 둔 약속에 대해서는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대단한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는 것으로 굳게 믿는 것이 일반적인 관념이다.

그렇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상황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을 명도하고자 하는데, 임차인의 간곡한 사정으로 ‘3개월만 영업한 후에 즉시 명도하겠다’는 다짐을 받고서, 이를 틀림없이 확인하는 차원에서 임차인에게서 그러한 내용의 각서를 받은 임대인이 있다고 하자. 그 임대인은 임차인의 이러한 약속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취지의 문구를 삽입하였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다시 약속을 지키지 않고 명도를 거부한다면 임차인에게는 어떠한 불이익이 있을까? 문구상으로만 본다면, 대단한 불이익이 있을 것 같지만, 법원실무상으로는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문구의 통상적인 의미는, ‘민사상이나 형사상으로 인정되는 범위의 책임을 지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민사적인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위와 같은 경우에 임차인으로서는 명도지연에 따른 통상적인 손해(기존의 월세 상당)만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건물명도로 인해 임대인이 입게 되는 다른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이러한 사정을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된다. 임차인의 명도지연으로 인하여 임차인 명도 이후에 더욱 많은 월세를 지급할 세입자와의 임대차계약이 무산되거나 계약체결이 지연된 경우 임대인에게 그 월세 차액 상당의 손해가 있다거나, 임차인 명도 이후에 새로이 건물을 신축해서 이를 매도하거나 임대하였을 경우에 얻게될 수익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경우 등과 같은 구체적인 경우에, 임대인이 입을 수 있는 이러한 손해들에 대해서 우리 민법하에서는 “통상손해”가 아니라 “특별손해”라고 하여, 손해발생에 원인을 제공한 임차인이 이러한 사정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입증책임은 임대인에게 있으므로 이를 입증할 분명한 증거가 없다면 이를 손해배상받을 수 없게 되는데,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문구만으로는 발생한 특별손해에 대해 당연히 배상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 명도를 약속한 임차인이 이를 거부한다고 하여 이를 형사적으로 처벌하기도 곤란하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민사적인 계약불이행문제로 취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문구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 불이익을 가하기에는 매우 불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약속이행을 철저하게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두리둥실한 문구가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불이익 내용을 특정하여 규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즉, ‘언제까지 명도하지 않을 경우, 지체일수 하루당 1백만원씩의 위약금을 지급키로 한다’는 식의 문구가 바로 그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문구만으로는 약속위반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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