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구두상 약속은 법률적으로는 약속이 아니다?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흔히들 “구두상 약속도 약속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말로 한 약속도 서류상으로 한 약속처럼 법률적인 약속으로서 효력이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과연 그럴까?

물론, 이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말로 오고간 약속(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엄연한 약속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재판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하면 반드시 그렇치는 않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말로 오고간 약속이 존재했는지에 관해 분쟁이 발생하면, 이러한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판사가 그 약속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양쪽의 주장은 서로 상반되고, 관련증인 역시 서로 다른 증언을 하는 상황에서는, 판사로서도 그러한 약속이 있었다고 선뜻 믿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민사소송법상으로 볼 때, 어떠한 사실이 존재했는지를 주장하는 측에서 이러한 사실을 입증해야하는데,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즉, 판사를 설득하지 못하면 입증부족으로 재판에서 불리한 판단을 받게 된다. 따라서 법률적으로 분쟁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판에서 판단될 때는, 약속의 존재를 주장해야하는 측에서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입증해내지 못하면 결국 약속이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법원으로서는, 중요한 약속일수록 서면이 아니라 말로 약속이 되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경향이므로, 법률적으로 중요한 약속내용은 반드시 서면화될 수 있거나, 아니면 향후 입증을 위해서 최소한 녹음이라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자주 발생하는 예를 들어보자. 상가점포임대차와 관련해서, 보통 임대차계약서상으로 계약기간을 1~2년간으로 정해두면서, 구두상으로는 영업기간을 최소 5년으로 하기로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 만약, 그 기간이 지나 임대인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임대차기간만료를 이유로 임차인에 대해서 명도를 요구하면서 명도재판을 제기했을 때, 재판과정에서 구두로 한 계약기간연장에 관한 약속이 있었는지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러한 입증책임은 이러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임차인에게 있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 법원으로서는 임차인이 짧은 기간을 계약하면서 상당히 많은 인테리어비용이나 권리금을 투자하지는 않았을 것이어서, 계약기간연장에 관한 구두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심정적으로 이해는 하지만, 계약기간과 같이 임대차계약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을 서면으로 하지 않고 말로서만 했다는 점에서, 과연 그러한 합의가 서로간에 있었는지에 관해 선뜻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면작성을 꺼려하는 사회분위기와 계약 당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서면으로 기재되지 못하고 구두로만 약속을 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 입증을 위하여, 말로서 한 약속을 녹음해두는 것은 어떤 증거력이 있을까?
흔히들 녹음을 해두면 녹음된 사람의 음성이 담겨져 있어 막강한 증거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역시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녹음에서의 대화내용은, 대화에 관한 음성만이 있을 뿐, 대화의 전체적인 상황을 알 수 없는데다가, 녹음한 사람이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편집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의로 녹음내용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증거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녹음된 내용에 대해서 상대방으로부터 이의가 있을 경우 법원에서는 녹음된 내용을 그대로 믿지는 않고 있는 것이 실무이다. 예를 들어, 대화도중에 “언제 나하고 그런 이야기를 했지?” 라는 질문에 대해 대화의 상대방이 “응” 이라는 말을 했을 경우, 녹음한 사람 입장에서는 이 대답을 자신에게 유리한 긍정적인 답변으로 수긍한 것으로 해석하려고 하는 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비록 질문된 내용에 수긍할 수는 없지만, 일일이 반박하기가 싫어 그냥 대화를 듣고 있다는 뜻으로 “응”이라는 답변을 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녹음이 되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는 녹음된 내용에 관해 입증이 충분히 되었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굳이 녹음으로 입증을 하려고 한다면, 향후 상대방이 녹음된 내용을 다른 뜻으로 답변한 것이라는 변명을 하지 못할 정도로 전체적인 상황과 답변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녹음할 필요가 있다. 녹음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에 대해서는 반복해서 비슷한 질문으로 여러 번에 걸쳐서 대답을 받아내게 하고, 녹음하는 사람의 일방적인 말보다는 녹음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끄는 테크닉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한편, 부동산중개업자의 도움을 받아 부동산거래를 한 경우, 계약서에 기재되지 않고 말로만 언급된 사항에 대해 중개업자가 있다는 것을 위안삼는 경우가 많다. 즉, 거래당사자 입장에서는 ‘비록 서면으로 기재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분쟁이 발생하면 법정에서 증언을 해 줄 수 있는 중립적인 중개업자가 있으니, 굳이 서면화되지 않더라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중개업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중개업자가 반드시 그 때 상황을 진실대로 증언해 준다는 보장도 없고, 더구나 그대로 증언해 준다고 하더라도 법원에서 그 증언내용을 그대로 믿어준다는 보장은 더더욱 없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중개업자의 증언에 의존한다는 생각에서 중요한 계약내용을 서면으로 기재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태도이다. 더구나 일부 중개업자들은, 말로서 이루어진 계약내용이 향후 분쟁가능성이 다분히 있는데다가 매우 중요한 내용이어서 서면으로 기재될 필요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면으로 기재하자고 이야기될 경우 구체적인 표현방법과 관련해서 이런 저런 주장과 반박이 오고가면서 자칫 계약이 성사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 고의적으로 서면기재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현재 중개실무상 중개업자는, 매우 큰 거래금액이고 계약내용도 비교적 복잡한 부동산거래라고 하더라도 정형화된 1장의 표준계약서에 계약내용을 표현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분쟁가능성이 있는 구두약속을 서면으로 기재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중개업소가 개입되었다는 그 자체나, 중개업소의 계약내용기재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재산은 본인 스스로 지키는 것이지, 남이 지켜주지 않는 것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구두상 약속도 약속이다’는 문구는, 법률문제에 있어서는 반드시 타당한 의미로 볼 수 없고, 오히려 입증문제와 재판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잘못되었다고 평가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물론, 서로 웃으면서 상대방에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계약서에 도장을 날인하면 당장은 마음이 편할 수 있지만, 향후 법률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문구기재가 없어 큰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꼼꼼히 법률적인 문제를 따져보는 자세는, 몇 년 앞을 내다보는 합리적인 투자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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