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낙찰대금 미납사유도 가지가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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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대금미납은 시세판단오류로 인한 고가낙찰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분석이나 임대차분석 및 공법상의 활용도에 대한 판단오류에서 기인하는 것도 부지기수다. 이 부분은 전문가적인 소양이 필요할 때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입찰하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여야 하는 대목이다.
#1 - 말소되지 않는 선순위 가등기 인수
지난 7월 12일 동부지법에서 강동구 성내동에 소재한 최저매각가 11억짜리 근린주택이 단독으로 18억원에 낙찰되었으나 이 물건의 등기부등본상의 권리관계를 보면 가등기가 선순위로 설정되어 있다. 가등기가 선순위인 경우 그 가등기가 담보가등기이면 말소기준권리로서 당연히 말소대상이 되지만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가등기일 경우에는 말소되지 않고 낙찰자에게 인수되기 때문에 대금을 납부하더라도 가등기에 기해 본등기가 이루어지면 그 낙찰자는 소유권을 잃을 수도 있다. 정확한 권리분석 없이 낙찰 후 그 가등기가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가등기로서 낙찰자에게 인수된다는 것을 안 낙찰자는 결국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고 보증으로 제공한 1억1천만원을 몰수당했다. 이 물건은 최근 11월 22일에 재경매에 부쳐져 당초 낙찰가보다 6억원이 적은 12억원에 낙찰되었으나, 같은 이유로 낙찰자의 대금납부에 대한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2 - 신도시 개발 주변토지 취득, 그러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땅
권리분석상 아무런 하자가 없음에도 행정적 이유 또는 개발관련 공법상 규제 때문에 취득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더욱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예컨대 지난 6월 15일 파주시 조리읍 소재 678평 답(畓)이 1회 유찰되어 감정가의 80%인 4억246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으나, 감정가의 100.08%인 5억3178만원에 고가낙찰 되었다.
낙찰 후 낙찰자는 개발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시청을 들렀으나 해당 토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군당국의 협조를 구하여야 한다는 것. 군당국에 문의 결과 당 부지는 유사시 장갑차 집결지로 여하한 용도로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는 아연 실색하고 말았다. 결국 낙찰자는 대금납부를 포기하였고 보증금 4246만원을 잃게 되었다. 이 물건 역시 지난 11월 16일에 재경매에 부쳐져 전보다 높은 5억3330만원에 낙찰되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3 - 배당받는 임차인 줄 알고 입찰하였다가 낭패
소액보증금을 넘는 임차인이 낙찰대금에서 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1) 대항요건을 갖출 것, 2)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부여받을 것, 3) 법원에 배당요구를 할 것 등 세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더러 입찰자중에는 확정일자가 곧 배당요건으로 잘못 알고 입찰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지난 6월 18일 성북구 석관동 소재 단독주택이 3회 유찰되어 최초감정가 2억9백만원의 51.2%인 1억7백만원에 경매에 부쳐진 사건에서 최초근저당보다 앞서 전입한 보증금 5천만원의 선순위 확정임차인이 있었으나 낙찰자는 그 임차인이 보증금을 모두 배당받는 것으로 알고 감정가의 80%를 넘는 1억6833만원에 단독으로 낙찰 받았다. 낙찰 후에야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 낙찰대금에서 배당을 받을 수 없고 낙찰자가 5천만원을 떠안아야 함을 알고는 결국 대금을 미납하였다.
이후 12월 17일 재경매에 부쳐진 이 물건은 전 낙찰가 보다 4천만원 정도 낮은 1억2036만원에 낙찰되었다. 보증금 5천만원을 인수하면 감정가의 81.5%에 낙찰받은 셈이다. 배당받지 못하는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인수를 고려하여 상당히 합리적으로 재조정된 낙찰가라고 할 수 있다. 낙찰대금의 미납은 위와 같이 자의든 타의든 낙찰자의 의지에 의한 것이고 또한 바로 낙찰자의 금전적 손해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결심을 하지 않고서야 낙찰대금을 미납하기가 어렵다. 역설적으로 대금을 미납한다는 것은 낙찰받은 물건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금미납으로 재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은 그 미납사유만을 알아도 입찰경쟁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금미납으로 재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의 입찰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위와 같은 사유를 파악하는 것이 기본적이고도 우선적인 절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본적인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결국 지금까지 사례로 언급한 것과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대금미납사유 시리즈 칼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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