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정의가 실종된 발코니합법화조치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최근 정부는 그동안 불법이 되어왔던 발코니개조문제에 대해 전격적으로 합법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주택하중에 문제가 없고, 주택의 가격기준으로 세제가 변경되었으며, 현실적으로 아파트 40%이상이 발코니의 구조변경을 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그후, 정부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안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졸속행정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인데, 법을 다루는 필자입장에서는, 각계에서 지적하는 이러한 안전문제 뿐 아니라 법적인 정의차원에서도 정부의 이 번 조치가 너무 성급하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을 준수하기 위해 그동안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불법개조를 하지 않은 선량한 대다수 국민들, 반대로 불법개조를 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되는 등 불이익을 받은 많은 사람들, 유권자들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엄격한 법집행차원에서 다른 곳보다 철저하게 단속해왔던 지방자치단체들의 정의관념은 이 번 조치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발표대로 국민의 40%가 발코니를 불법적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면 나머지 60%는 어떠한 이유에서이건 불편을 견디면서 법을 지켜온 셈인데, 이와 같은 선량한 정의관념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채 이 번 조치가 발표되고 말았다. 결국 이런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비록 불법이지만 일단 위반해보고, 시간이 지나면 합법화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선거철을 즈음해서 계속되어오고 있는 불법건축물에 대한 양성화조치, 최근의 학교용지부담금 환급문제 등이 모두 이런 측면에서 생각될 수 있다.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는 실종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발코니개조에 대한 합법화문제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던 문제이지만, 쉽게 합법화할 수 없었던 중요한 이유는, 이미 불법적으로 개조한 사람들에 대해 아무런 불이익조치없이 그대로 합법화할 경우에 발생하는 정의와 형평문제 때문이었다. 정의와 형평이라는 측면을 감안한다면, 일율적인 합법화조치에 앞서 불법적으로 개조를 단행한 기존의 범법자들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단속을 통해 가벼운 처벌이라도 받게한 후에 양성화하자는 의견이 많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번 조치는 이런 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이 번 합법화조치 이후, 건축법 시행령이 시행되기 이전에 입주가 예정된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에게도 발코니개조를 합법화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고, 이에 대해 정부는 ‘합법화 조치 시행 이전에 개조공사는 불법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너무나 궁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 역시 기존의 범법행위에 대해 처벌조치 없이 무작정 합법화한 것에서 기인한다.
결국 정부의 이 번 조치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대다수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본다면 대다수 국민의 정의관념에 큰 상처를 주고, 정부정책에 불신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정의찾기”는 과거사규명문제와 같은 “과거” 보다는 우리가 숨쉬면서 살고 있는 바로 “현재”에서 더 생생하게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일 것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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