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임대차보증금으로 분양잔금지급을 갈음할 때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건물분양을 하면서, ‘임차인 입점’이라는 전제하에 임차인으로부터 받게 되는 보증금을 분양잔금으로 대체하거나 보증금만큼을 잔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분양계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식의 분양계약형태는 분양에 따른 일정한 수익발생에 중점을 두는 상가점포와 같은 수익형부동산의 분양계약에서 자주 발견된다. 분양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분양계약을 통해서 투자에 따른 일정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물론, 적지않은 분양잔금을 임대차보증금으로 대체하거나 분양잔금으로 충당할 상당한 금액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계약이 정확하게 처리되지 못하면 다음과 같은 매우 난처한 법률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
우선, 이런 약속이 서면상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분양회사가 이 약속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법적인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이런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서면이 아니라 구두상으로만 이런 약속이 이루어져서 분양회사측이 이 약속을 부인하고 나올 경우에는 이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서면으로 된 정확한 약속이 필요하다.
한편, 분양계약서상에 기재된 ‘잔금은 임대차보증금으로 갈음한다’는 식의 간단한 문구만으로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적인 해결이 곤란할 수 있다. 분양건물공사가 완공되어서 임차인을 입점시킬 수 있는 단계에 와서 경기변동 등의 원인으로 분양당시에 예상했던 정도의 조건으로 임차인을 들이기가 곤란하게 되거나, 임대차조건에 관해 분양회사와 수분양자간에 견해차이가 발생하면서 임차인 입점이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어떤 조건의 임차인을 들이는지가 분양받은 건물의 향후 수익률은 물론 납부해야 할 잔금부담문제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조건의 임대차계약을 희망하는데 반해, 분양회사로서는 다소 미흡한 조건이라도 가급적 빨리 임차인을 들여서 분양잔금을 조속히 마무리짓고 싶어한다. 결국, 임차인 선정에 있어 기본적인 이해관계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분양회사와 수분양자간의 갈등은 필연적일 수도 있다. 이런 문제로 장기간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게되면 결국 분양회사로서는 수분양자를 상대로 유보된 잔금을 달라는 청구를 하거나, 아니면 분양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는 법적인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법적인 해결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잔금은 임대차보증금으로 갈음한다’라는 간단한 문구만으로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임대차조건을 서로 약속하거나 수긍하기로 한 것인지, 임차인이 입점되지 않았을 때 분양회사는 분양잔금청구를 언제까지 보류해야하는지를 해석하기가 곤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원하는 임대차조건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고 이런 조건이 달성되지 못했을 경우 어떤 법률효과가 발생한다는 점까지 세세하게 계약서에 기재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일부 악덕 분양회사의 경우에는 ‘임차인을 구해준다’는 약속을 형식적으로 맞추어서 분양잔금을 받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실제로 임차하여 영업할 의지가 없는 가장 임차인을 내세워 보증금을 매우 적게 하는 대신 월임대료를 높게 제시해서 수분양자로 하여금 일단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한 다음 수분양자로부터 분양잔금을 받아낸 후에는 가장임차인이 월차임을 내지 않는 악의적인 수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당초 분양계약서상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행위이지만 가장임차인인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히 않다는 점에서 법적인 조치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분양을 통해 기대하는 임대차조건이 달성될 수 있는지 여부는 분양회사측의 약속에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고, 또 분양잔금을 임대차보증금으로 대체하는 것과 같이 전형적이지 않은 특별한 문구를 계약서상에 기재함에 있어서는 그 법률적인 의미에 대해 법률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할 필요가 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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