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100억대 반포 전세사기사건 상담이야기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 최근에 터진 서울 반포 모 중개업소에 의한 전세보증금 사기, 횡령사건에 연루된 임대인 한 명으로부터 며칠 전 상담을 의뢰받았다. 이런 유형의 사건을 이미 여러 건 취급한 적이 있어 임대차계약할 때 본인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잘 알고 있었지만, 며칠 전 상담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 부동산에 관한 계약체결은,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자 본인과 직접 체결하는 것이 가장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권리자 본인 대신에 본인을 대리한다고 하면서, 가족이나 중개업자 등만이 계약체결에 참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때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본인과 체결하지 않은 계약은, 대리인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없는 한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이 대리권을 부인하고 나온다면, 대리권에 관한 입증은 대리권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는데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런 불의의 사태를 염두에 둔다면, 대리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에게 대리권이 있는지에 대해서 상당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리권을 확인하기 위해서 위임장, 인감증명서, 필요하면 전화통화 등 가능한 철저한 방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리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권리자 본인과 가족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권이 없었다고 밝혀지면 민법상 표현대리문제로 접근해서 과연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대리권을 믿은 상대방의 보호 여부가 판가름나게 된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비록 대리권이 없는 자가 체결한 계약도 본인에 대해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고, 그 결과 대리권을 믿은 사람이 보호될 수 있다. 반면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정반대의 결과가 된다.
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하는 문제는 가치판단이 개입된 문제이다보니 법적으로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정당한 사유의 판단에 따라 어느 한쪽은 크게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법원실무상으로는 서로에게 적당한 양보를 해서 조정으로 사건을 해결하기를 원하는 경향이다.
▶ 결국 본인이 아닌 자와 계약체결하거나 그 후에라도 본인의 의사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하게 되면 법적으로 큰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계약현실 특히 임대차계약현실은 무모할 정도로 허술하다. 며칠 전 상담받은 이 임대인 건물의 경우에도, 여러 임차인들 모두가 임대차계약체결 당시는 물론이고 그 이후 장기간 동안에도 중개업자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임대인으로부터 위임받았는지에 대해서 어떠한 주의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보여졌다. 임차인들에 의해 제기된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 소장과 첨부된 문서에 의하더라도, 임대차계약체결하는 과정에서 임대인이 작성한 위임장 등 아무런 서류적인 근거도 없이 무턱대고 중개업자에게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했던 것이다. 임대인 주장 역시, 이 중개업자에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주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 어떠한 서류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이 임차인들은 단순히 중개업자가 그 건물을 관리하고 있다는 정도의 믿음만 가지고 거액의 보증금을 무턱대고 맡긴 셈이었다. 월세받고 청소하는 정도의 외관이 중개업자에게 있다고해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대리권까지 있다고 믿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수 밖에 없었다는 정당한 사유를 논할 때 이 임차인들은 대단히 불리하게 판단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액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차계약에서 기울이는 우리의 주의는 너무나 미흡하다. ‘임대차계약하고 주민등록, 확정일자를 받으면 문제없다’는 식의 낮은 법률문화 때문이기도 한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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