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단전단수조치, 극히 신중하게 행해져야
입력
수정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집합건물 내에서의 관리비 체납은 민사재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전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관리비를 손쉽게 받기 위해서 관리비미납을 이유로 한 단전단수조치를 대부분의 관리규정에 기재하고 있으며, 이 규정을 근거로 단전단수조치가 너무 쉽게 취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상가 이사회의 결의와 시장번영회의 관리규정에 따라 관리비를 체납한 점포에 단전조치를 실시한 상가번영회 회장에 대하여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업무방해죄의 무죄를 선고한 과거 대법원 판결들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단전, 단수조치가 관리규정에 근거해서 취해졌다고 해서 무조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경매를 통해 상가점포를 취득한 사람이 전 구분소유자가 체납한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자 ‘3개월 이상 관리비체납시 단전단수한다’는 관리규정을 근거로 단전단수가 취해진 사안에서 대법원은 “--승계취득자인 원고가 체납된 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를 승계한다고 하여 전(前) 구분소유자의 관리비 연체로 인한 법률효과까지 승계하는 것은 아니어서 원고가 구분소유권을 취득하였다는 점만으로 원고가 승계된 관리비의 지급을 연체하였다고 볼 수 없음은 분명한 것이므로, 원고가 구분소유권을 승계하였음에도 전 구분소유자에 대해 해 오던 단전·단수 등의 조치를 유지한 것은 관리규약에 따른 적법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다3598,3604 판결).
또한 최근에도, 가볍게 취해지는 단전단수조치행위가 범죄행위까지 될 수 있다고하는 하급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008. 4. 10. 선고 2007고정 4546호)이 선고되었는데, 자세히 소개한다.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甲은 서울 영등포구 소재 모 오피스텔을 관리하는 모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고, 피고인 乙은 위 주식회사의 직원으로 오피스텔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는 자인데,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 丙이 위 오피스텔 00호를 사용하면서 2006년 10월분부터 2007년 6월분까지 관리비 1,666,910원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7. 8. 10. 17:00경 위 오피스텔 00호로 공급되는 전기를 끊고, 같은 해 8. 14. 10:30경부터 단수를 시켜 위력으로써 위 피해자의 건설무역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피해자가 관리비를 납입하지 않은데 따라 관리규약을 근거로 이뤄진 것이고, 특히 피고인 乙은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어서 정당하다고 주장하였지만, 법원은 “--관리규약이 적법, 유효하게 체결되었다는 자료가 없고(오히려 피고인 甲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에 의하면, 甲이 다른 오피스텔 관리규약을 참조하여 혼자 만든 다음 일방적으로 관리소장에게 팩스로 넣어주었을 뿐이라고 되어 있으며, 제대로 공지되었다는 자료도 없다), 피해자는 위 오피스텔의 하자와 세대별로 전기료를 정확히 계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였다가 피고인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그 해결을 촉구하는 의미로 관리비납부를 거부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하자 문제의 해결이나 전기료와 관련한 충분한 설명 또는 해명을 하지도 않고 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다른 적법한 절차 또한 취하지도 않은 채 연체된 관리비를 납부할 것만 독촉하다가 자신들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위와 같이 단전, 단수조치를 취하기에 이른 이상 그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다거나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볼 수 없고, 관리소장의 지위에 있는 자가 상사의 지시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하여 피고인들 모두에게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투명하지 못한 관리비징수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이에 항의하는 차원의 관리비미납자에게 가해진 단전단수에 대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가해진 보복성 조치로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
<참고법령>
▶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 )
①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