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임차인의 유익비청구와 낙찰자에 대한 유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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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필자가 모 방송사 법률프로그램의 부동산분야 방송자문을 할 때, 방송작가로부터 유치권과 관련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질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甲이 단란주점을 하기 위해 건물주 乙로부터 점포를 빌려 1억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는데, 점포가 경매되어 결국 낙찰자인 丙으로부터 점포를 비워달라는 명도요구를 받게 되었을 때, 甲은 점포에 투자한 인테리어비용을 근거로 丙에 대해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가 방송대본 내용이었다.
그런데, 당시 패널로 나온 변호사들의 의견은 양분되었다고 했다. ① 단란주점을 운영하기 위한 인테리어공사는 건물자체의 가치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② 건물자체의 가치를 상승하게 한 공사이냐의 여부는 유익비의 요건에 불과하고,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인지를 가지고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결정해야한다는 점에서 비록 인테리어공사라고 하더라도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되었다고 했다.
녹화가 끝난 후 방송편집을 하던 작가가 혼란스러워 필자에게 자문을 구해왔는데, 정답은 ‘유치권이 성립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이다. 결국, 짧은 시간에 주어진 상황을 제시하고 “맞다, 아니다”로 답하는 방송프로그램의 특성상으로 볼 때는 다소 적절치 못한 질문내용일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점포를 낙찰 받은 사람에 대하여 점유하고 있는 점포에 대한 인도를 거부할 수 있는 유치권의 성립요건은,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인지 여부로 결정해야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무조건 유치권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테리어를 하면서 들인 공사비는 점포라는 “물건에 관한” 비용투입으로 볼 여지는 크지만, 그렇다고하여 인테리어에 들인 돈을 종전 건물주나 낙찰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채권”으로 볼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임차인이 필요에 의해 임대차목적물에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이를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유익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사로 인해 임대차목적물의 가치자체가 상승해야하고 상승된 가치가 현존하고 있어야 한다. 화장실이나, 수도시설 등 반드시 단란주점운영과 직결되지 않고 건물자체의 가치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는 공사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임차인이 들인 비용의 대부분은 임차인이 영업하는 특정영업 그 자체를 위한 필요 때문에 소요된 것이지, 건물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공사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유치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공사비용은 많지 않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편, 이런 비용이 투입된 이후에 만약 건물주가 변동되었을 경우, ① 임차인이 건물양수인에 대하여 대항력을 가진 경우에는 건물양수인에 대하여 직접 비용상환청구권을 주장할 수 있는 반면, ② 대항력을 가지지 못한 경우에는, 건물양수인에 대하여 직접 비용상환청구권을 주장할 수는 없지만, 양도인에 대하여 가지는 유익비 등 비용상환청구권을 근거해서, 점유하는 목적물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는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필요비, 유익비 등의 청구에 대해서는 우리 임대차계약 관행상 ‘임대차종료시 원상회복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기계적으로 계약서에 삽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유익비 등의 비용상환청구권의 포기’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양수인에 대한 대항력문제를 따지기 이전에 양도인에 대한 채권조차 성립할 수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바로 이런 논리 때문에, 임차인이 점포에 들인 공사비를 근거로 낙찰자에게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방송과 관련된 이 작가의 질문에 대해서는 ① 종전 임대차계약에서 유익비상환청구권이 포기되었는지 여부, ② 구체적으로 임차인이 어떤 공사를 했는지, ③ 건물가치를 증가시킨 점은 있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낙찰자에 대한 유치권 성립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 한편, 유익비에 기한 유치권행사와 관련해서 대법원 홈페이지 전국주요법원판결란에 게재된 판결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정리해보고자 한다. 문제의 판결은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2007가단16**호 판결인데,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사안의 개요
낙찰된 점포의 종전 임차인이 점포낙찰자로부터 명도소송을 제기당하자, ‘ 임대차계약 이후 옆 점포와의 칸막이 공사, 실내장식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돈이 투입되었으니, 일정금액을 필요비 내지 유익비로 지급하지 않으면 유치권을 행사해서 해당 점포를 계속 점유하겠다’는 항변을 하였다.
▶ 법원의 판단
이에 대한 법원판단은 다음과 같다.
임차인인 피고가 임대차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원고를 상대로 민법 제626조 소정의 필요비 내지 유익비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원고가 종전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거나 피고가 종전 임대차계약으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피고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된 이후에서야 비로소 위 건물을 점유하기 시작하였고, 원고는 위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위 건물을 낙찰받았으므로, 원고가 종전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볼 수도 없고, 피고로서는 종전의 임대차관계를 가지고 원고에게 대항할 수도 없다 할 것이어서 민법 제626조 소정의 필요비 내지 유익비의 지급책임이 원고에게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전제하에,
다만 종전 임차인으로서는 비록 임차권에 기하여는 경락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하더라도, 경락 전에 지출한 비용상환청구권 및 이에 기한 유치권에 의하여 그 비용들을 상환받기 전까지는 유치권으로 경락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하면서, 피고가 이 사건 점포를 임차할 당시에는 옆 점포와의 경계벽도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고, 그에 따라 피고는 경계 구분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칸막이공사를 시행하였던 사실, 이로써 이 사건 건물의 객관적 가치가 증대되었는데, 증대된 가액의 현존가치는 6백만원에 이르고, 피고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임의경매 절차 이전부터 위 건물을 점유하고 있었으므로 피고는 위 유익비 6백여만원을 지급받을 때까지는 위 점포를 유치할 권리가 있다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는 실내장식공사로 인해 지출한 비용에 대해서도 유치권이 있다고 주장하나, 위 실내장식공사는 피고의 단란주점 영업을 위한 지출비용으로 이 사건 건물의 객관적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임대차계약 당시 작성된 임대차계약서에 의하면, 임차인은 임대인의 승인 하에 개축 또는 변조할 수 있으나 부동산의 반환기일 전에 임차인이 원상으로 복구하기로 약정하였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임차 후 피고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이 사건 건물 내부에서 시행한 공사 부분에 대하여는 그 반환 청구를 포기하기로 한 취지의 특약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로부터 6백만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을 명도할 의무가 있다.
▶ 판결에 대한 의문
결국, 이 판결은 임차인의 유익비청구권에 기한 유치권 주장에 대하여, 칸막이 공사비에 기해서는 유치권을 인정한 반면, 실내장식비에 대해서는 유치권주장을 부정하고 있는데, 그 논리에는 모순이 있다고 보인다.
임차인인 피고와 종전 임대인간의 임대차계약서상에 기재된 원상회복조항은 유익비포기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칸막이공사비 역시 본래 성격상 유익비청구대상이 될 수 있을지언정 임대차계약서를 통해 그 청구가 사전에 포기된 것이라면, 낙찰자인 원고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하는데, 이 판결은 실내장식비에 대한 유치권을 부정함에 있어서는 유익비포기조항이 있다는 논리를 동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칸막이공사에 대해서는 유익비청구가 존재한다는 모순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유익비청구권과 유치권의 상호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하지 못하면 혼선이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
■ <참고법령>
민법 제626조 (임차인의 상환청구권)
①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 대하여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②임차인이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대차종료시에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때에 한하여 임차인의 지출한 금액이나 그 증가액을 상환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 법원은 임대인의 청구에 의하여 상당한 상환기간을 허여할 수 있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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