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부동산중개사고와 과실상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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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부동산중개업자의 고의과실로 거래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거래당사자는 중개업자나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내지 공제금(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손해입은 금액의 전액배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중개의뢰인이나 거래당사자의 과실이 있을 경우에는 이 금액을 공제(상계)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배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과실상계”제도라고 하는데,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하에 인정되고 있다(민법 396조, 763조).
중개업자의 중개로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못해 임대차목적물에 설정된 상당한 금액의 근저당권에 대해 알지 못한 채로 임대차계약을 하게 되면서, 결국 그 선순위근저당권으로 경매가 진행되어 임대차보증금 1억원 전액의 손해를 입게 된 임차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중개업자의 잘못으로 중개의뢰인인 임차인에게 1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일응 중개업자에게 1억원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지만, 임차인 역시 중개업자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등기부상 권리를 확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점에서 손해발생에 있어 임차인의 과실을 30% 정도로 판단하게 되면, 중개업자에게는 손해발생액의 70%인 7천만원의 배상책임만이 존재하게 되는 셈이다.
중개업자를 피고로 하는 부동산중개사고 손해배상사건에 있어 이러한 과실상계는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는데, 문제는 현재의 법원실무는 중개의뢰인이나 거래당사자의 과실을 생각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해서도 과실상계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사기꾼이 아파트 하나를 월세로 임대차계약을 한 다음에,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임대인의 인적사항을 이용해서 임대인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다음,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 놓아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거액의 임대차보증금을 받아 가로채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런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 법 제도하에서는 선의인 임차인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큰데, 이 임차인이 손해 본 금액을 중개업자에게 배상청구하게 되면 중개업자에게 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법원실무상으로는, 비록 매매가 아니라 임대차계약과정에서도 등기권리증은 임대인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한 증빙이 될 수 있다고 보아서, 임대차계약과정에서 단지 주민등록증만을 근거로 임대인의 신분을 믿고 중개업자가 거래한 것은 중개업자의 과실이라고 인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안에서 피해입은 임차인의 과실은 상계될 수 있을까? 사실, 부동산계약체결과정에서 처분하는 측의 신분확인방법으로 등기권리증까지 살펴보는 것이 보편화되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더구나 매매도 아니고 임대차계약과정에서 등기권리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여 중개업자의 과실을 인정하기란 사회통념상 무리가 따를 수 있다. 하물며, 거래당사자 본인의 과실을 인정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부동산거래전문가인 중개업자에게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을 거래당사자에게 잘못했다고 나무라고서 과실을 묻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 실무는, 거의 대부분 중개사고에서 거래당사자의 과실을 조금이라도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받은 수수료에 비해 어마어마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중개업자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손해의 공평한 분담차원에서 수긍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전문자격사인 중개업자에게 의뢰하여 거래하면서도 중개업자를 전적으로 믿지 말고 별도로 권리확인을 해보지 않은 과실을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판단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역설적으로 보더라도, 공인중개사의 소양을 그대로 믿은 중개의뢰인의 과실을 광범위하게 반영하는 것은 공인중개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것일 수도 있다. 믿지 못할 사람인데 곧이곧대로 믿었기 때문에 믿은 사람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논리로도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깊이있는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래당사자의 과실을 전혀 인정치 않은 판결이 있어 소개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10. 28. 선고 2009가단57635 손해배상(기) 등 사건이다.
1. 법원이 인정한 사안의 개요
가. 피고 최**는 이&& 소유의 안양시 **구 소재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 지상에 무허가건물(이하 ‘이 사건 무허가건물’이라고 한다)을 소유하고 있었다.
나. 피고 윤**는 공인중개사로서 안양시 **구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원고는 2007. 3. 3. 피고 윤**의 중개로 피고 최**와 사이에 이 사건 무허가건물을 매매대금 75,000,000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무허가건물의 소유자와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가 다른 점을 알고 피고 윤**와 중개보조인인 홍**에게 위 토지를 점유할 권한이 있는지에 관하여 문의하였고, 이에 대하여 홍**은 ‘이 사건 무허가건물은 법정지상권이 있어서 이 사건 토지를 사용할 수 있으며, 철거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피고 최**는 이 사건 토지소유자에 대한 지료로 매년 30만원씩 지급해 왔다.’는 취지로 답변하여 원고는 이를 믿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다. 원고는 2007. 5. 19.까지 이 사건 매매계약에 기한 매매대금 75,000,000원을 모두 지급하였고, 2007. 5. 21. 이 사건 무허가건물에 관한 취득세 750,000원을 납부하였으며, 그 외에 피고 윤**에 대한 중개수수료로 2,000,000원을, 위 무허가건물 내부의 폐기물 처리비 등으로 2007. 11. 9. 1,500,000원을 각 지출하였다.
라. 그런데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 이&&는 2007. 12.경 원고와 피고 최**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2007가단1113**호로 이 사건 무허가건물의 철거를 구하는 건물 등 철거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절차에서 이 사건 무허가건물에 관하여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정이 밝혀지게 되었으며, 위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2008. 10. 27. “1. 피고들(원고와 피고 최**)은 이 사건 무허가건물이 원고(이&&)의 소유임을 확인한다., 2. 원고는 피고 이**에게 2008. 12. 31.까지 20,000,0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강제조정결정을 하였으며, 위 결정은 그 후 확정되었다. 원고는 위 강제조정결정에 따라 이&&로부터 20,000,000원을 지급받았다.
마. 한편, 피고 *******협회는 피고 윤**와 사이에 피고 윤**가 부동산중개행위를 함에 있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이하 ‘공인중개사법’이라고 한다)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거래당사자가 입은 손해를 50,000,000원의 한도에서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공제계약(이하 ‘이 사건 공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 무허가건물에는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할 권원이 없다는 법률상의 하자(원시적 하자)가 존재하므로, 위 무허가건물의 매도인인 피고 최**는 민법 제575조에 따른 담보책임의 이행으로 매수인인 원고에게 매매대금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입은 손해인 59,250,000원(매매대금 75,000,000원 + 취득세 750,000원 + 중개수수료 2,000,000원 + 폐기물 처리비 1,500,000원 - 이&&로부터 지급받은 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피고 윤**는 그 이행보조자 또는 피용자인 홍**이 이 사건 무허가건물에 관하여 법정지상권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법정지상권이 존재한다고 설명하는 등 중개대상물에 관한 확인,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과 관련하여 공인중개사법 제30조에 따라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과 관련하여 입게 된 위 손해 59,25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피고 *******협회는 이 사건 공제계약 및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42조에 따라 원고에게 원고가 입은 위 손해 중 위 피고의 보상한도에 해당하는 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한편, 피고들의 위와 같은 손해배상의무는 모두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으므로, 원고에게, 피고 최**, 윤**는 각자 59,250,000원, 피고 *******협회는 위 피고들과 각자 위 돈 중 5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원고의 최종 손해발생일의 다음 날인 2007. 11. 10.부터 피고 최**는 위 피고에 대한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09. 2. 26.까지, 피고 윤**, 피고 *******협회는 각 위 피고들에 대한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09. 2. 27.까지 각 민법에 의한 연 5%의, 각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나. 피고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⑴ 피고 최**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 최**는, 원고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와 이 사건 무허가건물의 소유자가 다르다는 점 등을 비롯하여 이 사건 무허가건물이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할 권원이 없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도 투자 등을 목적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매도인에게 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하나, 증인 이##의 증언만으로는 원고가 피고 최**에게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할 권원이 없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 최**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⑵ 피고 윤**, *******협회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 윤**, *******협회는,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와 이 사건 무허가건물의 소유자가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 최**가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할 권원이 있는지 확인하여 보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상태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위와 같은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위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정함에 있어 원고의 위와 같은 과실이 참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공인중개사법이 공인중개사의 자격을 공인중개사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로 제한하고 있고, 원칙적으로 공인중개사에 한하여 중개업을 영위할 수 있으며, 중개업자가 중개를 의뢰받은 경우 중개의뢰인에게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에 관하여 확인, 설명할 의무를 부담하고, 중개업자가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토지의 점유권원에 관한 사항은 피고 윤**가 원고에게 확인, 설명해 주어야 할 대상일 뿐, 원고가 위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이를 스스로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이상-
▶민법 제396조(과실상계)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민법 제763조(준용규정)
제393조, 제394조, 제396조, 제399조의 규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한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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