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부동산 투자와 투기의 벽이 허물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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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국무총리, 장관 및 청장 후보자 10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아직 청문회 중이고 의혹에 불과한 것이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졌다. 위 10명 중 위장전입 의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후보자만 무려 5명이다.
위장전입은 거주지를 실제로 옮기지 않고 주민등록법상 주소만 바꾸는 것을 말한다. 현재 살고 있는 곳과 다른 곳에 주민등록을 옮겨서 자녀들을 특정 지역 학교에 입학시키거나 부동산 거래를 용이케 하거나 선거법상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악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위장전입은 부동산 거래(취득, 양도) 과정에서 빈번하게 악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내 토지를 취득하기 위한 요건(거주지역 및 거주기간)을 충족하기 위해, 양도 과정에서는 서울, 과천 및 5대 신도시에서의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3년 보유 및 2년 거주)을 충족하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위장전입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엄연히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현행 주민등록법상 30일 이상 거주를 목적으로 주소나 거소를 둔 자(제6조 제1항)는 성명, 성별, 생년월일, 세대주와의 관계, 주소 등의 사항을 해당 거주지를 관할하는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에게(제10조 제1항) 신고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신고해야(제11조 제1항) 하고, 주민등록 또는 주민등록증에 관하여 거짓의 사실을 신고 또는 신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37조 제1항 제3호)고 엄연히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위장전입이 고위 공직자에게서는 어떤 죄의식조차 찾아볼 수 없는 사소한 실수 정도로 치부되어져 왔다. 공직선거법에 의한 당선무효형 기준이 징역 또는 100만원이상의 벌금형이라는 점에 견주어보면 상당한 중범죄에 해당함에도 말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위장전입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금탈루나 다운계약서 작성, 분양권 불법 전매 등 부동산 투기성 범법행위가 행해졌음이 확인됐거나 당사자가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청문회를 거친 공직에 있거나 공직에 서고자 갖은 모욕을 무릅쓰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과거의 과오 내지 도덕적 흠보다는 현재의 능력을 중요시하는 고위급 공무원 인사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당연한 세상이 돼버렸지만 문제는 그러한 고위공직자가 늘어날수록 일반인 역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모럴해저드가 뿌리 깊게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간 위장전입의 처벌 내용을 담고 있는 주민등록법 규정이 사문화돼 조만간 주민등록법을 개정해야할 판이다. 어쩌면 이 규정이 사문화되기에 앞서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고위공직자를 중심으로 개정 논의가 이루어지거나 헌법소원이 제기될지도 모를 일이다.
모럴해저드 확산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부동산 투자와 투기의 경계를 더욱 흐릿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익을 위하여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는다는 뜻의 투자(投資)와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하거나 시세변동을 예상하여 차익을 보려고 하는 매매 거래를 뜻하는 투기(投機).
두 가지 모두 이익 또는 차익을 위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 면이 있어 단순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그 구분이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오랫동안의 부동산 거래 관행에 비춰볼 때 투자는 상식적이고도 적법한 것이고, 투기는 비상식적이고도 불법소지가 있는 것이라는 차이가 엄연히 존재해왔다. 가수요 여부, 투자기간의 장ㆍ단기성 여부, 사회 기여도 측면, 모험성의 강도(强度) 등도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잣대로 삼았지만 위법성 여부야말로 부동산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확실한 잣대가 됐다. 어떻게 보면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는 나름의 자부심을 갖게 한 잣대가 바로 적법성이었다.
위장전입 없이 주택을 매입하고 매입한 주택에 실제 거주하면서 3년 보유 2년 거주라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충족한 후 매각한다는 자부심, 토지거래허가구역내 토지 취득 시 위장전입이라는 탈법을 취하지 않고 경ㆍ공매를 통해 적법하게 취득한다는 자부심, 다운계약서나 업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실거래가로 계약서를 작성ㆍ신고하고 취ㆍ등록세나 양도소득세를 세법에 따라 적정하게 납부하는 등 세금을 탈루하지 않는다는 자부심, 분양권 전매제한기간 동안 기다렸다가 전매제한 기간이 풀린 후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자부심, 그러한 자부심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음이다.
형법에 있어서의 간통죄처럼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그 죄의 폐지여부가 도마에 올랐던 것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위장전입 포함 부동산 투기로 간주되는 각종 위법적인 사례들이 더 이상 위법적인 것이 아닌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아니고 관련 규제법령이 존재하는 한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인 투자, 즉 위장전입이나 전매제한 기간내 매도 등의 방법이 가미된 투기는 엄연히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특히 다른 누구보다 더 투기적이지 않아야 하고 청렴해야 할 고위공직자가 각종 범죄행위를 일삼았다는 것이 - 그것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 밝혀졌다는 것은 대단히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갖은 상처를 안고 고위공직에 임명된들 어떻게 평상심을 가지고 법을 집행할 것이며, 부동산 투기하지 말라고 국민들에게 당당하게 얘기하거나 학생들을 가르칠 것이며, 공정한 조세징수가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상식적이고도 적법한 투자를 통해 건전하고 바람직한 부동산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차원에서 또는 자라나는 미래의 부동산 거래주체에게 바람직한 부동산 거래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후보자들의 용기 있는 결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차라리 주민등록법을 개정하는 게 낫다’는 자괴감 섞인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잘 새겨듣기를 바란다.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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