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거래 활성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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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8.29부동산대책의 뚜껑이 열렸다.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관련 업계의 고충이나 의견을 십분 반영한 흔적도 보인다.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 한해 그리고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DTI규제를 전면 폐지한 것이 그렇고, 소득증빙이 면제되는 대출한도를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한 것도 그렇다. 보금자리주택의 사전예약 물량을 줄이고 사전예약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한 것이 더욱 그렇다. 대책 발표 전 각종 언론매체에서 기사화됐던 내용보다 상당히 큰 폭의 대책이 마련됐다. 거래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소 미흡하지만 주택시장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래서 아쉽다. 예상 밖의 다소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았음에도 조금 더 과감하게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투자수요 견인차원의 대책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이 아쉽고,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를 위한다면서 주요 핵심대책을 내년 3월말까지 짧은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만 적용된다는 점도 아쉽다. 이번 대책에서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철저히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에 치우쳤다는 점이다. 신규주택 분양자의 입주를 위한 기존주택 매물 취득자에 대해 주택기금을 통해 자금지원을 확대(연소득 5천만원 이하, 85㎡ 이하)하기로 한 것을 비롯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구입자금 지원(부부합산 연소득 4천만원 이하, 85㎡ 이하, 6억원 이하, 호당 2억 한도내에서 연 5.2% 금리 적용), 소득증빙이 면제되는 대출금액 확대(5천만원 → 1억원), 무주택자 및 1주택자(신규주택 취득 후 2년내 기존주택 처분조건, 9억원 이하) DTI규제 전면 완화 등은 모두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이다. 중복투자자를 위한 자금조달이나 다주택자를 위한 DTI규제 완화 등 투자수요를 견인할만한 정책적 지원사항은 어디에도 없다. 부동산시장 양대축의 하나인 투자수요가 철저히 배제됐다는 점에서 거래 활성화는 대책 논의 당시부터 아예 안중에도 없었던 셈이다. 이번 대책이 “집값 안정을 통해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주택정책기조는 변함이 없다”는 정책 당국의 확언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이번 대책의 한계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보인다.
핵심 대책의 대부분에 일몰시한이 적용된다는 것도 아쉽다. 그것도 1년이 아니라 내년 3월말까지 길어야 7개월이다. 지금껏 부동산대책이 나오면서 이렇게 적용기간이 짧은 대책이 있었던가? 주택기금을 통해 자금 지원을 받거나 DTI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년 3월말까지 신규주택 분양자의 기존주택을 매입하거나 생애최초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실수요자(무주택자 또는 1가구 1주택자)로서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
문제는 주택구매여부에 대한 의사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나 실제 구매행동에 나서야 할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대책 발표 후 국민주택기금 운용계획 변경 등 후속조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9월 중순 이후에나 대책이 시행되고 이로부터 대책의 시장 적응기간(1~2개월)을 고려한다면 주택구매 수요자들은 내년 3월말 일몰 전 4~5개월내 주택구매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계산이다.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느긋하게 시장을 관망하고 있었던 실수요자들의 마음이 조급해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당초 내 집 마련 계획을 급수정해야 할 필요도 생겼다. 돈줄이 풀렸다는 것도 그렇지만 어쩌면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모으고 모자란 돈은 주택기금이나 DTI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한도 껏 대출을 해서 집을 사려는 수요 폭증으로 주택시장 정상화가 아니라 주택시장 활황을 염려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를 위해 DTI를 한시적으로 폐지하면서 강남권을 제외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강남권에 주택을 소유하면 그 면적이나 가격에 상관없이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수요로 간주한다는 얘기다. 자녀교육, 직장 등을 이유로 강남권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도 적지 않을 터인데 이들을 모두 실수요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투자수요를 막는 것이라면 모를까 실수요의 주택거래 정상화 차원이라면 강남권이고 비강남권이고 할 것 없이 똑같은 기준(무주택자 또는 1가구 1주택자 대상, 9억원 이하, 내년 3월말까지)을 적용해 DTI를 폐지했어야 옳다. 그래야 비강남권의 강남권 진입수요와 강남권의 비강남권 진입수요간 교차거래가 이루어짐으로써 막혔던 거래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완화 시한을 2012년으로 2년간 연장하면서 이 기간동안 나올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점도 아쉽다. 올해 말로 시한 만료가 예고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주택자의 매물 증가량이나 거래 빈도가 낮았던 것은 시장침체로 인해 가격 하락을 염려한 다주택자가 매물 내놓기를 꺼려한 이유도 있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 매물들을 소화할 주택구매수요자의 자금줄이 DTI로 인해 원천적으로 차단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서 실수요자의 DTI가 폐지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랄 수 있지만 다주택자 매물이 실수요보다는 중복투자수요에 의해 소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측면에서 투자수요를 염두에 두지 않은 DTI규제 완화는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대한 근본적인 한계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이 제도의 실효성을 갖게 하는 차원에서라도 실수요를 위한 DTI규제를 내년 3월말 시한이 아니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연장기간(2012년 말)까지 적용했음이 옳다.
그밖에 수도권 미분양아파트 해소를 위한 측면에서의 정책적 지원(지방에서와 같이 분양가 할인을 전제로 취ㆍ등록세나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없다는 점, 보금자리주택의 사전예약물량의 시기 조절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분양보다는 임대주택의 공급 내지 분양물량 자체의 축소 등 보금자리주택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 등 두루두루 아쉬운 대목이 많다.
이번 대책으로 실수요자의 거래 정상화 내지 일정 부분의 거래 활성화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수요자의 거래를 유발함으로써 더불어 시장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게 되고, 정부가 더 이상 가격하락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시그널을 줬다고 판단해 지금이 매수저점이 아니냐는 식의 주택구매심리를 회복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했듯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투자수요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미흡하다는 측면에서 전반적인 거래 활성화를 통한 부동산시장 회복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정책당국은 거래 활성화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미흡한 부분들이 많이 돌출되었겠지만 말이다. 또한 실수요자의 거래 정상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내년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바라는 실수요자의 버티기가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면 전세가 상승, 매매가 하락이라는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거나 시장 회복이든 정상화든 투자자를 배제한 실수요자만을 위한 정책으로는 거래 활성화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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