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내년 주택시장 좌우할 4/4분기를 주목하라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8.29대책이 발표된 지 정확히 한달이 지났다. 그 효과를 두고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수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주택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정부가 내린 평가와는 사뭇 다르다. 매매가는 하락세에서 좀처럼 벗어날 기미가 없고, 전세가는 꺾일 줄 모르고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 8.29대책 이후 매매가 낙폭(대책 발표 직전 -0.06% → 대책 발표 첫 주 -0.05% → 둘째 주 -0.05% → 셋째 주 -0.03%)이 줄고는 있지만 낙폭 감소가 8.29대책에 의한 거래회복이라기보다는 8.29대책 효과를 기대하는 차원에서의 매물회수 및 일부 급매물 거래에 따른 일시적 호가상승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아무리 주택시장이 침체됐다 해도 2008년 가을의 금융위기, 2009년 가을의 DTI규제 강화와 같은 특별한 악재가 없다면 주택시장의 성수기라고 하는 가을철에 최소한 그 정도의 움직임은 늘 있어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정책의 효과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전세가는 실로 우려할 만할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8.29대책 직전 0.06% 상승한 수도권 전세가는 8.29대책이 발표된 첫 주 0.05%, 둘째 주 0.08%에 이어 셋째 주 0.09% 상승했다. ‘脫서울’이라는 말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가 됐다.

분양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장기전세, 공공임대 등 임대주택을 제외한 신규 분양물량이 아예 자취를 감췄고, 그나마 신규 분양에 돌입한 단지도 순위내 청약 마감이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분양계획을 세웠지만 분양실적은 저만치 떨어져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어찌 주택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하는 것일까? 어쨌거나 이러한 작금의 시장분위기가 추석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8.29대책 효과가 별로 없다고는 했지만 이는 당장은 그렇다는 것이지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추석을 앞두고 나왔던 정책인 만큼 추석이 지나야 소비주체들의 액션플랜이 구체적으로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고 또한 8.29대책 역시 시장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추석이후에는 가을이사철과 맞물려 약간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테면 8.29대책의 핵심이 실수요자 중심의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기금지원이나 한시적으로 폐지된 DTI를 활용하려는 내 집 마련 수요(그간 DTI규제로 인해 주택구입에 어려움이 있었던 사람이나 소득증빙이 어려웠던 자영업자들의 주택구매수요)가 일정부분 살아나면서 거래가 발생할 것으로 보는 측면이 일례(一例)다. 그러나 대책의 일면만 본다면 여기까지가 한계다. 우선 이번 8.29대책은 실수요자, 그것도 일부 소득계층에 한해 주택구입자금에 대한 기금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고, 또 한시적으로 폐지된 DTI수혜 역시 무주택자나 1가구 1주택자(기존주택 2년내 처분 조건) 등 실수요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장의 한축인 투자수요 견인을 위한 정책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8.29대책의 핵심 사안인 주택구입자금지원이나 DTI폐지는 영구적이 아니라 내년 3월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대책의 일몰시한이 다가올수록 실수요 거래가 일정부분 살아날 가능성이 있으나 시장의 한축인 투자수요 유발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부동산거래의 전반적인 활성화에까지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그런 차원에서 4/4분기 주택시장의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졌다. 정책의 한계성을 그대로 노출할 것인지 아니면 정책의 한계성을 벗어나 실수요자의 거래정상화에 이어 투자자의 분위기 편승을 이끌어낼지가 4/4분기에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올해 4/4분기 주택시장은 예년의 4/4분기와 달리 저금리기조, 8.29대책, 가을이사철, 가격하락기 등 실수요자나 투자자가 눈여겨볼 만한 호재가 겹친다는 특징이 있다. 2008년과 2009년 4/4분기는 각각 금융위기 여파, DTI규제 강화로 주택시장 침체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고, 모두가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시점이었던 터라 높게 형성된 가격 탓에 쉽사리 매수세에 가담하기를 꺼려했던 때이다. 호재보다는 악재요인이 많은 분기였던 셈이다.

이런 호재에도 불구하고 4/4분기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4/4분기 이후 내년도 주택시장은 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 수 있다. 아울러 지금의 시장 침체가 단지 정책적 요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또 다른 요인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 또는 지금의 규제완화가 단지 미봉책에 불과해 추가 대책을 필요로 한다는 것만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것이 될 터이다.

반면 그 반대의 양상으로 전개된다면 가을이사철-겨울학군수요-봄이사철로 이어지는 주택시장의 성수기와 맞물려 최소한 내년 3월 일몰시한까지는 그 분위기 몰이를 계속할 수 있게 된다. 연이어 2011년과 2012년은 올해보다 절반 이상 입주물량이 급감한다는 또 하나의 변수가 주택시장 회복에 일조하여 4/4분기 상승세를 탄력적으로 이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이 기간동안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거나 하락폭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는 경우 이는 곧 8.29대책으로 인한 시장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음을, 아울러 주택가격의 저점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올해 4/4분기 주택시장이 바로 내년도 주택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이다. 투자자나 실수요자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대목이기도 하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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