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보금자리만의 잔치는 안 된다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경인년 한 고개를 90%이상 넘어갈 즈음 역시나 주택시장의 이슈는 보금자리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부터 등장한 보금자리가 이태 연속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보금자리라는 이슈가 올해를 넘겨 내년까지도 지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12월에 실시될 시범지구 본청약을 시작으로 내년 2~3월경 3차지구(이번 사전예약에서 제외된 광명시흥지구와 성남고등지구) 사전예약이 있을 예정이고, 연이어 5~6월경에는 11월 29일 발표된 4차지구 사전예약이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사전예약 후 통상 1년 정도 있다가 본청약을 실시하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중에 위례신도시와 2차 보금자리지구에 대한 본청약이 실시되고 또다시 12월을 넘기기 전에 3차지구에 대한 본청약이 있을 예정이다. 그야말로 보금자리 일색이다. 보금자리 말고 다른 내용, 예컨대 분양시장 성황, 전세가 안정, 주택시장 전반적인 거래활성화 등이 한해 이슈로 자리매김하길 바랐던 필자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각설하고 이번 3차 보금자리 사전예약 결과를 가지고 당초 예상과 달리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고들 야단법석이다.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결과가 보기 좋게 빗나갔다고들 한다. 과연 그럴까? 다음 <표>를 한번 보자.

보금자리주택 공급유형별 청약경쟁률(분양 기준)
이번 3차지구 전체 평균 청약경쟁률은 2.7대 1이다. 시장 침체 및 고가분양 논란이 일었던 2차지구 경쟁률 2.7대 1과 비교해도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특별공급 물량에 대한 청약경쟁률은 오히려 2차지구보다 낮다.

노부모 특별공급에서만 2차지구와 같고, 나머지 3자녀, 신혼부부, 생애최초 등 특별공급에서는 경쟁률이 2차지구에 미치지 못한다. 시범지구에 비해서는 3배 이상 경쟁률이 낮아졌다. 일반공급에 가서야 4.0대 1로 그간의 보금자리 경쟁률을 웃도는 정도이다.

수치상으로 보면 특별공급에서 노부모부양만 미신청 물량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렇지도 않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는 하남감일지구의 경우 하남시 배정물량에서, 인천구월지구의 경우 수도권 배정물량에서 미신청 물량이 발생했다. 또한 3자녀의 경우 서울항동지구는 경기도ㆍ인천거주자 배정물량에서, 인천구월은 거의 모든 단지, 모든 평형에서, 하남감일은 51㎡ 소형평형에서 미신청 물량이 발생했다. 노부모부양 역시 서울항동은 59㎡에서는 서울과 수도권 배정에서 모두가, 74㎡는 수도권 배정물량에서 미신청 물량이 발생했으며, 인천구월은 대부분 물량이, 하남감일은 51㎡에서 대부분이, 74㎡에서는 하남과 경기거주자 배정물량에서 미신청 물량이 발생했다. 생애최초도 인천구월에서 대부분 미신청 물량이 발생했고, 하남감일에서도 51㎡와 74㎡에서 미신청 물량이 발생했다.

일반공급도 인천구월의 경우 59㎡와 74㎡ 수도권 배정물량에서 신청자가 미달됐고, 하남감일에서는 51㎡ 소형에서 하남거주자 배정물량에서 미신청사태가 일어났다. 전체 결과를 세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성공도 실패도 아닌 결과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일반공급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청약 성적을 냈기 때문에 나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일반 분양물량이 그간의 물량보다 훨씬 급감한데에 따른 결과이지 결코 보금자리주택의 경쟁력에 기인한 바는 아니다. 이번 3차 보금자리 사전예약 분양물량이 총 2,337호로 시범지구 1만4,295호, 2차지구 1만4497호에 비해 15% 수준의 극히 소량이었다는 점, 그간의 시장 침체로 대폭 급감했던 공급에 대한 수요자의 갈증이 심했다는 점에다 최근의 주택시장 회복의 분위기가 더해져 그나마 이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보는 편이 낫다.

뭐 이유 불문하고 어쨌든 보금자리가 성공했다고 치자. 또 세세한 내막은 별론으로 하고 일단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결과와 달리 사전예약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고 치자. 그러나 보금자리 성공을 마냥 기쁘게만 받아들일 일인가?

오비이락(烏飛梨落)인양 보금자리가 공급(분양)되면서 민간건설(분양)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고, 일반주택시장 역시 보금자리주택 청약대기 수요 증가로 거래가 끊기고 더불어 전세난에 이를 정도로 전세가가 상승했다. 내년에도 줄곧 보금자리가 공급되고 내내 보금자리가 이슈가 되면서 올해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과연 보금자리 성공이 누구를 위한 성공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보금자리마저 실패했다면 미분양만 더욱 쌓이게 되고 수도권 주택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어 이번의 성공(?)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명분이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인해 불거지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보금자리의 근본적인 문제는 보금자리가 부동산시장에 있어서 주연(主演)이 되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금자리는 철저하게 조연(助演)이어야지 절대로 주연이 될 수도, 주연이 되어서도 안 된다. 조연에 충실하면 보금자리와 일반주택시장, 민간분양시장이 더불어 공생할 수 있지만 이와 달리 보금자리가 주연이고자 하면 할수록 모두가 동반 쇠락의 길을 걸을 우려도 있다. 보금자리가 성공했다고 일말의 안도감을 갖기보다는 매매, 민간분양시장 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이 다음의 과제일 것이다. 이미 3차 보금자리 공급(분양물량을 대폭 줄이고 임대물량을 늘린 것)에서 그 해법 중의 하나를 보았다는 것은 매우 이미가 깊다. 첨언한다면 주택수요자들이 원하는 모든 주택형을 보금자리주택으로 획일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양한 주택 수요층이 있듯 보금자리뿐만 아니라 매매, 민간분양을 통한 수요층 흡인도 절실한 때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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