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최근 상승세, 주택시장엔 오히려 毒이다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지난 한해 동안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자료가 연일 언론지상을 메우다시피 했지만 사실 2010년 집값은 우려했던 것만큼 그리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았다. 지방 상승세(3.71%)에 힘입어 전국 집값은 -1.27% 떨어지는데 그쳤고, 수도권은 -2.77%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많이 떨어진 것처럼 여겨진 것은 2009년도 3월부터 9월까지의 반짝 상승기를 제외하고 2008년 이후 거의 3년간 침체기가 장기화되다보니 체감상 주택가격 하락세가 커진 것으로 느껴졌을 뿐이다. 주택가격이 시장 참여자의 눈높이만큼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재차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니 실수요자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했던 2008년에는 강남권(-9.93%)을 비롯한 버블세븐지역(-10.15%) 아파트값이 두 자릿수 전후로 떨어졌다. 이는 곧 투자자나 실수요자의 주택구매심리를 회복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2009년 반짝 상승기에 강남권이 10.35%, 버블세븐이 7.02% 상승하면서 2008년 하락폭을 단숨에 뒤집거나 거의 만회했다.

그해 10월 DTI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지만 않았더라면, 또는 보금자리 폭탄이 터지지만 않았더라면 그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저점이라고 인식할 만할 정도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쯤에야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 정도 하락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재차 반등하고 있는 집값은 아무래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조금만 더 떨어지면 주택을 구입하고자 기다렸던 투자자나 실수요자의 구매심리가 더 위축되거나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회복세가 지속성을 갖기보다는 일시적 반등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지금의 상승세는 규제완화 측면에서도 결코 약(藥)이 될 수 없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 부동산에 대한 추가 규제완화를 통해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꾀할 수 있겠지만 주택시장이 일시적이나마 호황을 보인다는 것은 정부로서도 규제완화의 명분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거래활성화가 아닌 거래정상화 및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후반기 기본적인 정책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려는 현 정부로서는 지금의 상승세가 아무래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규제완화가 이루어진다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다. 건설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나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리모델링 규제완화에 대한 요구를 관련 부처에서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내년 3월말 시한으로 시행되고 있는 DTI 규제완화 정책의 연장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일반 매매시장을 제외한 수도권 분양시장은 아직 주택시장 회복이 먼 남의나라 얘기처럼 들리는 상황이라 미분양 해소를 위한 대책이나 신규분양시장 활성화를 위한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대한 여지가 남아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전세가 상승과 매매가 하락으로 지속적으로 좁혀져왔던 매매가 대비 전세가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이요, 주택시장 활성화 차원에서도 결코 득이 될 것이 없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상승은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더불어 매매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00년과 2001년 이태 동안 수도권 전세가가 매매가 대비 60%를 초과했을 때가 그랬고, 지방 주택시장이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넘게 65%를 초과하고 70% 돌파를 목전에 두면서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는 지금 역시 그렇다.

반면 수도권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세가 비율이 아직 46.5% 수준에 머물고 있고, 서울이 44.4%에 불과해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기에는 다소 힘에 겨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2008년 12월말을 저점(40.9%)으로 전세가 상승, 매매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전세가 비율이 꾸준하게 상승해왔던 터다. 국지적으로 50%를 넘고 60%까지 넘는 지역이 나오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품어왔지만 매매가가 재차 상승하면서 이러한 꿈도 더 멀어지게 됐다.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인다고 해서 투자자나 실수요자가 지금의 분위기에 편승해 추격 매수할 가능성은 없다. 급매물이 소화되고 나면 거래가 뜸한 모습이 그렇다. 일반매물까지 추격 매수하기에는 아직도 주택소비자의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가 크고, 수도권 미분양, 대내외 정세 불안, 금리인상,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 구매심리를 더 떨어뜨리거나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이 폭넓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초부터 단행된 금리인상은 최근의 주택시장 회복과도 무관치 않다. 주택가격 상승에 물가상승까지 겹쳐 과도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볼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은 주택구매심리를 떨어뜨리는 주요 변수 중 하나다. 때 아닌 집값 상승이 주택관련업계나 주택수요자에게 있어 결코 달갑지 않은 이유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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