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타인명의로 부동산을 낙찰 받을 때의 법률문제
입력
수정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경공매 과정에서 타인의 명의로 부동산을 낙찰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명의신탁의 유형 중에서“계약명의신탁”이라고 지칭한다. 계약명의신탁은, 신탁자가 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수탁자가 직접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그 등기를 수탁자 앞으로 이전 등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甲, 乙이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신탁자 甲의 자금으로 丙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되, 매수인을 甲 대신 수탁자 乙로 하고, 乙 앞으로 이전 등기하는 방식이다. 경공매에서는 乙과 丙간의 매매가 일반적인 계약이 아니라 법원의 결정에 의한 강제력에 기한다는 점만 차이가 있다.
경매부동산을 타인 명의로 낙찰 받을 때 어떤 법률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1항은“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고 하고, 제2항에서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면서, 제3항에서는 “제1항 및 제2항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계를 나누어서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매도인(경매대상 부동산의 소유자)과 수탁자(낙찰명의자)와의 관계를 보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확정적으로 유효하게 되어 수탁자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 결과 매도인과 수탁자 사이의 계약관계는 정상적으로 종결되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어떠한 청구권도 없다.
한편, 신탁자와 매도인은 서로 계약당사자도 아니고 아무런 법률관계가 없으므로 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어떠한 청구권도 없다.
신탁자와 수탁자의 법률관계는 간단치가 않다. 우선, 부동산실명법 4조에 따르면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여전히 무효이다. 따라서 신탁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유효임을 전제로 한 어떠한 청구권도 가지지 못한다.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인 이상,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신탁자의 지시에 따라 수탁자가 부동산의 소유 명의를 이전하거나 그 처분대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명의신탁 부동산 자체 또는 그 처분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범주에 속하는 것이어서 역시 무효이다. 수탁자의 임의처분에 따른 손해배상을 약정하는 것 역시 같은 논리로 무효 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2006.11.9. 선고 2006다35117 판결 【부당이득금반환】은, “(부동산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매수대금을 자신이 부담하면서 다른 사람 명의로 매각허가결정을 받기로 약정하여 그에 따라 매각허가가 이루어진 경우, 경매 목적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자는 수탁자인 명의인이고, 매수대금의 실질적 부담자와 명의인 간에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다는 전제하에서) -- 부동산경매절차에서 소외 2가 매수자금을 자신이 부담하면서 피고 명의로 매각허가결정을 받기로 피고와 약정하였고, 그 약정에 따라 매각이 이루어졌다면, 소외 2와 피고 사이에는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명의신탁관계가 성립되었다 할 것이고, 소외 2와 피고 사이의 위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라 할 것이며, 따라서 소외 2는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 자체나 그 처분대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제공한 매수대금을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나아가 소외 2와 피고 사이에 소외 2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 명의를 이전하거나 그 처분대금을 반환하기로 한 약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국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명의신탁 부동산 자체 또는 그 처분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범주에 속하는 것에 해당하여 무효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소외 2와 피고 사이에 소외 2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명의를 이전하거나 그 처분대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위 약정에 따라 피고는 소외 2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대금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용하였으니, 거기에는 타인 명의로 경매 부동산을 매수한 경우의 명의신탁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수탁자는 해당 부동산에 대해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취급된다(동법 4조 2항 단서).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다664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등】은, “부동산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매수대금을 자신이 부담하면서 다른 사람의 명의로 매각허가결정을 받기로 그 다른 사람과 약정함에 따라 매각허가가 이루어진 경우 그 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의 지위에 서게 되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그 명의인이므로 경매 목적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수대금을 실질적으로 부담한 사람이 누구인가와 상관없이 그 명의인이 취득한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매수대금을 부담한 사람과 이름을 빌려 준 사람 사이에는 명의신탁관계가 성립 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동법 제4조 2항 단서에 의해 수탁자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데,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인 이상 수탁자의 소유권 취득은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어 신탁자는 수탁자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다. 이때 신탁자의 손실과 수탁자의 이득이 무엇인지와 관련해서 부당이득으로서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부동산 매수 대금 상당액만을 반환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해 견해가 대립되고 있는 바, 판례는 기본적으로 명의신탁약정이 체결된 시기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먼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기한 물권변동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당해 부동산 그 자체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8.11.27. 선고 2008다62687 판결 【소유권이전등기】). 하지만, 청구권 행사는 10년의 소멸시효에 해당하고, 신탁자가 해당 부동산을 점유 사용하더라도 시효진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대법원 2009.7.9. 선고 2009다23313 판결 【소유권이전등기】).
반대로, ‘계약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인 경우에는 명의신탁자는 애초부터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었으므로 위 명의신탁 약정의 무효로 인하여 명의신탁자가 입은 손해는 당해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명의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제공받은 매수자금을 부당이득 하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부동산취득에 소요된 취등록세 상당액도 부당이득으로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2다66922 판결 등).더구나, 수탁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이는 법적으로 자기 소유의 부동산처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신탁자에 대한 민사적인 불법행위도 성립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형사적인 횡령, 배임죄의 처벌도 불가능하다. 즉, 수탁자는 처분한 부동산의 법적인 소유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횡령죄의 대상이 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고(대법원 2006.9.8. 선고 2005도9733 판결 【횡령】), 배임죄 역시도 수탁자는 신탁자에 대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정되고 있다(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도6994 판결 【업무상배임】).
결국, 타인명의로 부동산을 낙찰 받는 행위는 ‘부동산실명법’ 에서 정하는 형사처벌, 과징금 등의 부담 뿐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신탁한 부동산의 소유권까지도 상실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