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 ①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부동산대책, 시의적절하고 과감하고 종합적이어야 한다

올해 말까지 미분양주택 취득시 5년간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50% 감면 및 주택 취득세 50% 추가 감면(9.10), 분양가상한제 사실상 폐지 및 전매행위 제한 제도 완화(9.11),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폐지(9.25) 등.. 민심 수습용 추석선물 마냥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시장은 관망세만 더 짙어질 뿐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가격만 지속 상승하고 있는 반면 매매시장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고, 일부 대책은 국회 상임위 통과를 전제로 하고 있어 대책이 대책다운 효과를 보기 어려운 때이기도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 반짝 상승세만이라도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 온도차가 크다.

대책이 나오긴 했지만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거나 이미 예고돼 있던 대책이라 시장 영향력이 떨어졌다거나 관망세만을 부추겨 시장을 오히려 더 위축시키는 대책이라는 얘기들이 많은 것도 그 효과가 적기 때문이리라. 부동산 대책은 시의적절해야 한다.

부동산시장을 살리는 것은 죽이는 것보다 백배 이상 힘들다. 죽이는 일이라 모든 정책을 규제 일변도로 강도 높게 나가면 되지만 한번 죽은 시장은 아무리 애를 써도 쉬이 살아나지 않는 법이다.

그렇다고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술이든 심폐소생술이든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다만 시장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면 우선은 그 대책이 시의적절해야 하고, 과감해야 하고, 효과적이어야 한다. 대책이 발표됐을 때마다 항상 아쉬웠던 것은 시장에서 절실히 필요로 할 때 정작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9월에 나왔던 (수도권) 미분양주택 양도세 한시적 감면조치다. 지방 미분양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에 시행했던 대책을 지방보다 미분양 적체가 더 심각한 수도권에서는 이제야 미분양 지원 대책이 나왔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도 마찬가지다.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함으로써 입지적으로 상당히 경쟁력이 있는 택지를 물색하고 개발해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고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부터 일찌감치 있었지만 시장이 더 이상 견뎌낼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한참 후에야 대책이 나왔다.

주택시장이 침체될 대로 침체됐고, 주택 소비자에 대한 가격경쟁력에 대한 눈높이가 한참이나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의 뒤늦은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무슨 효과를 볼 수 있겠느냐는 볼멘소리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부동산대책은 때론 과감해야 한다.

또한 대책은 시장 상황을 봐 가면서 찔끔찔끔 내놓는 것보다 한꺼번에 과감하게 내놓는 결단력이 때론 필요하다. 조금씩 내놓다보면 다음 대책을 기대하기 때문에 거래 활성화보다는 관망세만 더 짙어지게 된다. 찔끔찔끔 내놓는 대책은 대책에 대한 효과보다는 면역력만 키우는 꼴이 되기 때문에 더 큰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그 효과를 바라기가 참으로 어렵게 된다.

보다 더 양호한 조건의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줌으로써 관망세를 키우는 것보다 풀 것 확실하게 풀고 확실한 효과를 보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추가 대책이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인다면 관망세 증가로 인한 거래 침체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부동산대책은 지엽적이기보다는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대책은 그 효율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책이 지엽적이기 보다는 종합적이어야 한다. 예컨대 취득세를 인하해서 거래를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주택을 취득함으로써 발생하는 재산세에 대한 부담도 완화해야 하고 또한 취득에 필요한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주택구입자금에 대한 정책적 지원(기금조성, 저금리 대출 등)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도 마찬가지다. 당초 대책과 달리 최근 정부가 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을 9월 24일 현재 정규 분양을 끝낸 미분양 중 9억원 이하로 대상을 한정한 것은 대책에 대한 효율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패착이라 아니할 수 없다.

기존 미분양 해소에 대책의 초점을 맞추었다면 그 미분양주택이 9억원을 초과하든 그렇지 않든 구분하지 않고 적용하는 것이 옳다. 서울(특히 강남권)을 비롯한 수도권 미분양주택의 대부분이 대형이고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첨언하여 이미 대책을 내놓고 실행하기로 했으면 즉시 실행하는 것이 정책의 실효성 내지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다. 대책은 내놓았으되 이런 저런 이유로 실행이 안 되고 차일피일 미뤄지다 보면 대책에 대한 신뢰성은 물론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반감되기 마련이다.

이번 9월의 취득세ㆍ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은 지금까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깜짝 대책의 전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대책으로 주택시장이 활성화될 리 만무하지만 주택시장이 반짝 호전한다면 또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시의적절한 대책,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이며 종합적인 대책, 그렇지만 시장상황에 따라 때론 과감한 정책이 나올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주)이웰에셋(www.e-wellasset.co.kr) 문의: 02-2055-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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