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세상얻기]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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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시장 정상화? 재건축 선순환 구조부터 만들어라! 9월의 대책뿐만 아니라 그간에도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숱한 대책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활성화는 고사하고 매수세가 아예 실종됐다.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것이겠지만 가장 큰 원인 하나를 들어보라고 한다면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저하가 아닐까 싶다. 내 집 마련 실수요 차원이든 투자 차원이든 주택을 구입할 때에는 향후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기 마련인데 요즘 돌아가는 형국으로 보아서는 그런 기대심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주택 수요자들 중 누구를 잡고 이야기를 걸어도 하나같이 하는 말이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은데 왜 집을 사느냐는 식 일변도이다. 미분양 넘쳐나고, 앞으로도 공급될 물량 부지기수이고, 공공물량 많아 내 집 아니어도 살 공간 많은데 굳이 대출 안고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한 가지 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집이 없어보니 마음이 더 편하더라는 심리적 요인도 한 몫 작용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자극하면 주택거래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럴만한 요인이 마뜩치 않지만 전혀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해법을 찾기 위해 1997년말 외환위기 당시로 돌아가 보자. 외환위기 직후 국내 부동산시장은 태풍을 맞은 듯 하염없는 폭락을 거듭하다 반토막 시대를 맞았다. 경기가 언제 풀릴 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부동산투자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때이다.
그런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됐던 것은 다름 아닌 재건축이다. 외환위기의 긴 터널을 벗어날 즈음 2001년부터 정부는 재건축을 통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이후 잠실, 암사·명일, 화곡, 반포, 청담·도곡 등 서울 5개 저밀도지구가 재건축 우선 대상으로 지정되고 2001년 5개지구에 대한 재건축사업계획이 수립되자 재건축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부동산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황을 보이기 시작했다. 강남권에서 비롯된 재건축 바람은 서울-수도권으로 확산되면서 소위 강남권 재건축발 부동산시장 과열이라는 얘기도 이 시점부터 비롯됐다.
당시 재건축발 부동산시장 활성화는 저밀도지구 특성상 재건축 사업성 양호, 서울시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외환위기 졸업 등 제반 여건이 성숙된 탓도 있었지만 핵심은 재건축 추진으로 인해 부동산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증폭됐다는 데에 있다. 당장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아파트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는 물론 순차적으로 재건축이 추진됨으로써 다음 순위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재건축아파트 역시 마찬가지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뭇 상황이 달라졌다. 그간의 주택가격 급등, 용적률 제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등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가뜩이나 낮아졌고, 과거 재건축시장을 5층 이하 저층아파트가 좌우했던 것과 달리 재건축 연한에 도달한 대부분의 아파트가 10층 이상의 중층 아파트이다.
저층 아파트들도 재건축 사업성이 있느니 없느니 재건축 당사자간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는 판에 중층 이상 아파트들은 감히 재건축을 추진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저층이든 중층이든 준공연한 30년 이상으로 재건축 연한이 훨씬 지났음에도 재건축 추진이 안 되는 아파트가 부지기수다.
올해 10월 현재 기준 70년대 준공된 아파트로 아직도 재건축이 안 된 서울지역 아파트는 무려 112개단지에 5만5천가구(닥터아파트 자료)가 넘는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압구정동 구현대, 서초구 반포동 한신, 서초동 무지개,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신천동 장미 등 이른바 강남권 아파트를 비롯해 관악구 신림동 강남, 성북구 안암동 대광,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 용산구 원효로4가 산호가 대표적으로 70년대에 입주한 아파트들로 아직도 재건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1년 이미 재건축 연한에 도달한 ‘80년~’84년 준공 아파트는 서울 기준 156개 단지, 10만 가구로 70년대 준공 아파트의 2배 수준이고, 내년에 신규로 재건축 연한에 도달하는 ‘85년 준공 아파트도 36개 단지 1만3600가구에 달한다.
재건축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면서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다음은 80년대 초, 그 다음은 80년대 중반에 준공된 아파트순이라는 일종의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게 되고 이로 인해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투자심리 역시 살아나면서 주택시장이 활성화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입주한 지 30년도 모자라 40년이 다된 아파트들로 재건축이 안 되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감히 80년대 초에 준공된 아파트에까지 재건축 기대감이 미칠 것으로 여길 수나 있을까? 특히 저층아파트보다는 중층이상 아파트가 많은 상황에서!
지금의 시장 분위기는 취득세, 양도세 조정 등 미미한 숫자놀음이나 주택 구입자금 대출 지원으로 가계부담을 더 키우는 것으로는 결코 전환되지 않는다. 막혀 있는 재건축 선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건축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용적률 상향, 재건축 사업성 개선, 재건축 절차 단축, 초과이익환수 폐지 등)이 이루어져야 재건축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되찾아올 수 있다. 재건축 시장이 살아나야 주택시장의 정상화 내지 활성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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