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 자금모집 별동대장 장하성, 日순사 사살 신출귀몰 도주"

보훈처, 만주지역 군자금모집 '국민부 모연대' 기밀문서 공개
日 간도총영사관 경찰서장 작성…日외무성 외교사료관서 최근 발굴 1929년 11월 30일 새벽, 일본 간도총영사관 경찰서가 조직한 추격대가 밀정의 정보를 바탕으로 국민부 모연대(模捐隊)의 부대장 장한성의 거처와 동지들의 집을 잇따라 급습했다.

국민부 모연대는 1930년대 남만주 지역의 최대 민족주의 계열 독립군 정부인 국민부가 군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북간도로 파견한 별동대다. 그날 새벽 쓰보이 미요지 순사부장이 이끄는 추격대는 장한성이 평소 자주 찾는 요리점으로 이동하다 장한성과 맞닥뜨렸다.

곧바로 벌어진 총격전에서 장한성이 쏜 모제르 권총 두 발이 쓰보이의 무릎과 이마를 명중했다.

쓰보이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당시 일본 경찰은 추격대가 총을 쏘며 뒤쫓았지만 신출귀몰한 장한성이 현장에서 도주, 체포작전에 실패했다고 기록했다.

간도경찰서장이 작성한 모연대 수사경과 보고서에는 세밀한 체포작전뿐 아니라 추격대와 모연대원 사이 긴박한 대치상황도 시간대별로 생생하게 기록됐다.

국가보훈처는 일본북간도총영사관 경찰서가 작성한 국민부 모연대 수사경과 보고서를 일본 외무성 외교사료관에서 올해 4월 발굴해 8일 공개했다.
일제강점기 간도지역은 한인이 많이 이주해 살았던 지역으로, 독립군은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무장투쟁을 전개할 수 있었다.

일본군이 청산리 전투 등의 패배에 대한 보복으로 1920년 간도지역 한인을 대거 학살한 간도참변을 자행해 독립군은 지지기반을 잃고 무장투쟁 자금을 직접 마련해야만 했다.

일제의 삼엄한 감시에도 당시 남만주 일대에서 무장투쟁을 수행한 국민부는 설립 직후인 1929년 5월에 북간도에서 친일 부호 등을 대상으로 군자금을 모집할 별동대로 모연대를 조직했다. 모연대를 통해 모집된 군자금은 국민부의 군대인 조선혁명대의 무기 구매와 의식주 해결 등 군수보급 비용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보훈처가 이번에 확보한 문건은 일본 간도총영사관 경찰서장이 국민부 모연대에 대한 수사경과를 간도총영사에게 보고한 11쪽짜리 기밀문서다.

자료에는 일본 경찰이 파악한 모연대의 조직체계, 군자금 모집방법, 모연대원의 인적 사항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됐다.

'군자금 모집 상황표'에는 모연대가 다녀간 지역, 방문 횟수 및 인원, 납부명령 금액 및 실제 모집액 등이 세세히 기재됐다.

문서의 마지막에는 검거대상인 모연대원 등 일본경찰이 '불령선인'(일제가 반일 한국인을 지칭한 용어)으로 분류한 39명의 명단을 첨부했다.
보훈처는 "일제강점기 중국 북간도지역에서 독립운동 군자금을 모집한 단체의 활약상을 파악할 수 있는 문서가 처음 공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간 독립유공자로 포상하지 않은 인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독립유공자 발굴은 물론 독립운동사 연구에도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도 이 문서가 치열했던 만주 독립운동의 실상을 제대로 밝혀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로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채영국 전 독립기념관 책임연구위원은 "남만주를 무대로 한 대표적 독립운동 단체인 국민부의 무장활동이 북간도에서 끊이지 않고 전개되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료"라고 말했다. 장세윤 성균관대 동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에 보훈처가 수집한 문서는 장한성의 쓰보이 사살 사건 직후에 작성된 가공되지 않은 원문"이라며 "국민부 모연대장으로 활동한 장한성 선생의 치열한 전투전, 그가 속했던 국민부 모연대의 활동 등은 새롭게 연구되고 재평가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