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살인적 인플레' 탈출 비결은

작년 실시한 화폐개혁 주효
가격 통제·규제 완화도 한몫
물가 年 35만%서 4월 222%
연간 35만%에 달했던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200%대로 내려앉았다. 불과 3년 만의 일이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는 최악의 물가 상승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각종 규제 완화 덕에 베네수엘라의 살인적 인플레이션이 개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집권 이후 오랫동안 지속돼온 가격통제 정책과 여러 규제를 완화해 인플레이션 문제를 풀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구체적으로 베네수엘라는 미국 달러를 적극 받아들이고 정부 적자를 감축하는 한편 민간 부문의 유연화를 꾀했다.2019년 연 물가상승률이 35만%에 달하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신뢰할 만한 화폐인 미국 달러 유통을 늘렸다. 각종 규제까지 풀자 민간 경제 활동이 살아났다. 지난해 카지노 금지 규정도 전격 철폐했다.

베네수엘라중앙은행이 2021년 화폐 액면을 절하하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한 것도 물가가 잡힌 이유다. 당시 기존 화폐 단위에서 ‘0’ 여섯 개를 빼는 액면 절하가 이뤄졌다.

블룸버그는 최근 들어 베네수엘라의 모든 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600%대로 내려온 뒤 올 1월 472%로 떨어졌다. 지난 4월에는 222%까지 내려갔다. 집계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베네수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2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블룸버그는 경제위기 탓에 중남미 전역으로 빠져나간 600만 명의 베네수엘라 난민 중 일부가 베네수엘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후보로 베네수엘라 원유가 꼽히면서 외국인 투자자들도 들어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변신이 불완전하다는 지적도 많다.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200%로 높은 데다 국민 90%의 한 달 소득이 30달러에 그칠 정도로 최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베네수엘라는 투자 부족으로 석유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직 사회주의적 정체성을 고수하고 있어 기업 친화적 정책은 언제든 쉽게 뒤집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